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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칫국물에 밥 말아먹는다

박종국교육이야기/노는아이풍경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1. 6. 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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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칫국물에 밥 말아먹는다

2011년 6월 23일

박 종 국

 

난 시큼한 김칫국물을 좋아한다. 그런 까닭에 학교 급식실에서도 곰삭은 김치를 내놓 때면 으레 김칫국물 한 대접을 따로 준비해놓는다. 특히 잘 익은 열무김치는 한 대접으로도 부족하다. 나에게 있어 김칫국물은 농익을수록 더 감칠맛이 난다. 오늘도 정말이지 풍성한 한 끼 식사를 했다. 여느 사람들은 마블링이 확실한 소고기를 구워먹을 때 포만감을 느낀다고 하지만, 난 육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함께 밥을 먹는 동료들은 맨밥에다 열무김치로 비벼놓은 내 밥을 보고 이가 시린다고 했다. 그건 숫제 비빔밥 수준이 아니라 김치국물국밥이었으니까. 하지만 난 그런 밥을 먹을 때 참 즐겁다. 그런 나를 두고 우리 학교 영양교사 백선생님은 너무나 식성이 좋다고 얘기한다. 평생 요쿠르트를 사서 먹을 필요는 없겠다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집에서도 김치 일절은 내 손으로 직접 담는다. 배추김치는 물론, 열무김치나 각종의 물김치까지.

그렇다고 내가 꼭 농익은 김치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갓 버무린 김치도 엄청 좋아한다. 김치를 막 치대고나서 맨밥 한 그릇 뚝딱할 정도다. 일찌기 가수 정광태가 '김치 애찬가'를 불렀는데, 어쩜 그렇게도 딱딱 들어맞는 노래를 불렀을까. 정말 김치가 없다면 무슨 맛으로 라면을 먹을까. 그런데도 요즘 아이들은 김치를 꺼린다. 굳이 배추김치만 탓하는 게 아니다. 어느 김치라도 선뜻 집어들지 않는다. 코쟁이 나라에서 물 건너온 것들에 입맛을 버렸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으로 그런 즉석식품을 주지는 않지만, 간혹 학급행사나 생일잔치로 준비된 음식에는 빠짐없이 햄버그 치킨 피자가 안주인이다. 그럴 때면 어느 누구도 그것을 마다하는 사람이 없다. 잘도 먹는다. 맛이 있단다. 난 아직 피자와 햄버그는 입에 대지 않는다. 순수토종이라기보다 어렸을 때부터 먹어보지 않고 자랐기에 도저히 속이 니글거려 냄새조차 싫다. 나 같은 사람이 많으면 아마 패스트푸드점은 망할 거다.

게다가 나는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그 이유는 딱 두 가지다. 먼저 난 속아지가 별나서 그런지 커피를 마시면 소화가 안 된다. 보통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왠지 커피를 마시면 속이 더부룩하고 속이 니글니글 거린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 사람들 1년에 320 여 잔을 마신다는 커피를 난 단 한 잔도 안 마신다. 내가 커피를 멀리하는 두번째 이유는 커피 생산국가에서의 노동착취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값비싼 커피도 실상 생각국가에서는 거저 공짜인 가격이다. 아무튼 커피는 노동력 착취가 심한 식품이다.

방금 김칫국에 밥 말아먹고 와서 그런지 무척이나 후텁지근한 날씨엔데도 속이 시원하다. 밤새 소나기가 듬뿍 내렸는데도 하늘은 무겁다. 굵은 소나기가 들이닥칠 기세다. 창문을 활짝 열어 두었다. 세찬 빗소리라도 넉넉히 들어야겠다. 오늘은 참 한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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