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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하나로 사라지는 숲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2. 9. 2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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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하나로 사라지는 숲


박 종 국(교사, 칼럼니스트)


 수업 중에 한 아이가 불쑥

 “샘예, 옛날 사람들은 무엇을 묵고 살았습니꺼?”

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많은 궁금증이 봇물이 터졌다.

 “옛날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즐겨먹었느냐고?”

 웃음으로 받았지만 이내 교실은 갖가지 얘기들로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옛날 사람들도 라면을 끓여먹고, 햄버거와 피자를 먹었을 거라는 이야기는 차라리 애교였다. 녀석들, 온갖 즉석식품을 대면서 제 주장을 접으려들지 않는다. 역시 요즘 아이들다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아이들이 태어나 지금까지 먹었던 먹을거리가 바로 잡동사니 가공식품이었으니 생각이 그에 미치는 것도 당연하다.

 요즘 아이들은 논밭에 나는 먹을거리보다 즉석으로 입을 즐겁게 하는 햄버거와 같은 음식을 더 좋아한다. 피자 한 판이라면 걸핏 죽는다. 쌀밥이며, 된장, 김치는 이제 명함도 내지 못한다. 엄연히 한국 땅에서 태어났건만 아이들의 입맛은 이미 이 땅 사람이 아니다. 

 원래 햄버거는 샌드위치의 일종인 음식으로, 독일 도시 함부르크의 스테이크로부터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물망 같은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대규모로 판매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햄버거에 들어 있는 영양 성분 가운데, 특히 비율이 높은 지방을 이유로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매초 200명의 미국인이 한 개 이상의 햄버거를 소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햄버거용 패티(patty, 다진 고기에 빵가루 따위를 넣고 동글납작하게 만들어서 구운 요리. 주로 햄버거를 만들 때 빵 사이에 넣는다)를 만드는 그 많은 소고기를 어디서 왔을까?

 물론 햄버거 하나에 소고기 패티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빵과 야채, 소스도 함께 들어간다. 햄버거 하나에는 소고기 100g이 필요하다. 결국 햄버거 하나를 만들기 위해 소를 키우고, 그 소를 키우기 위해서 그만한 숲을 태워야한다. 햄버거 한 조각 때문에 사라지는 숲은 5㎡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먹이려고 햄버거를 기다리는 동안 몰디브의 누군가는 해일에 떠내려가고 있다.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는 그만큼 물속에 잠긴다. 뿐만 아니라 소고기 100g과 맞바꾼 1.5평의 사라진 숲은 지구의 온도를 매순간 높이고 있다. 허리케인과 태풍, 폭풍해일과 지진해일, 쓰나미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와 그 빈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햄버그를 지구온난화를 주범으로 꼽고 있다. 지구온난화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방출되는 대기 기체들이 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빛에너지는 투과시키면서 우주로 방출되는 빛에너지의 통과는 지연시킴으로서 점차적으로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이제 폭염, 폭한, 폭우, 폭설, 가뭄, 홍수, 허리케인 등 이상기후는 남의 일이 아니다.

 수업을 마무리 지으면서 아이들에게 생각거리를 주었다. 생활 주변에서 옛날에 쓰던 물건을 찾아,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알아보고, 오늘날에도 쓰이는 물건과 오늘날에는 쓰이지 않는 물건을 가려보라고 했다. 다들 과제 학습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렇지만 내심 걱정이 앞선다. 먹을거리에도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하물며 구닥다리 생활용품에 무슨 관심을 가질까 싶어서였다. 그래도 기대는 해 봐야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단지 아이들의 입을 즐겁게 하는 햄버거 한 조각이 거대한 생태 숲을 깡그리 망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의 다국적 패스트푸드기업은 전 세계 121개국에 2만 9천여 매장을 거느린 햄버거 왕국을 건설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들이 지구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햄버거로 인해 숲이 사라지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겠지만 아이들 건강측면에서 다시 한 번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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