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의 글밭 2011-140]
아이들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
박 종 국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을 그냥 지켜보지 못합니다. 무슨 일이든지 간섭하고 다그쳐야 마음이 느긋해집니다. 오직 착하고 좋은 일에만 눈 뜨도록 강요해야 마음이 놓입니다. 자기 아이가 남의 아이보다 공부 잘하고, 능력이 뛰어나야 안심합니다. 아이를 슈퍼맨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래서 아이를 로봇으로 만드는데 바쁩니다.
그런 까닭에 아이들은 요즘 언제나 피곤합니다. 나날이 급변하는 세상에 문제 상황이 다 다르기 마련인데, 아이들에게 옳은 것만 권한다는 것은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입니다. 아이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문화가 있습니다. 문화는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러한 다그침이 사랑이라며 마다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대리만족의 대상이 아닙니다.
공부해라, 책 읽어. 게임하지 마라. 학원가라, 학습지 해라. 일기 쓰라. 숙제하라며 하나같이 ‘해라마라’는 닦달뿐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언제나 지쳐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바람이 크면 클수록 간섭을 적게 가져야 합니다. 아이들 하는 일에 부모의 역할이 너무 크면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가급적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일을 결정하고 즐기도록 맡겨두어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들의 보조자로 꼭 필요할 때만 도와주어야 합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아이가 스스로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다양한 문화를 가리지 않고 다 경험해 보아야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심하게 잘못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인가를 느껴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속에서 아이들은 크게 자랍니다.
사실, 아이들은 말리지 않으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 오락에 심취합니다. 휴대폰을 손에 놓지 않고, 엠피쓰리를 귀에 꽂고 힙합에 빠집니다. 그렇다고 크게 탓할 일이 아닙니다. 아이에게는 부모세대와는 다른 취향의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하지 말라고 제지한다고 해서 쉽게 그만둘 게제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부모가 애써 걸림돌을 만든다면 자녀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길만 어렵게 만듭니다. 아이가 다소 엇나가는 언행을 한다고 해도 부모는 고루한 생각을 버려야합니다. 아이가 속되게 굴지 않는 한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합니다. 일방적인 억눌림보다는 조금 양보하여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쌍방이 노력해야합니다. 합의의 결과도 하나의 문화입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책을 읽지 않는 부모일수록 자녀들에게 책읽기를 강요한다고 합니다. 또한 자신은 컴퓨터 오락에 빠져서 몇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면 무조건 나쁜 것으로 단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 부모와 아이는 의사소통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컴퓨터 게임도, 만화책도 생활의 중요한 도구이며, 문화요, 놀이입니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아이들도 어른들 못지않게 스스로 문화를 누릴 권리가 있고, 자유가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문화생활의 선택권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당연히 그들만의 문화가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빌지 않아도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어른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못 믿듯이 아이들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잠자는 일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관심과 호기심 속에 눈 뜨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그런 어른들 틈에서 크도록 방치한다는 것은 너무나 암울한 일입니다. 단지 어른들 위주의 문화 속에 뒤섞여 적당히 허용되는 문화만 누리라고 허락하는 것은 아이들의 꿈을 망치는 것이요, 아이의 삶 전체를 망가뜨리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부속물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 영원히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습니다. 모두가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그 과정도 하나의 문화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만의 문화가 있습니다. 무턱대고 아이에게 부모 욕심만을 강요했다면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아이들 문화에 대한 새로운 눈뜸이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책 한 권을 읽는데도 부모가 직접 골라서 읽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폭력입니다. 2011. 0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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