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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네 예수님과 한명숙네 예수님

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2. 2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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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네 예수님과 한명숙네 예수님
<뉴욕칼럼> 또 '그들만의 예수'가 온단다
 
채수경

크리스마스 전 마지막 주말, 거리마다 징글벨 징글벨 크리스마스 캐롤이 항아리 속의 코브라를 꼬드기는 피리소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지만 요즘에는 예수보다도 돈을 더 믿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효과가 신통찮은 것 같다. 사람들의 주머니 속에서 돈이 빠져나오기는커녕 12월 들어 거의 매일 세일을 하는 백화점에도 원가 이하의 미끼 상품만 들었다가 놓는 사람들만 북적거리고 동네 구멍가게에는 우유에 시리얼 말아먹는 노인네들만 들락날락, 체감 경기가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 친 날씨보다도 더 춥게 느껴진다.
불황이든 호황이든 돈 놓고 돈 먹는 월스트리트에선 먼저 먹는 놈이 임자라는 듯이 거액의 보너스가 뿌려지고 있다지만 보너스는 커녕 직장에서 목이 안 잘린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는 소시민들만 우글거리는 변두리 시장통에서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가 “슬프다 돈이 안 도네”로 들린다.
 
정말 구주가 인간에게로 오셨을까? 구주가 인간에게로 오는 게 아니라 인간이 구주를 찾아가야 하는 건 아닌가?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것 같다.
폴란드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H. 솅키에비치의 작품 ‘쿼바디스(Quo Vadis)’를 각본으로 만든 동명의 영화에서는 박해와 학살을 피해 로마를 떠나는 베드로 앞에 나타난 예수에게 베드로가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묻자 예수는 “네가 나의 어린 양들을 저버렸으므로 나는 또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로마로 가겠다”고 말하지만 신약성서 요한복음 13장 36절은 “나의 가는 곳에 네가 지금은 따라올 수 없으나 후에는 따라 오리라”라고 답했다고 증언한다. 이에 베드로는 “내가 지금은 어찌하여 따를 수 없나이까? 주를 위하여 내 목숨을 버리겠나이다”하고 아부를 떨었지만, 예수는 “네가 나를 위하여 네 목숨을 버리겠느냐?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고 눈을 흘겼고, 실제로 베드로는 예수가 잡혀갈 때 세 번이나 예수의 제자임을 부인했었다. 그런데도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합창하는 베드로의 후손들이 몰염치하기만 하다.
 
기독교 장로 출신임을 자랑스레 여기면서도 가진 자 편만 들어온 이명박 대통령이 믿는 예수와 일국의 총리까지 지냈으면서도 2006년 12월 2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대한석탄공사 사장 임명 청탁과 함께 5만달러를 수수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검찰 소환에 불응했던 한명숙 전 총리가 믿는 예수가 법정에서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검찰에 연행된 한 전 총리가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손에서 성경책을 놓지 않았다는 소식에서도 인간의 몰염치가 느껴진다.
세종시 및 4대강 사업 논란에 쏠리는 국민들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고 국민참여당 등으로 전열을 재정비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세력을 초전에 박살내기 위해 한 전 총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항간의 삐딱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단지 곽 전 사장의 진술 하나만으로 한 전 총리를 조사한 이명박 정권의 예수나 정치판 이전투구에서 밀리자 성경책 뒤에 숨는 한 전 총리의 예수나 ‘그들만의 예수’이기는 마찬가지, 구세주 예수가 자기를 구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고 믿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네가 나를 위하여 네 목숨을 버리겠느냐?”는 예수의 물음에는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30분간 이혼 상담을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이혼 상담 상품권’을 기획상품으로 내놓은 영국 런던의 로펌 ‘로이드 플랫 앤드 컴퍼니(Lloyd Platt & Company)’ 사람들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고 히죽 웃을 것임을 믿어마지 않는다.
 
또 ‘그들만의 예수’가 온단다. 예수가 생전에 “나의 가는 곳에 네가 지금은 따라올 수 없으나 후에는 따라 오리라”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이 때가 되면 “기쁘다 구주 오셨네”하고 떠들어대는 이 세상에서 ‘쿼바디스’의 참뜻을 곱씹어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갤럽과 유에스에이(USA)투데이가 지난 11-13일 1천25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연말연시에 여행을 계획했던 미국인 1/3이 여행을 포기하겠다고 답한 가운데 미 연방우정공사가 미국인들이 연하장을 가장 많이 보내는 시기인 12월 1일부터 13일까지 발송된 1급 카드와 편지 물량을 집계한 결과 또한 전년비 11%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바, ‘그들만의 예수’가 오든지 말든지 하루빨리 경기가 풀려 돈이나 돌고 돌았으면 좋겠다.

 
 <채수경 / 뉴욕거주>

기사입력: 2009/12/19 [15:54]  최종편집: ⓒ 뉴민주.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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