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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식 간에도 합의된 대화문화가 필요하다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2. 9. 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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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식 간에도 합의된 대화문화가 필요하다


박 종 국(칼럼니스트)


 흔히 어른들은 아이들 하는 일을 그냥 지켜보지 못한다. 무슨 일이든지 간섭하고 다그쳐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직 착한 일에만 눈 뜨도록 강요해야 마음이 놓인다. 자기 아이가 남의 아이보다 공부 잘해야 살맛난다. 아이를 슈퍼맨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런 까닭에 아이들은 언제나 피곤하다. 세상살이는 다양한 일상이 빈발하기 마련인데, 항상 옳은 것만을 강요한다는 것은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아이들에게도 아이들만의 문화가 있다. 문화는 어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때문에 아이들의 볼멘소리가 높다. 공부해라, 책 읽어라, 게임하지 마라, 학원가라, 학습지해라. 일기 쓰라. 숙제해라 하나같이 ‘하라’는 닦달뿐이란다.  열서너 살 아이들, 방과 후 숨 겨를 데 없이 바쁘다.

 아이들에게 바람이 크면 클수록 어른들은 간섭을 적게 가져야한다. 부모의 역할이 크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 가급적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일을 결정하고 즐기도록 맡겨두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들의 보조자가 되도록 노력해야하며, 꼭 필요한 때에만 도와주어야 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아이가 스스로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라는 아이들은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 보아야한다. 때에 따라서는 심하게 잘못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어느 것이 좋고 나쁜 것인가 하는 것을 스스로 따져볼 수 있게 도와주어야한다. 그런 속에서 아이들은 바르게 자라다.

 사실 우리 집 아이도 말리지 않으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 있다. 인터넷은 물론, 연방 휴대폰을 손에 떼지 못하고, 엠피쓰리를 귀에 꽂고, 힙합, 댄스음악, 인디, 언더그라운드 음악에 이르기까지 심취하고 있다. 그렇다고 크게 탓할 일은 아니다.

 단지 하지 말라고 제재를 한다고 해서 쉽게 그만둘 것도 아닐뿐더러 애꿎게 다그쳐봤다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길만 어렵게 만든다. 고루한 생각을 버리고 각자 의견을 말하고, 조금씩 양보하여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쌍방이 노력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다. 부모자식간의 합의의 결과도 하나의 문화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책을 읽지 않는 부모일수록 자녀들에게 책 읽기를 강요한다고 한다. 자신은 컴퓨터에 빠져서 몇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아이가 컴퓨터에 매달리면 무조건 나쁜 것으로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는 얘기다. 그런 부모와 아이는 의사소통하기가 힘 든다. 아이들에게는 컴퓨터 게임도, 만화책도 생활의 중요한 도구이며, 문화요, 놀이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길을 열어야한다. 아이들도 어른들 못지않게 문화를 누릴 권리가 있고, 자유가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문화생활의 선택권이 주어져야한다. 아이들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은 채 책 읽기를 강요한다는 것은 아이들의 창조성을 깡그리 망치는 일이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어른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못 믿고 아이들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잠자는 일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관심과 호기심 속에 눈 뜨고 있다. 그런 아이들을 어른들 틈에서 크도록 방치한다는 것은 너무 억울한 일이다. 단지 어른들 위주의 문화 속에 뒤섞여 적당히 허용되는 문화만 누리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의 꿈을 망치는 것이요, 아이의 삶 전체를 망가뜨리는 일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소유물이 아니다. 

 이 세상에 영원히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모두가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 과정도 하나의 문화이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만의 문화가 있는 것을 안다면 무턱대고 부모 욕심만을 내세워서는 대화의 물꼬가 트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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