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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한 편 맛보고 생각하기

박종국교육이야기/논술강의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2. 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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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과후청소년아카데미-논술강의 □


강의 주제 : 동시 한 편 맛보고 생각하기


● 일 시 : 2009.12.24. 목요일

● 장 소 : 창녕청소년문화의집

● 대 상 : 창녕군 관내 초등생

● 강 의 : 박종국(교사,수필가)



               어른이 되면_ 조명제


                            어른이 되면

                            난 수염을 기르겠다.

                            멋진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고

                            점잖은 신사가 되겠다.


                            어른이 되면

                            가고 싶은 먼 데도 가보고

                            하고 싶은 많은 일도 해보고


                            참,

                            어른이 되면

                            아이들과 잘 놀아주겠다.


                            함께 뛰며, 웃으며

                            그러다가

                            다시 어린이가 되고 싶다.


                            난

                            어린아이

                            이대로가 좋다.


   어렸을 때는 '나도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나?'하는 생각을 해 보았을 것입니다. 어른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어린이는 어른의 간섭과 몰이해 때문에 사정이 그렇지 못합니다. 또 경제적인 함도 없습니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고 나면 어렸을 때가 좋았다고들 말합니다. 어른은 현실적으로 살아가기에 급급하지만 어린이는 무한한 가능성과 꿈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면 어린이를 잘 이해해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막상 어른이 되고 나선 다시 어린이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점이 놀랍습니다 (허동인).

 

오줌 누다 들켰다!_신형건


오줌이 마려워서

몸을 배배 꼬다가

누가 볼까 두려워 휘 휘 둘러 보다가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슬쩍 고추를 꺼내는 순간,


조팝나무 사이에 앉아 있던

오목눈이 둥그런 눈과 마주쳤다.

움찔하는 나를 쳐다보며

하얀 조팝꽃 무더기가 까르르 웃는다.


그러건 말건

세찬 소낙비를 내리는 하느님처럼

솨솨

시원하게 오줌을 눴다.


-괜찮아, 너희들한테는

하나도 안 부끄러워!


이영권, 신형건 <콜라를 마시는 북극곰> 푸른책들,2009. 14쪽.


숲 1_김관식

-숲 속 가족

                                      

숲 속

가족들이

너무 많아


그 이름

다 

기억할 수 없어요.

사는 곳마다

사는 나무, 풀, 꽃, 새…

모두 다르고


이름도 

모두 다르지요.


아버지의 등_하청호


아버지의 등에서는

늘 땀 냄새가 났다


내가 아플 때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지만

아버지는 울지 않고

등에서는 땀 냄새만 났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

아버지는 속으로 운다는 것을

그 속울음이

아버지 등의 땀인 것을

땀 냄새가 속울음인 것을


<하청호 동시집 '의자를 보면 서고 싶다' , 연인 M&B, 2009>


무지개_워즈워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시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들풀_권영상


방금

손수레가

지나간 자리


바퀴에 밟힌 들풀이

파득파득

구겨진 잎을 편다.


엄마가 아플 때_정두리


조용하다.

빈 집 같다.


강아지 밥도 챙겨 먹이고

바람이 떨군

빨래도 개켜 놓아 두고


내가 할 일이 뭐가 또 있나.


엄마가 아플 때

나는 철 든 아이가 된다.


철 든 만큼 기운 없는

아이가 된다.


고추밭_안도현


어머니의 고추밭에 나가면

연한 손에 매운 물든다 저리 가 있거라

나는 비탈진 황토밭 근방에서

맴맴 고추잠자리였다

어머니 어깨 위에 내리는

글썽이는 햇살이었다

아들 넷만 나란히 보기 좋게 키우셨으니

진무른 벌레 먹은 구멍 뚫린 고추 보고

누가 도현네 올 고추 농사 잘 안 되었네요 해도

가을에 가봐야 알지요 하시는

우리 어머니를 위하여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찐드기 쌤 쫀드기 쌤_최종득


아이들은

내 이름을 갖고 논다.


같이 놀아 줄 때는

맛있는 쫀드기 과자처럼 좋다며

쫀득쫀득 쫀드기 쌤이라 하고


이제 공부하자고 하면

징그러운 진드기 벌레처럼 싫다며

찐득찐득 찐드기 쌤이라고 한다.


교장 선생님이나

후배 선생님 앞에서는

내 체면도 좀 생각해 주면 좋으련만

쫀드기 쌤, 찐드기 쌤 제 기분대로 부른다.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쫀드기나 찐드기로 살아야 하는데

쫀드기는 참을 수 있지만

찐드기는 정말 싫다.


찐드기 쌤 쫀드기 쌤>, 최종득, 문학동네. 2009




문구멍_신현득 

빠꼼빠꼼

문구멍이

높아간다.


아가 키가

큰다. 


시골 버스 정류장_남호섭


할아버지는 술 먹다가

차 놓치고

할머니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오줌 누러 간 새

차 놓치고,


또 한 시간

기다려야 하는

점방 앞

버스 정류장.


(2008년 어린이와 문학 9월호)


짐수레_김종상


짐수레가 간다.

오르막길에,


수레 끄는 아저씨 등이

땀에 흠뻑 젖었다.


가만히 다가가서

수레를 밀었다.


아저씨가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나는 더 힘껏 밀었다.


엄마의 등_한상순


세벽 네 시 반이면 문을 여는

김밥 가게

가게 주인은 우리 엄마

엄마는 등에 혹이 달린 곱추랍니다

다 일어서도 내 키만한 엄마

김밥 한 줄 꾹꾹 눌러 쌀 때마다

등에 멘 혹이 무거워 보입니다

그럴 때 마다 난는

엄마의 혹을 살짝 내려놓고 싶습니다

끝내 메고 있으야 할 엄마의 혹 속엔

더 자라지 못한 엄마의 키가

돌돌 말려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나는 도르르 말린 엄마의 키를 꺼내

쭈욱 늘려놓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루만이라도

꼭 오늘 하루만이라도 곱추등 쫘악 펴고

한잠 푹 주무시게 하고 싶습니다.


풀잎 2_박성룡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이라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


고기만 먹을 거야_안도현


-난 야채 안 먹을 거야

고기만 먹을 거야

-그러면 야채가 서운하지

상추가 밭에서 꿀꿀, 기어 다닐지도 몰라

쑥갓이 꼬끼오, 목을 빼고 울면 어떡할래?

시금치 이파리에 소뿔이 돋는다구!


풀꽃_김재수 


오다가다

마주치면

늘 반가운 얼굴인데


어쩌니?


부끄럽게도

부끄럽게도

너의 이름도 몰라


그래도 자꾸만

뒤돌아보이고


어느 새 가슴에

들어와 앉은 꽃.


똥지게_심호택 


우리 어머니 나를 가르치며

잘못 가르친 것 한 가지

일꾼에게 궂은 일 시켜 놓고

봐라

공부 안 하면 어떻게 되나

저렇게 된다

똥지게 진다


풀꽃_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세상 끄떡없다_임길택


나는 텔레비전을 좋아하고

아버지는 담배 피우기를 좋아한다고

어머니는 불을 지피면서도

잔소리를 빠뜨리지 않으시지만


나뭇가지는 날마다 새로운 바람을 맞고

염소는 입 하나로 우리의 손일보다 재빠르고

내 친구 은미는 줄넘기를 잘하고

병인이는 늘 숙제가 밀리고


그래도 이 세상 끄떡없다.

다 다른 마음으로 살아도

이 세상 끄떡없다.


‘오늘의 동시문학’ 엮음, 『한국 동시 100년에 빛나는 동시 100편』, 예림당, 2008.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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