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의 글밭 2011-120]
지구의 대재앙,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박 종 국
올 겨울 모질 게 추웠다. 예년과 달리 연일 꽁꽁 얼었다. 그다지 추위를 타지 않는 나도 내의를 껴입을 만큼 혹독한 한파를 달리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폭설도 거푸 내렸다. 그래도 따뜻한 지방이라 눈이 내려봐야 고작 깔리는 정도였으나, 이번 겨울만큼은 푹푹 발목이 빠질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리면 마음이 환해지고 덩달아 애상도 깊었다. 한데 눈 때문에 교통대란을 겪고, 급기야 학교가 휴교하는 등 그 무지막지함에 더 이상 눈 타령을 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겨울 가뭄은 눈이 충분히 해갈한다. 보리마늘양파는 솜이불처럼 눈이 켜켜이 덮일수록 맹추위를 잘 이겨낸다. 봄동이나 겨울초를 비롯한 푸성귀들도 마찬가지다. 눈 이불을 덮어써야 새파란 잎사귀를 돋우고 있는 시금치도 달콤한 향취를 더한다. 겨우내 웅크렸던 씨앗들도 이제 막 땅거죽을 헤집고 나올 기세다. 그게 다 눈의 부추김 덕분이다. 그런데도 올같이 무작스럽게 내린 눈은 농작물의 키 세움보다는 뿌리마저 얼게 까탈을 부렸다. 양파의 본고장이라는 창녕에도 눈 때문에 파종해 놓은 양파의 절반가량이 얼어서 말라버렸다. 자연의 섭리는 농심마저 까맣게 태워버렸다.
이번 겨울 폭설 피해는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뿐만 아니라 거의 전국에 걸쳐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기상이변을 거론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폭설대란은 그동안 무분별하게 살았던 우리네 삶 자체에 있다. 자연을 홀대했던 결과다.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와 산더미같이 쏟아지는 각종의 쓰레기로 말미암아 아미 지구는 곪을 대로 곪아 터졌다. 지구온난화의 여파는 극지방의 만년설을 녹이고 있고, 킬리만자로의 빙설도 까까머리가 되었다.
빙하가 녹고 만년설이 자취를 감추면 그 여파는 물난리라는 부메랑으로 다가온다. 이미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국토 자체를 포기해야할 지경이 이르렀다. 심각한 주제를 다룬 대재앙의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는 엄청난 속도의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는 지구 온난화의 위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처음에 그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가, 그 선전 가치에 열중하게 되었다. 또한 대부분의 관람자들은 영화가 일반인들의 비이성적인 두려움을 가차 없이 이용한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그러나 이 영화는 환경론자, 과학자, 그리고 심지어 전 부통령 알 고어(Al Gore)와 같은 일부 정치가에 의해 과대선전이 되고 있다는 맹점을 갖고 있다.
뉴질랜드는 화산을 직접 체험하는 화이트 아일랜드(White Island)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규모 6.3의 강진이 덮쳐 매몰자에 대한 구조작업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더 이상의 생존자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암울한 전망이다. 이번 지진의 사망자가 76명, 실종자 300여명, 부상자가 2천500여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각국에서 모여든 구조대원들이 속속 현장에 투입돼 한명이라도 더 구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연일 대재앙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구촌이 자연재해로 들끓고 있지만 자연은 변한 게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우리 인간들이 있는 그대로의 물상들을 변용하고, 끝 간 데 없이 약탈을 일삼았다. 게다가 추우면 춥다고, 더우면 덥다고 까탈을 부린다. 비가 많이 와도 탈이요, 눈이 엄청 내려도 못살겠다고 야단이다. 지구의 대재앙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똥이다. 더 늦기 전에 더 이상의 자연홀대를 멈춰야겠다. 자기 주변을 자정하려는 최소한의 양심이 필요한 때다. 사나흘 따스한 봄 날씨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겨우내 껴입었던 옷가지를 훌훌 벗었다. 혹한의 날씨가 언제였냐는 듯이―. 2011. 0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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