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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원전은 안전하다고 둘러대는 사람들이 무섭다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1. 4. 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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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의 글밭 2011-155]


그래도 원전은 안전하다고 둘러대는 사람들이 무섭다


박 종 국


  “사람이 무섭네요. 동물들이 원자력발전소를 만든다면 그들도 하늘로, 바다로, 땅으로, 땅속으로 방사성물질을 내보낼까요?”

  “글쎄다. 단지 싸고 편리함만을 쫓다가 낭패를 다하고 있는 세상이다.”

  “일본이란 나라 이해가 안돼요. 방사성물질을 바다로 내보낼 때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는 일체 의논하지 않고 미국과는 사전에 조율했다고 하잖아요. 게다가 그런 경황 중에도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걸 봐요.”

  “어디 일본이란 나라 이해 안 되는 게 한두 가지냐.”

  “방금 방송 들으셨지요? 방사성물질이 섞인 비가 내리고 있으니 비를 맞지 않도록 조심하라고만 하는 걸….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 내가 생각해도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원자력 정책결정의 폐쇄성에 있어 두 나라가 닮은꼴이야. 한심해.”

  “빗물 속에 방사성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이 어제오늘 일 아니잖아요.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함께나 쓰는 나라들이 몰래 핵실험을 하고 내다버린 방사성물질이 어느 나라엔들 떠다니지 않겠어요. 이번 일본 원전사고만 갖고 호들갑을 떨게 아니에요.”

  “원래 우린 망각이 심하잖아. 큰일을 당해도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어.”

  “그런 것 같아요.”


어제 창원에 병문안 갔다 고교 동창생을 만나 약주가 불콰한 탓에 오늘 아침에는 버스를 탔다. 노인요양병원에 공익 근무하는 아들과 함께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가르며 버스는 냅다 달렸다. 8시 정각 차속 라디오에서 지금 내리는 빗방울 속에 일본 원전의 방사성물질이 극히 미량으로 묻어 내린다는 뉴스를 들은 직후 일본 원전사고에 대한 아들의 성토였다. 뉴스진행자는 거듭해서 인체에는 피해가 없다면서 가능한 비를 맞지 말라는 것을 강조했다. 비를 맞지 말라고 하면서도 피해는 없다는 말이 영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는 숫제 돌무더기가 쏟아지는 데도 ‘낙석주의’라는 표식하나만 덜렁 붙여놓은 도로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진해일(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4주가 지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폭발 원전 냉각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아 원자로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사활을 건 원전복구대의 노력에도 원전은 마치 시한폭탄 같은 상태다. 게다가 방사성물질이 하늘과 바다, 땅 위 땅속까지 스며들어 원전 노동자와 지역주민은 물론 전 세계인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원전 사고를 대하는 일본정부의 처신머리다. 방사성오염물질로 온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도 그들의 원전 사고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듯 경위가 명확하지 않다. 연일 뭔가 감추는 듯한 구린내가 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토양오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원전 반경 20km 내인 현행 주민대피 범위를 확대하라고 일본에 권고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이미 엄청난 양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많은 핵 전문가들은 반경 40km 이내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고 단정하고 있다. 수돗물과 시금치, 일부 육류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었고, 원전 인근 지하수에서는 기준치의 1만 배에 달하는 방사성물질이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바다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NISA)은 제1원전 1~4호기 남쪽 배수구 부근 바닷물에서 기준치의 4385배에 달하는 방사성 요오드 131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동경전력은 이러한 바다 오염의 원인 중 하나로 2호기의 균열된 곳에서 1000밀리시버트(mSv)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장면을 공개했다. 


한편, 편서풍을 타고 날아간 방사성물질은 미국, 독일, 중국 등 대륙과 대양은 물론 극지방까지 나타나고 있다. 며칠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것으로 확인되는 요오드,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불안한 것 하나는 원전 사고의 방사성물질이 어디든 떠다닌다는 것이다. 노르웨이대기연구소(NILU)는 조만간 한반도에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바람이 직접 상륙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본 원전사고의 방사성물질은 지구촌 전체를 싸잡고 있다. 핵분열에 따른 공포는 더 이상 원자력이 '무한에너지'라는 환상을 뭉개버렸다. 원자력 안전 신화는 이제 속빈 강정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아직도 편서풍 타령만 하고 있다. 정부의 방사능재해 대처 상황을 보면 불안하다. 더욱이 한반도의 방사성물질에 대한 측정발표에서 말갛게 드러난 재해관리체계 미비는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는 논리를 무색케 하고 있다. 사정이 급박한데도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하다고 둘러대는 사람들이 무섭다. 현재 우리나라는 단위면적당 세계 최고 밀집도의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다. 제발이지 말장난 그만했으면 좋겠다. 2011. 04.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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