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의 글밭 2011-170
왜 스승의 날을 앞두면 속이 편치 않을까
박 종 국
교단에 선 지 29년째다. 햇병아리 교사가 지천명의 문턱을 딛고 섰다. 그동안 수많은 아이들과 결 고른 인연으로 만났다. 무시로 건강한 인사를 전해주곤 하는데, 생각나는 제자들이 많다. 6학년 담임만 20년째 맡았다. 첫 제자와는 채 열 살 정도의 나잇살이다. 숫제 같이 늙어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벌써 12번째 제자 주례를 섰다. 오늘 아침 지난해 3월 14일 결혼한 제자로부터 득남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제 할아버지 됐다고. 이만저만한 행복감이 아니다. 교사로서 이만 한 자족감이 또 있을까.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제자들로부터 문자메일이 빗발친다. 남해 광천초 제자들한테는 청초한 난화분이 날아왔다. 서른셋인 그네들은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성의를 챙긴다.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마음 표시이기에 고맙게 받았다. 하지만 일체의 선물세례는 현재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에서부터 단속하였다. 그래도 이번 스승의 날은 일요일이라며 금요일에 아이들은 꽃과 편지를 안겨주며 야단을 떨었다. 스승의 날이 일요일인 게 다행스럽다. 억지 춘향 해야 할 부담하나 들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스승의 날을 앞두면 속이 편치 않았다. 유독 스승의 날을 즈음해서 불거지는 불협화음에 지레 가위 눌린 탓이다. 이는 비단 나만이 느끼는 피해의식이 아닐 것이다. 스승의 날은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제정된 바람직하지 못한 행사였다. 한때 교사들을 군홧발로 다그치며 정권의 시녀로 나팔수로 길들였던 군사문화의 산물이다. 그런데 왜 교사 당사자들이 불편해하는 스승의 날을 의례적으로 이어가고 있는지 그 까닭을 모르겠다.
교사들은 스승의 날이라며 따로 부추김 받는 것이 달갑지 않다. 때문에 차라리 없앴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만큼 스승의 날 하루가 교사로서 당당하고 떳떳하기보다는 스스로 비굴해지고 처참해지는 일이 많다. 의례적인 스승의 날은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다시 한번 간청해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승의 날을 없앴으면 좋겠다. 대신에 국제노동기구(ILO)에 규정되어 있듯이 ‘노동자의 날’과 같이 이 땅의 모든 교사들이 자존감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교사의 날’을 마련하면 좋겠다(교사의 날은 스승의 날과 분명 그 실천적 의미가 다르다). 하여 최소한 그 날만큼이라도 교사로서 자긍심을 되새겨볼 수 있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더 이상 스승의 날이란 빌미로 직분에 헌신적인 교사들을 욕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현장에서 떳떳하게 설 수 있고, 교사로서 당당하게 대접 받았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가 부담 없이 한데 어울렸으면 좋겠다. 그간 우리 사회가 이처럼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자기소임을 다하고 있는 이 땅의 교사 덕분이 아닌가. 2011. 05. 14.
□ 박종국(교사, 수필가, 칼럼니스트)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 활동. 이후 일체 어디 한 곳에 얽매이기보다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으며, 현재 경남작가회의 회원이사,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다. 작품집으로는 『제 빛깔 제 모습으로 함께 나누는 사랑은 아름답다』도서출판 두엄, 2002. 『하심』에세이출판사 2007이 있다.
손전화 : 011-868-8947. 이메일 : jongkuk600@hanmail.net. 경남창녕 부곡초등학교, 블로그 "행복한 꿈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http://blog.daum.net/jongkuk600)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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