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산 사랑의 묘미_박종국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2. 5. 7. 18:01

본문

728x90

 

박종국의 일상이야기 2012-115


산 사랑의 묘미


박 종 국(교사, 수필가)


인자요산(仁者樂山). 결 좋은 사람은 산을 찾는다. 그러나 산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쉼 없는 고통과 끝없는 인내를 요구한다. 다리품을 팔아 턱턱 목이 막히는 고통도 참아내고 비지땀도 쏟아야 한다. 누군가 산에 즐겨가는 나를 두고 사서 고생한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내려올 산을 뭣 땜에 죽을 고생을 하느냐는 닦달이다.


산에 오르면 시나브로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그냥 눈인사만이 아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친근하다. 그게 산을 찾으며 맛보는 즐거움이요 보람이다. 어제는 반 아이들과 함께 마산 무학산에 올랐다. 스물아홉 아이 중에서 고작 일곱 명이 참가했지만 더 바랄 게 없는 산행이었다. 더구나 평소 존경하는 주오돈 시인님께서 동참해 주셔서 보다 의미 남는 산행이었다.


누구나 한두 가지의 취미를 가지고 있다. 나의 경우 책 읽고, 글 쓰며, 여행과 등산, 사진 찍느라 바쁘다. 지기들과 대작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삶의 효용론 측면에서 볼 때 취미생활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골프와는 담을 쌓고 있다. 그것은 나와 걸맞지 않은 스포츠다. 나는 늘 입고 다니는 옷가지처럼 편안한 취미생활이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자기 취미생활을 전염시키려하는 사람들이 있어 속이 상할 때가 있다. 일례로 골프다. 언젠가부터 골프가 귀족스포츠로 인식되면서 철철 넘치는 부(富)를 과시하는 매개물이 되었다. 골프채만 휘두르면 그 순간부터 한껏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의 쾌감을 드러낸다.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골프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연일 줄을 잇고 있다. 그렇다고 골프를 치는 것에 색안경을 끼는 것은 아니다(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개중에는 골프하기에 멋쩍은 인간이 있다).


텔레비전 어느 광고 카피처럼 ‘열심히 일한 사람, 당신 떠나라!’는 외침처럼 정당하게 일한 대가로 여흥을 즐기는 것에 딴죽 거는 것은 비열하다.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에 철면피 같은 인간들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정당한 노력 없이 불로소득을 얻는 부류들이 날뛰며 설치고 있어 눈꼴사납다. 나 자신이 그들 부류에 편승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토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방법과 자기 노력으로 이룬 성취로 상위의 만족한 생활을 하는 것을 시시콜콜하게 따져서는 안 된다. 이것은 누구나 공유될 수 있는 논리다.


그렇지만 툭하면 필드에 나서야만 문제가 해결되고, 단합이 되는 양 뻐기는 사람들을 만나면 머리 뚜껑이 열린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면 참으로 눈물겨운 충고가 아닐 수 없다. 왜냐? 지극히 소수만이 즐기는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그 엄청난 자연폐해에 넌더리가 난다. 난 돈벼락을 맞아도 결단코 골프채는 휘두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내 생각에 골프 족들이 보기에는 어디 이런 미친놈이 있나 싶겠지만, 내 눈에 일없이 골프 치러 다니는 한량들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다.


골프에 비해 등산은 거저 그냥이다. 골프는 필드에 나갈 때마다 몇 십만 원을 뿌려야한다. 그렇지만 등산은 달랑 김밥 두 줄에다 생수 한 병, 과일 두 개, 사탕 한 봉지면 단출하게 산에 오를 수 있다. 옷차림의 경우도 골프처럼 몇 십 몇 백을 호가하는 게 아니다. 평소 차림새라도 홀가분하게 산에 오를 수 있다. 산은 사치나 거짓부렁을 원하지 않는다. 산은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는 사람에게 너그럽다. 거기다가 동행이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악한 이가 없다. 그만큼 산 사랑의 묘미는 깊고 넓다.


주말마다 산에 오르고, 매월 초순에는 고교 동문 산악회 산행에 나선다. 근데 요즘 들어 아무런 변죽이 없는데도 산마중이 뜸해졌다. 그만큼 내 아랫배도 볼록 불거졌다. 삶 자체가 팍팍해진 것일까. 일행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을 오르자면 계절 핑계 삼을 것 없이 새소리 정겨울 텐데…. 주말에는 하심(下心)하는 마음을 놓지 않기 위해서 인근 산에 올라야겠다. 2010. 12. 21.



'박종국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빼다 닮은 붕어빵  (0) 2012.05.09
좋은 부모 되기_박종국  (0) 2012.05.08
누가 제 자식 예쁘지 않으랴  (0) 2012.05.04
스스로 행복해지는 비결_박종국  (0) 2012.05.03
부메랑 사랑_박종국  (0) 2012.05.03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