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의 일상이야기 2012-114
누가 제 자식 예쁘지 않으랴
박 종 국(교사, 수필가)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무얼까. 원하는 것이야 많겠지만 대부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해 보았으면 한다. 근데도 그게 마음대로 안 된다고 한다. 부모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서 태어났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아이의 생각을 강요해서 안 된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지나치게 많은 사랑을 쏟아 붓는다. 그게 참사랑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 사랑이 아이들에게 좋은 바탕이 될까? 아니다. 아이들은 그저 베푸는 사랑을 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것 하라 저것 하라는 간섭 없이 자기가 하고픈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진정한 바람이다.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린다. 오늘 아침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등교할 때 우산을 챙겨주면 갑작스럽게 비가와도 발을 동동거리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매번 비가 내릴 때면 하굣길에 교문 밖에서 많은 어머니들이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냅다 뛰면 아이들 걸음으로도 수 분만에 집에 도착할 수 있다. 그 짧은 거리에 혹 내 아이가 비 맞을까싶어 우산을 가져 온 것이다.
아이가 우산을 받쳐 들고 가면 또르르 흘러내리는 빗소리도 느낄 것이고, 변화무쌍한 자연현상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터득할 수 있다. 친절(?)한 부모는 애써 그런 행복마저 빼앗아 버린다. 뿐만이 아니다. 학교 공부를 마치자마자 학원과외가 줄을 잇는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농촌지역으로 그렇게 형편이 여유로운 편은 아니다. 그런데도 애꿎은 교육망령은 농촌지역에까지 속속 박혀들었다. 방과 후 내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고 있으면 자꾸만 뒤쳐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는 이유다.
누가 제 자식 예쁘지 않고 소중하지 않을까. 그러나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초등학생이면 아무리 빗방울이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요란을 떨어도 태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어른들이 함부로 개입하지 않아야한다. 부모는 제 아이에게 다함없는 사랑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무조건적인 사랑보다 아이들은 부모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치졸해지는지 모른다. 오직 자기 것, 자기만을 위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가. 차를 사거나 가구를 살 때, 그릇을 사고 옷을 살 때 얼마나 집중으로 요모조모를 따져보는가. 그런데도, 그러한데도 정작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인 아이를 키우는 데는 쓸데없는 욕심으로 가득하여 그냥 강요하고, 억압하며, 내 방식대로 다그치며 고집하려든다.
아이의 장래를 느긋하게 생각해 보아야한다. 아이들은 하루살이도 한철만을 살다가는 메뚜기가 아니다. 어떤 유형의 영혼으로 자랄 것인지 겸허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과연 어떤 아이로 자랄까? 아이가 개성 있는 삶을 영유하기를 원한다면 부모의 욕심을 던져 버려야한다. 하지만 천민자본주의가 팽배한 지금 한국사회에서 그것을 과감하게 떨쳐버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걸핏하면 아이들을 닦달하지만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해야한다. 하잘것없는 아이 잘못에 화내지 말고, 아이랑 싸우지 않아야한다. 아이랑 즐거움을 나누어야 한다. 때론 기도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침묵하며 자연을 즐기고, 나무와 풀꽃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한다. 새소리를 많이 듣게 해 주고, 자연에 것을 좀 더 많이 사랑하도록 일깨워 주어야한다. 그게 아이를 크게 키우는 것이요, 더없는 아이 사랑법이다. 그런 사람 눈에는 아이들이 신성한 존재들로 보인다. 2012.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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