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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 읽기

박종국에세이/독서칼럼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1. 7. 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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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의 글밭 2011-199

 

행복한 책 읽기


박 종 국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부모는 애써 닦달하는데, 아이는 꿈적하지 않고 텔레비전에 넋을 잃고, 인터넷에 매여 있습니다. 화딱지가 나고, 언성이 높아집니다. 책과의 사투가 시작됩니다. 아이도 지지 않고 자기 속내를 드러내 보입니다. 재미가 없다는 데 단지 책 읽기만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아이들도 제하고픈 일에 선택여지를 주어야 합니다. '책 읽어라!'는 소리가 대문 밖으로 나가면 아이는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습니다.

 

왜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을까요? 무슨 까닭에 소똥닭똥 피하듯 꺼리는 걸까요? 아이들이 인터넷에 빠지거나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분명 문제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그러한 행동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같이 놀아줄 친구가 없고 외롭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혼자서 책을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부모나 형제, 친구와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싶은 겁니다. 책 읽기는 강요나 의무감으로 비춰서는 안 됩니다. 자연스런 습관으로 배어나야 합니다.

 

책은 아이의 눈에 닿는 곳에 있어야 합니다. 비싼 전집을 책장 빼곡히 정리해놓은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그만 질려버립니다. 책은 장식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책은 소중하니까 때 탈까 봐 제재를 가하는 것만큼 아이들은 책으로부터 멀어집니다. 책은 무시로 읽혀야하고, 군데군데 밑줄이 작작 그어져야 합니다. 손때가 듬성듬성 묻어야 합니다.

 

혹 아이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무엇을 읽었는지 꼬치꼬치 캐묻지 않습니까? 아이가 책을 다 읽자마자 독서 감상문을 쓰라고 닦달하지는 않습니까? 만화는 무조건 읽지 말라고 책망하지는 않습니까? 또한 옆집 아이와 비교해서 책을 읽히지 않는지요. 부모의 지나친 보살핌이 되레 책과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한꺼번에 책을 왕창 사 주거나 아이의 수준보다 어려운 책을 골라주지는 않는지요. 아이가 읽고 싶은 책보다 부모가 읽히고 싶은 책을 읽히지 않습니까? 아이가 재미있어 하며 책을 읽고 있는데 글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습니까? 아니면 아이가 같이 책을 읽자고 하는데 바쁘니까 혼자 읽으라고 손사래 친 적은 없습니까?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던 자잘한 경우들이 아이가 책과 멀어지게 합니다.

 

아이들과 시간을 정해 놓고 서점에 가 보세요. 아이가 서점에 가서 여러 가지 책을 구경하면서 새 책을 골라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보세요. 평소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읽고 싶은 책, 좋아하는 책의 목록을 아이 스스로 만들어 보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서점에 가기 전에 아이랑 어떤 책을 고를 것인가를 미리 얘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동화책만을 좋은 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농후합니다. 그렇지만 아이의 상상력은 동화 속에서만 계발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 역사, 상식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골고루 접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는 여러 책들을 통하여 미지의 세계, 신비한 자연 현상, 아주 오랜 옛날이야기를 통해서도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냅니다.

 

음식도 편식을 하면 균형 잡힌 영양가를 섭취하기 어렵듯이 책도 편식을 하게 되면 한 쪽 부분의 영양분이 부족하게 됩니다. 아이랑 책을 읽고 난 다음 그 내용을 이야기하거나 토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럴 때 아이는 책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고, 책만 봐도 신이 나서 책과 더불어 지내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서점가면 나올 줄 모르는 아이가 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책을 사 줄 때는 전집류보다는 낱권이 좋습니다. 명작동화나 위인전 같은 전집류는 전개방식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너무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책에 대한 흥미가 약해집니다. 책을 몽땅 안기면 아이는 쉽게 싫증을 내고 맙니다. 아이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고르도록 해 보십시오. 제 아무리 교육전문가가 추천하고, 교육적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에 그렇다는 것임을 명심해야합니다.

 

아이가 서점에 갔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고,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를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줘야 합니다. 아이는 아이들의 눈으로 책을 봐야 합니다. 서점 못지않게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도 책 읽는 올바른 습관을 들이는데 좋습니다. 대출카드도 만들고 자료 이용도 함께 해 보세요. 아이가 무척 좋아할 것입니다. 책의 보고인 도서관을 이용하면 공짜라는 매력이 아이와 부모에게 책에 대한 부담감을 상쇄시켜 줍니다.

 

책을 읽고 나면 따지듯 줄거리를 요약하는 듯 독후감을 강요하지 마십시오. 아이는 그것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단지 줄거리만을 요약하는 강요된 독후감은 암기력을 측정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구태의연한 책읽깁니다. 그러한 타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올바른 독후감 쓰기 지도는 책을 읽고 머릿속에 남는 장면이나 대화, 또는 인물을 이해한 만큼만 그려낼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방법을 찾자면, 먼저 아이가 읽는 책의 내용을 부모가 대강이라도 읽어보고 알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 또는 재미있거나 몹시 슬픈 사건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부모와 이야기를 나눈 것을 쓰게 합니다. 이때 못 다한 말을 다 써보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느 정도 습관이 들 때까지 부모도 독후감을 쓴 후 서로 바꿔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책 읽는 버릇을 들이는 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책 읽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게 좋습니다. 더구나 함께 책을 읽으며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서로의 고민을 책 읽기를 통해서 풀어보는 기회가 될 것이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행복한 책 읽기가 됩니다. 2011.07.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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