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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을 열며] 아! 노무현

박종국에세이/시사만평펌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1. 5. 1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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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을 열며] 아! 노무현  
  
2011.05.16  경남도민일보 webmaster@idomin.com     
 
그해 오월. 그의 비극적 선택이 준 충격은 너무 컸다. 피붙이 살붙이가 아닌 타인의 죽음에도 그렇게 둔중하게 지속하는 통증을 느낄 수 있음을 처음 알았다. 그토록 극단적 방법을 결행한 그가 그저 원망스럽기만 했다.

 

"그래, 잘나셨어. 그래도 좀 견뎌 내지. 헛것들이 제 밑이 구리니 저 지랄들을 하는데 그까짓 수모조차 목숨하고 바꾼다면 우리 같은 사람은 이 비루하고 남루한 세상살이를 어찌 견디라고 아이고…."

 

그 외람되고 몽매한 애도는 참으로 따뜻한 품성과 강인한 정신을 지닌 매력적인 남자 노무현에게 부리는 어깃장이요 넋두리였다.

 

위엄 걷어내고 서민 지도자 직임 맡은 당신

 

그를 처음 본 것은 88년 5공 청문회를 중계하는 화면에서였다. 정경유착의 당사자로 증인석에 선 정주영에게 심문자로 나선 국회의원 명색들이 "회장님"이라 칭하며 비굴한 웃음을 머금고 황송하게 '여쭙는' 코미디를 지켜보며 혀를 차고 있었다.

 

진풍경이 벌어진 것은 그 어수룩하고 낯선 새내기 의원이 마이크를 잡으면서부터였다. 받침이 절도 있게 똑 부러진 경상도 발음으로 추궁해 나가는데 정곡을 찔린 천하의 정주영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것이었다. 느물거리며 답변을 눙치고 은근슬쩍 넘기던 한국 최대의 재벌 총수가 일순간 떡이 되었다. 서슬 퍼런 눈길로 의원들을 압도하던 전임 안기부장 장세동도 벅벅거렸고, 전두환은 하마터면 날아간 명패에 칠성판을 맬 뻔했다.

 

그가 노무현이다. 그때부터 그의 정치적 행로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사람을 위해 법이 있는 것이지 법을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명구를 날리며 파업 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바닥을 뒹굴었고, 반독재 투쟁으로 붙들린 젊은이들의 구명에 앞장선 인권 변호사였다.

 

김영삼의 3당 야합에 정면으로 맞섰고 지역구도 청산의 실현을 위해 의원직을 초개같이 던졌다. 그리고 마침내 대통령이 된 것이다.

 

기대했던 바대로 그는 용상에 앉아 옥음을 굴리는 지엄한 나라님이 아니라 위엄 따위는 걷어낸, 서민과 동류의 언어를 구사하는 지도자로 직임을 시작했다. 우리의 곡식을 맡아 관리 집행하다가 임기가 끝나면 다시 우리 중의 하나로 돌아오는 대통령을 가질 수 있음은 지지리도 지도자 복이 없는 이 나라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생명 가진 모든 것은 존귀하다. 굶는 이 없어야 하고 아프면 치료받아야 한다. 느끼고 누려야 하기에 교육받아야 하고 등짝 붙일 거처가 있어야 한다. 그가 말했던 '사람 사는 세상'은 공동체가 이루어야 할 궁극의 목표이고 나는 그에게서 실현 의지의 진정성을 보았다. 그렇기에, 시종 그를 흔들었던 민주당의 이중성이나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는 중도 우파"라는 모욕적 언사로 보수 꼴통 못잖게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던 이른바 진보 진영 모두 징그럽다. 사악한 수구 정치집단이나 검찰, 조·중·동 따위는 차치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접어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그가 다루었던 정치적 행위에 대한 공과는 평가를 거쳐 새겨질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처구니없게도 역사의 역진을 목도하고 있다. 순식간에 나라가 개판이 된 것이다. 한시바삐 퇴행하는 역사를 바로잡는 길로 나서야 한다. 또다시 말로만 하는 연대, 조직의 이기적 생존을 위한 행각으로 저 무능하고 부도덕한 무리의 진행을 멈추지 못한다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민중의 몫이 될 것이다.

 

그는 갔지만 우린 덕택에 참 세상 얻을 것

 

스코트 니어링이 백 번째 생일을 맞이하던 날, 이웃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이 들고 온 깃발 하나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스코트가 백 년 동안 살아서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었다."     
 
노무현 선생! 당신은 비록 그렇게 가셨지만 당신이 다녀가신 덕택에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얻을 것입니다.

 

/홍창신(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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