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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경기와 집단치매_박종국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2. 12. 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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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경기와 집단치매


박 종 국(에세이칼럼니스트)


난리가 따로 없다. 네거리는 물론, 사람이 분비는 곳이면 왕왕거리는 유세차량이다. 대통령선거 당사자인 정당 인사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들떠있다.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은 남녀 별반 차이가 없다. 좋아하는 후보자를 환호하는 대상은 오히려 여성들이다. 게다가 낮밤 가리지 않고 대선경기(?)를 관전해야 하는 나의 눈빛은 날마다 게슴츠레하다. 가히 우리는 대통령 선거에 광기 가까운 집착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나는 대통령 선거의 광풍, 그 열기에 거부감을 가진지 오래다. 그렇다고 선거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 너무 진을 뺏던 까닭이다. 참 허망했다. 그렇게 무참하게 터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낭패였다. 그러고 또다시 2012년 대통령 선거, 같은 전철을 되밟을까 싶어 까닭 없이 조급증이 난다.


누군 그랬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그 밥에 그 나물이 아니겠느냐고. 이번 대선도 건전하고 충직한 정책 대결보다는 서로 할퀴고 물어뜯는 게 능사가 됐다. 그런데도 저들만의 리그는 언제나 축제다. 말마따나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살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국민이벤트는 겉포장만 요란할 뿐이다. 오죽하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비아냥될까? 오늘도 거리에는 각 정당 응원부대들이 거리를 휘젓고 다닌다. 아무래도 나는 우리나라 대선 열기가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과히 광신집단의 종교의식을 보는 듯 섬뜩하고, 뭔가 작위적인 냄새 때문이다.


딴죽을 걸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대선 열기에만 들뜨지 말고, 그 열기에 묻힌 억울한 일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일이든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만큼 또 다른 무관심을 낳는다. 과거 군사정권이 그랬다. 스포츠를 통해 애국주의, 민족주의를 고양할 수 있기 때문이었을까? 과거 정권들은 정치 국면이 최악에 이르면 스포츠를 내세워 국민들을 시각을 호도하는 데 적극 이용했다. 그렇지만 2012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온 나라가 대선 신드롬에 빠져있고, 방송신문미디어가 편향을 부추기고 있다. 제 정신이 아니다.


어느 후보자를 좋아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대선 열풍은 그 도를 넘어 서서 광기에 가깝다. 그것도 여야 일대일 대치여서 마치 사이비 종교집단에 매료된 듯 발광하고 있다. 게다가 대선응원에 날밤을 지새우는 사람도 있다. 개인 사업을 하는 한 친구는 12월 한 달 동안의 작업량에 고심하고 있다. 종업원들이 대선 광기에 빠지면 회사 운영에 문제가 한둘 아니란다. 정작 승부에 이기면 승리한 기쁨을 만끽하고, 지면 패했다고 자축하는 우리네 관전 습성 때문이란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대선 열기에 들떠있을 때, 미디어와 기업들은 대선 경기장에다 천박한 애국심을 자극하는 상업광고를 내 보낸다. 근데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런 것에 어색함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한 나라에 살면서도 한쪽에서는 축제로 난리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아파서 죽는다고 난리다. 직장을 잃고 이 땅의 노동자들, 추운 날 한뎃잠을 자며 삶의 터전을 되찾겠다고 울부짖는 수많은 노동자들, 그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생각해 보라. 어디 맨 정신으로 대선 열기에 들뜰 수 있겠나?


우리의 ‘집단치매’ 증세는 자주 도진다. 그렇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제고해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선 광풍을 비판적으로 보고, 이성적으로 추론해 보아야 한다. 대통령 선거는 그들만의 잔치마당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순수한 행복의 축제가 되어야한다. 더불어 국민 대중의 단순한 열기와 쾌락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나아가 세계시민사회에도 좋은 기억으로 남도록 스스로에 대한 견제와 책임을 다해야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주요 신문과 방송은 전국 곳곳에 구름떼처럼 대선 응원하는 것을 애국이라고 부추기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대선의 참맛을 흐리게 하는 망나니짓이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니다. 자기 정당 후보를 응원하지 않으면 정녕 ‘대한민국’ 국민 대접을 못 받는다. 자기 표가 아니면 이미 그는 사람이 아닌 선거전다.


대통령 선거는 광란과 광기를 내보이는 축제가 아니다. 제발이지 상식선에서 정정당당하게 선거를 치렀으면 좋겠다. 과연 우리에게는 그런 선거문화가 없는 것일까? 아쉽게도 그런 축제로 즐기기엔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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