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지진이라는 대참사 앞에 일본인들이 보여준 침착한 대응과 시민 의식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문화와 난해한 일본인의 정신세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일본의 문화와 일본인의 정신세계와 관련, 학계와 출판계 등에서 이름난 몇몇 책들을 소개한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유문화사 펴냄)은 일본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최고의 고전 중 하나로 꼽힌다.
베네딕트는 이 책에서 '국화'(평화)를 사랑하면서도 '칼'(전쟁)을 숭상하는 일본인의 이중성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책은 원래 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을 점령한 미군이 참고할 목적으로 작성된 일본인의 특성에 대한 보고서였다.
일본을 단 한 번도 방문한 경험이 없는 베네딕트는 일본에 관한 연구서와 문헌, 소설을 비롯한 문학적 자료와 선전용 영화 등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일본인의 독특한 국민성이 형성된 과정과 배경, 미국과 일본의 상이한 문화적 특징을 짚어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대표 저서인 '축소지향의 일본인'(문학사상사 펴냄)은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을 정도로 일본 문화의 본질을 깊이 있게 분석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문화의 본질을 '축소지향'이라는 키워드에 담아낸 이 책은 일본이 축소를 지향할 때 뛰어난 문화를 창조한 반면 확장을 지향할 때는 자신과 주변에 불행을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박규태 한양대 일본언어문화학 교수의 '일본 정신의 풍경'(한길사 펴냄)은 일본의 밑바탕에 깔린 사유 방식을 탐구한다.
박 교수는 이 책에서 일본인들의 정신 깊숙이 자리한 양가적 속성(ambivalence), 즉 '모순'에 주목한다.
그는 일본 정신을 읽는 키워드로 가미(神), 사랑(愛), 악(惡), 미(美), 모순(矛盾), 힘(力), 덕(德), 천황(天皇), 초월(超越), 호토케(佛)를 제시하고 '고사기' '겐지 이야기' '탄이초' '석상시숙언' '풍토' 등 10권의 책을 통해 일본 정신을 분석한다.
정형 단국대 교수의 '일본, 일본인, 일본문화'(다락원 펴냄)는 일본 문화 현상 중 한국인이 가장 궁금해 하는 11가지 주제를 선정해 비교문화론적인 관점에서 한일 양국 문화의 유사성과 상이성을 분석한 일본 문화 입문서다.
일본의 풍토와 자연관, 역사, 천황과 일본인, 언어와 문학, 전통 예능, 종교의식, 의복·주거문화, 음식문화, 성문화 등 일본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명지대 교수의 '일본 열광'(프로네시스 펴냄)은 '왜 일본의 불륜 영화에서는 꼭 기차가 나오는가?' '왜 일본 만화에 나오는 여자는 항상 하얀 빤쓰를 살짝 보여 주는가?' 등의 사소하고 기발한 질문에서 출발, 일분 문화의 정체성과 이면을 들여다본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일본문화사'(경당 펴냄)는 일본 문화 전반을 살펴본 책이다.
책에는 선사시대 일본인의 기원과 신석기시대 조몬 토기에서부터 중세 정원의 미학, 주군을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는 '주신구라(忠臣藏)' 이야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 게이샤, 전후 대중만화 붐, 현대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화세계에 이르기까지 일본 문화가 망라돼 있다.
일본 중세사 전문가인 저자 폴 발리 미국 컬럼비아대 명예교수는 미야비(雅. 세련된 궁정미), 모노노아와레(사물이나 사건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수성), 사비(寂. 쓸쓸함) 등 일본 문화의 밑바탕에 깔린 미적 감수성을 깊이 있게 풀어낸다.
이 밖에 일본의 종교를 통해 일본 정신문화의 내면을 고찰한 이찬수 강남대 교수의 '일본 정신'(모시는사람들 펴냄), 삼성경제연구소 일본연구팀장을 지낸 이우광 씨가 고도성장과 '잃어버린 10년' 사이에 있는 일본을 분석한 '일본 재발견'(삼성경제연구소 펴냄) 등도 일본인의 복잡한 내면세계와 일본 사회를 들여다보는데 도움이 된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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