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의 일상이야기 2012-25 책표지가 예쁘다고 최고의 책이 아닙니다
책표지가 예쁘다고 최고의 책이 아닙니다
박 종 국
아름다운 말에는 낼 하늘같은 아이들을 다시 만납니다. 한 달여 방학이 끝났습니다. 그동안 몸집이 부쩍 커졌으리라 생각하니 하루해가 깁니다. 조용하던 학교는 아이들의 티 없이 맑은 웃음으로 기지개를 켤 것입니다. 꽉꽉 닫혔던 창문을 열어젖히고 교실 정리를 해뒀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온기가 없는 교실 헛헛하기만 합니다.
어디하나 미운 데가 없는 아이들, 만나자마자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주저리주저리 엮어내기에 바쁠 겁니다. 여느 때나 개학 풍경은 그러합니다. 더구나 학년말이라 새 학년 새 학기에 이야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바람으로 방학 내내 갇혔던 교실 공기를 내보냈습니다.
항상 쫑알대는 아이들 쾌활한 것 같아도 찬찬히 지켜보면 칭찬과 인정을 받는데 따라 활기가 다릅니다. 꾸지람 속에 자란 아이 비난하는 것 배우며, 미움 받으며 자란 아이 싸움질을 하게 되고, 놀림 당하며 자란 아이 수줍음을 타게 됩니다. 그렇지만 관용 속에서 키운 아이 참을성을 알게 되며, 격려 받으며 자란 아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칭찬 들으며 자란 아이 감사할 줄 알게 됩니다. 또한 공정한 대접을 받고 자란 아이 올바름을 배우게 되고, 안정 속에 자란 아이 믿음을 갖게 됩니다. 두둔 받으며 자란 아이 자신에 긍지를 느끼며, 인정과 격려 속에서 자란 아이 온 세상에 사랑이 충만함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날마다 많은 말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아름다운 말이 있는가 하면 남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말도 많습니다. 그 어떤 경우라도 뜨거운 불은 치명적인 화상을 남기게 마련입니다. 불을 지른 쪽은 멀쩡할 수 있지만, 불길에 휩싸인 쪽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불길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입은 화상이야말로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흉한 자국으로 남게 됩니다. 말속에도 향기와 사랑이 있습니다. 항상 좋은 말만하며 살아간다면 듣는 이나 말을 하는 이에게나 모두 가슴에 넘쳐나는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나도 외적인 면에 치중하여 사람을 바라보곤 합니다. 그것은 마치 책표지가 예쁘다고 최고의 책이라고 우겨대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어리석음을 자주 반복하곤 합니다. 더 이상 외모나 겉치레로 사람의 인격까지 판단해 버리는 그런 실수는 저지르지 않아야겠습니다. 무시로 내뱉는 말 한 마디도 마찬가집니다. 행복을 일깨우는 작업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것은 작은 일에서부터 자신이 만들어 가는 꽃밭입니다. 타인의 험담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칭찬하는 말이, 상처 주는 말보다는 위로하는 말이, 비난보다는 격려의 말이, 나와 타인의 삶을 행복하게 합니다.
"마크 트웨인"은 "멋진 칭찬을 들으면 그것만 먹어도 두 달은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복잡한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서로의 격려와 칭찬과 긍정적인 말은 이 세상을 훨씬 밝게 만드는 초석입니다. 사랑은 기적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는 이웃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은 새로운 힘과 용기를 줍니다.
천사는 태어나기보다 만들어집니다. ‘양’의 탈을 쓴 ‘이리’에게도 희망이 있습니다. 아무리 이리 같은 사람도 양의 얼굴을 하고 양처럼 살려고 하면 신기하게도 진짜 양처럼 됩니다. 사랑은 얼굴을 변화시킵니다. 사랑하면 마음이 예뻐지고, 마음이 예뻐지면 생각이 예뻐지고, 생각이 예뻐지면 얼굴도 예뻐집니다. ‘마음’을 예쁘게 가꾸면 ‘얼굴’도 예쁘게 됩니다. 사랑이 깃든 예쁜 말은 또 다른 사랑을 불러옵니다.
이렇듯 자라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일깨워주는 칭찬은 아이를 자신감 있는 존재로 자라게 합니다. 고래도 칭찬하면 춤을 추듯이 아름다운 말에는 향기가 분명 있고, 용기를 부추기는 힘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말에는 사랑이 분명 있습니다. 늘 향기를 안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더 좋은 바람으로 아이들을 만날 겁니다. 아이들, 어떤 얼굴로 다가설까. 2012.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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