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를 던진, 다시 칼을 뺀 일본
한병선 교육평론가 webmaster@idomin.com
거리를 표현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절대거리, 시간거리, 심리거리다. 이중 심리거리는 개인과 집단 간의 친소관계를 결정한다. 같은 절대거리에 있어도 역사·문화적 배경에 따라 심리적 거리는 달라진다. 예컨대 한국과 일본의 절대거리, 시간거리는 가깝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여전히 멀다.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우리뿐 아니다. 국제관계에서도 일본을 멀게 느끼는 경우는 많다. 몇 년 전의 일이다. 한미연구소(CAS) 주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데니스 헬핀 미국하원 국제관계위 전문위원이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일본의 '역사건망증'을 겨냥한 내용이다.
역사건망증 심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이렇게 말했다. "일본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어 미국의 세계 전략에 파트너가 되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역사에 대해 진솔하게 반성하지 않는 한 결코 그렇게 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인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을 기념하는 공휴일을 제정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야스쿠니 신사가 알링턴 국립묘지처럼 되려면 전범들의 위패를 없애야 한다." 뿐이랴, 중국도 기회만 되면 일본의 자성을 촉구한다.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식민지 시대 역사의 피해자로서 가해자에게 할 수 있는 당연한 요구다. 절대거리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멀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예들이다. 우리는 더욱 그렇다. 아무리 이웃 간의 우호선린을 강조해도, 침략사관의 미몽에서 깨어날 것을 주문해도 반응은 마이동풍이다. 오히려 상황은 거꾸로 간다. 일본은 역사왜곡을 한 적이 없으며 일본 학생들에게 '자학사관'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도 서슴없이 한다. 이런 일본 고위각료들의 망언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번에는 교과서 문제로 역사의 몰인식을 드러냈다. 이 역시 늘 반복되는 문제지만 이번에는 표현강도가 더욱 강해졌다. 왜곡된 내용을 수록한 교과서 비중도 증가했다. 과거 중학교 사회교과서 23종 중 10종이 독도 영유권을 기술했던 것과 비교, 이번에는 66%로 늘어났다. 브레이크 없는 기차에 가속도가 붙는 상황이다. 심리적으로 가까워지기 어려운 이런 일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답은 일본의 이중성이다. 문화인류학자 베네딕트가 <국화와 칼>에서 이를 잘 지적했다. 그에 의하면, 일본인들은 얌전하다. 하지만, 싸움을 좋아한다. 군국주의적이지만 탐미적이다. 불손하면서도 예의가 바르다. 완고하면서도 적응력이 있다. 충실하지만 불충실하다. 용감하면서도 겁쟁이다. 보수적이지만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인다. 모든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매우 신경을 쓴다. 그러면서도 타인이 자기의 잘못을 모를 때는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독도 실효적 지배 강화가 효과적인 방법
베네딕트가 일본인들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이런 태생적 모순이 일본인의 진실이란 것, 겉으로는 아름다운 국화를 들고 있지만 허리에는 상대를 베는 차가운 칼을 찬 사람들이란 것이다. 속과 겉이 완전히 다른 일본인이란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본론으로 와서, 심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을 기대하는 것은 이래서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독도에 대한 우리의 실효적 지배를 더욱 강화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상황이 독도와 비슷한 북방열도의 경우처럼. 러시아도 쿠릴열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고 있지 않던가. 이를 위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지 않았던가.
/한병선(교육평론가)
[도민춘추] 국화를 던진, 다시 칼을 뺀 일본
http://www.idomin.com 경남도민일보
| 어느 봄날 김미화 앵커에 생긴 일 (0) | 2011.05.12 |
|---|---|
| 유행 아닌 삶의 방식으로서의 에코 (0) | 2011.05.08 |
| 쌈지뜨면 지나니 대해로 나가라 (0) | 2011.05.07 |
| 납관을 콘크리트 더미로 밀봉한 무덤들 (0) | 2011.05.04 |
| 일본인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다 (0) | 2011.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