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과후청소년아카데미-논술강의 □
강의 주제 : 동시 한 편 맛보고 생각하기
● 일 시 : 2009.12.24. 목요일
● 장 소 : 창녕청소년문화의집
● 대 상 : 창녕군 관내 초등생
● 강 의 : 박종국(교사,수필가)
어른이 되면_ 조명제
어른이 되면
난 수염을 기르겠다.
멋진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고
점잖은 신사가 되겠다.
어른이 되면
가고 싶은 먼 데도 가보고
하고 싶은 많은 일도 해보고
참,
어른이 되면
아이들과 잘 놀아주겠다.
함께 뛰며, 웃으며
그러다가
다시 어린이가 되고 싶다.
난
어린아이
이대로가 좋다.
어렸을 때는 '나도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나?'하는 생각을 해 보았을 것입니다. 어른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어린이는 어른의 간섭과 몰이해 때문에 사정이 그렇지 못합니다. 또 경제적인 함도 없습니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고 나면 어렸을 때가 좋았다고들 말합니다. 어른은 현실적으로 살아가기에 급급하지만 어린이는 무한한 가능성과 꿈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면 어린이를 잘 이해해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막상 어른이 되고 나선 다시 어린이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점이 놀랍습니다 (허동인).
오줌 누다 들켰다!_신형건
오줌이 마려워서
몸을 배배 꼬다가
누가 볼까 두려워 휘 휘 둘러 보다가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슬쩍 고추를 꺼내는 순간,
조팝나무 사이에 앉아 있던
오목눈이 둥그런 눈과 마주쳤다.
움찔하는 나를 쳐다보며
하얀 조팝꽃 무더기가 까르르 웃는다.
그러건 말건
세찬 소낙비를 내리는 하느님처럼
솨솨
시원하게 오줌을 눴다.
-괜찮아, 너희들한테는
하나도 안 부끄러워!
이영권, 신형건 <콜라를 마시는 북극곰> 푸른책들,2009. 14쪽.
숲 1_김관식
-숲 속 가족
숲 속
가족들이
너무 많아
그 이름
다
기억할 수 없어요.
사는 곳마다
사는 나무, 풀, 꽃, 새…
모두 다르고
이름도
모두 다르지요.
아버지의 등_하청호
아버지의 등에서는
늘 땀 냄새가 났다
내가 아플 때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지만
아버지는 울지 않고
등에서는 땀 냄새만 났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
아버지는 속으로 운다는 것을
그 속울음이
아버지 등의 땀인 것을
땀 냄새가 속울음인 것을
<하청호 동시집 '의자를 보면 서고 싶다' , 연인 M&B, 2009>
무지개_워즈워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시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들풀_권영상
방금
손수레가
지나간 자리
바퀴에 밟힌 들풀이
파득파득
구겨진 잎을 편다.
엄마가 아플 때_정두리
조용하다.
빈 집 같다.
강아지 밥도 챙겨 먹이고
바람이 떨군
빨래도 개켜 놓아 두고
내가 할 일이 뭐가 또 있나.
엄마가 아플 때
나는 철 든 아이가 된다.
철 든 만큼 기운 없는
아이가 된다.
고추밭_안도현
어머니의 고추밭에 나가면
연한 손에 매운 물든다 저리 가 있거라
나는 비탈진 황토밭 근방에서
맴맴 고추잠자리였다
어머니 어깨 위에 내리는
글썽이는 햇살이었다
아들 넷만 나란히 보기 좋게 키우셨으니
진무른 벌레 먹은 구멍 뚫린 고추 보고
누가 도현네 올 고추 농사 잘 안 되었네요 해도
가을에 가봐야 알지요 하시는
우리 어머니를 위하여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찐드기 쌤 쫀드기 쌤_최종득
아이들은
내 이름을 갖고 논다.
같이 놀아 줄 때는
맛있는 쫀드기 과자처럼 좋다며
쫀득쫀득 쫀드기 쌤이라 하고
이제 공부하자고 하면
징그러운 진드기 벌레처럼 싫다며
찐득찐득 찐드기 쌤이라고 한다.
교장 선생님이나
후배 선생님 앞에서는
내 체면도 좀 생각해 주면 좋으련만
쫀드기 쌤, 찐드기 쌤 제 기분대로 부른다.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쫀드기나 찐드기로 살아야 하는데
쫀드기는 참을 수 있지만
찐드기는 정말 싫다.
찐드기 쌤 쫀드기 쌤>, 최종득, 문학동네. 2009
문구멍_신현득
빠꼼빠꼼
문구멍이
높아간다.
아가 키가
큰다.
시골 버스 정류장_남호섭
할아버지는 술 먹다가
차 놓치고
할머니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오줌 누러 간 새
차 놓치고,
또 한 시간
기다려야 하는
점방 앞
버스 정류장.
(2008년 어린이와 문학 9월호)
짐수레_김종상
짐수레가 간다.
오르막길에,
수레 끄는 아저씨 등이
땀에 흠뻑 젖었다.
가만히 다가가서
수레를 밀었다.
아저씨가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나는 더 힘껏 밀었다.
엄마의 등_한상순
세벽 네 시 반이면 문을 여는
김밥 가게
가게 주인은 우리 엄마
엄마는 등에 혹이 달린 곱추랍니다
다 일어서도 내 키만한 엄마
김밥 한 줄 꾹꾹 눌러 쌀 때마다
등에 멘 혹이 무거워 보입니다
그럴 때 마다 난는
엄마의 혹을 살짝 내려놓고 싶습니다
끝내 메고 있으야 할 엄마의 혹 속엔
더 자라지 못한 엄마의 키가
돌돌 말려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나는 도르르 말린 엄마의 키를 꺼내
쭈욱 늘려놓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루만이라도
꼭 오늘 하루만이라도 곱추등 쫘악 펴고
한잠 푹 주무시게 하고 싶습니다.
풀잎 2_박성룡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이라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
고기만 먹을 거야_안도현
-난 야채 안 먹을 거야
고기만 먹을 거야
-그러면 야채가 서운하지
상추가 밭에서 꿀꿀, 기어 다닐지도 몰라
쑥갓이 꼬끼오, 목을 빼고 울면 어떡할래?
시금치 이파리에 소뿔이 돋는다구!
풀꽃_김재수
오다가다
마주치면
늘 반가운 얼굴인데
어쩌니?
부끄럽게도
부끄럽게도
너의 이름도 몰라
그래도 자꾸만
뒤돌아보이고
어느 새 가슴에
들어와 앉은 꽃.
똥지게_심호택
우리 어머니 나를 가르치며
잘못 가르친 것 한 가지
일꾼에게 궂은 일 시켜 놓고
봐라
공부 안 하면 어떻게 되나
저렇게 된다
똥지게 진다
풀꽃_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세상 끄떡없다_임길택
나는 텔레비전을 좋아하고
아버지는 담배 피우기를 좋아한다고
어머니는 불을 지피면서도
잔소리를 빠뜨리지 않으시지만
나뭇가지는 날마다 새로운 바람을 맞고
염소는 입 하나로 우리의 손일보다 재빠르고
내 친구 은미는 줄넘기를 잘하고
병인이는 늘 숙제가 밀리고
그래도 이 세상 끄떡없다.
다 다른 마음으로 살아도
이 세상 끄떡없다.
‘오늘의 동시문학’ 엮음, 『한국 동시 100년에 빛나는 동시 100편』, 예림당, 2008.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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