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종시 수정안? 냅둬유, 개나 주게” | |||||||||||||
[김주언의 언론레이더] 정부의 계속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상실이 더 문제 | |||||||||||||
흔히 충청도 사람들은 속마음을 쉽게 밝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게다가 말투와 행동도 느리다는 게 일반인의 인식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충청도 사투리만큼 간단명료한 표현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우스개도 있다. 친구 사이에서 “보신탕을 먹느냐”라는 물음을 충청도 사투리로는 “개 혀”라는 단 두 마디만으로 표현한다. 따라서 말투가 느리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틀렸다는 것이다.
충청인들의 반발은 단순한 여론에 그치지 않았다.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을 설득하기 위해 대전을 찾았다가 야당 의원들과 당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야당 당원들은 토론회가 예정돼 있던 대전MBC 정문 앞에 모여 “충청도민 우롱하는 MB정권 각성하라”, “한번 속지 두 번 속나”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 총리를 맹비난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삭발을 하거나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고 시민단체들도 대규모 집회를 갖기로 했다. 성난 충청권에 기름을 부은 양상이다.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국민은 둘로 나뉘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주민은 찬성여론이 높은 반면 호남과 충청 지역 주민은 반대여론이 높다. 정치권도 양분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당과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친이계와 친박계가 나뉘어 연일 비난전을 펼치고 있다. 경실련의 지적대로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은 지역 갈등을 초래하는 근본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졸속적으로 마련된 세종시 주정안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목적성을 완전히 상실한 ‘관제 기업도시’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원안보다 더 큰 재정 부담과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그리고 지방의 황폐화를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 1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수도권 과밀반대 전국연대’는 기자회견에서 “수정안은 원래 목적을 상실한 채 충청권에 신도시 하나를 건설하는 것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혁신도시를 추진하던 지방자치단체들이 세종시 특혜에 반발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슬그머니 “모든 혁신도시에서 원형지 개발을 세종시 수준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의 혁신도시 에서 국민 혈세로 매입하여 조성한 토지를 헐값으로 넘겨 기업들에 막대한 이득을 주고 그 만큼 국민에게 손실로 돌아가는 행위를 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토지를 불하받은 기업들은 헐값에 토지를 매입한 뒤 사업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사업 추진 등으로 기회를 엿보다가 적절한 시기에 팔아 치우면 막대한 이익을 보장받게 된다. 이명박 정부의 슬로건 대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추진하면서 ‘부자 천국, 서민 지옥’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은 노무현 정부의 업적을 지워버리려는 의도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신년 인터뷰에서 “행복도시는 정권 입맛따라 바뀔 순 없다”고 선언했다. “이런 일은 성격상 되돌릴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계속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너지면 앞으로 아무 일도 못한다.” 노 전 대통령의 믿음은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과 독주 앞에 그대로 무너져 버리고 말 것인가. 세종시 수정은 이명박 정부에게는 깊은 수렁이 될 것이다. 벌써부터 충청지역 도의원들과 자치단체장들의 한나라당 탈당이 이어져 한나라당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여당 내의 친이계와 친박계의 싸움은 여야의 싸움 보다 더 깊은 골로 빠져 들고 있다. ‘원조보수’를 자처하는 김용갑 전 의원마저 “이명박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민주적 리더십 꼴찌를 자처하고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한탄했겠는가. 세종시 수정은 한나라당의 내홍을 깊게 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기는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도 높다. 세종시 수정안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야당에 유리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한나라당 공천으로 지방선거 승리를 노리던 예비후보들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을 ‘정치’로 보지 말고 ‘정책’으로 보아 달라고 당부했지만, 이는 바램일 뿐이다. 대통령의 행동은 모두 정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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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17 [19:22] 최종편집: ⓒ 대자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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