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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관을 콘크리트 더미로 밀봉한 무덤들

박종국에세이/시사만평펌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1. 5. 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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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관을 콘크리트 더미로 밀봉한 무덤들  
원자력은 지구적 차원의 규제를 도출하는 지혜가 필요 
 
김영호    
 
미국에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상한 무덤 3개가 있다. 그것도 워싱톤 알링톤 국립묘지, 뉴욕주, 미시간주에 나눠 있다. 납으로 만든 관을 깊이 파묻고 그 위에 콘크리트로 더미로 완전히 밀봉한 무덤이다. 아이다호 동부 광활한 외지에 국립원자로실험장으로 알려진 극비시설이 있었다. 이곳의 원자로가 1961년 1월 3일 연말연시 연휴를 끝내고 11일만에 재가동하는데 갑자기 폭발했다. 이 사고로 군인사병 3명이 죽었고 시신을 납으로 싸고 연관에 넣어 3곳에 분산해 매장한 것이다.

 

이 사고는 미국에서 원자로가 완전히 녹아내린 유일한 핵사고이다. 한 사병의 유가족이 관이라도 보자고 보채자 5분내에 장례식을 치른다는 조건을 달아 가까스로 허락이 떨어졌다. 방사능의 위험성을 말하는 대목이다. 그 무덤의 주인공인 피폭자 시신들은 아직도 강력한 방사능 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한 원자로는 사막 밑에 깊숙이 파묻었고 콘크리트 더미로 덮었다. 하지만 수십년이 지나도록 방사능이 계속 방출됐다. 40년이 지난 2000년 콘크리트 덮개를 새로 고안해 덮기까지는 말이다.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의 지축을 흔든 규모 9.1의 지진이 그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무수한 인명을 앗아갔다. 그 순간 뒤이어 높이 15m의 거대한 물의 장벽을 몰고온 쓰나미가 그림 같은 마을들을 흔적도 없이 삼켜버렸다. 자동차들을 장난감마냥 지붕 위에 올려놓은 그 어마어마한 위세는 무수한 인명과 함께 남은 가족의 집과 재산마저 쓸어갔다. 재앙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후쿠시마 원전지대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물벼락을 맞은 원전의 외벽이 폭발하자 방사능 물질을 뿜어내기 시작해 지금 세계는 핵공포에 떨고 있다. 인류가 일찍이 겪지 못한 지진과 쓰나미가 남긴 그 엄청난 폐허조차 세인의 관심 밖으로 밀어내면서 말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구온난화 개스를 배출하지 않는 값 싼 에너지라는 원전신화를 깨면서 이제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 유럽에서는 원전반대 시위가 다시 불붙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원전강국 프랑스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다. 독일이 1980년 이전에 건설한 원전 7기의 가동을 일단 중단하고 17개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중국이 모든 핵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검사에 돌입하는 한편 신규건설계획을 당분간 중단했다. 스위스가 신규원전 건설계획을 보류했고 이탈리아도 뒤따랐다. 멕시코, 베네수엘라, 이스라엘, 태국, 필리핀이 이 대열에 가세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최악의 시작인지, 끝인지 아무도 모른다. 25년전 세계가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목도했지만 핵재앙을 두려워않다가 일본에서 되살아난 꼴이다. 이 나라는 일본의 최인접국이지만 집권세력은 기이하게도 100% 안전하다는 허구의 신화를 맹신하는 모습이다. 놀랍게도 원전 주무장관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국회에서 “우리나라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 미사일, 비행기 공격에도 안전하다"고 장담했다. 원전관리를 맡은 한국수력원자력은 신문광고를 통해 "국내 원전은 지진, 쓰나미 등 모든 자연재해에 대비해 안전하게 설계해 운영되고 있다"는 선전했다. 미사일과 자연재해의 파괴력을 뛰어넘는다는 과신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친다. 그것도 30년 수명을 다한 고리원전 1호기가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에서 말이다. 이것은 원자력 안전에 대한 도박이다.

 

일본 원전사고 이전의 일이지만 이명박 정권은 UAE 원전수주 이후 원전을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이란 말로 포장해 신성장 산업이라는 자랑을 일삼았다.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국내에서도 원전을 대규모로 건설한다는 웅대한 계획이다. 현재 원전 21기가 전체전력의 34.1%를 공급하는데 2030년까지 17기를 더 건설해 전체전력의 59%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세계가 원전의 잠재적 위험성을 다시 깨닫는데도 증설계획을 수정할 의사를 전혀 내비치지 않는다. 우려의 시각을 전가의 보도인 이념으로 착색해 좌파로 매도하면서 말이다.

 

핵재앙은 그 폐해가 국경을 넘어 당대는 물론이고 후대로 이어진다. 무차별적인 피해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인류에게 안겨준다는 말이다. 체르노빌의 비극이 그것을 말한다. 기술의 만능을 신봉하는 인류의 교만이 그 참상에서 눈을 돌린 사이 후쿠시마가 세계에 다시 경각심을 일깨운다. 이제 지구적 차원의 규제를 도출하는 인류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 점에서 EU(유럽연합)가 14개 회원국이 보유한 143개 원자로에 대해 전면적 안전검사를 실시한다니 의미가 크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
시사평론가  
<건달정치 개혁실패>의 저자  
본지 고문  













 
기사입력: 2011/05/03 [04:00]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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