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마땅히 치유되어야할 한국병
박 종 국(에세이칼럼니스트)
풀꽃 향기 다 다르듯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 없다. 생김새는 물론, 성격 다르고, 소질과 재능도 다양하다. 그래서 어울러 산다. 다른 특성을 가졌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아무리 좋은 악기라도 제 혼자서는 선율이 고적하다. 다 다른 악기가 한데 어우러져야 화음을 만든다. 그러니 다양성은 필연이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는 개인의 소질을 자연스럽게 발현할 뿐만 아니라, 그 능력을 활짝 피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아이들의 다양성이 존중하기는커녕 아이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편승한 수월성 원칙은 급기야 살인적인 입시경쟁으로 내몰았다. 더욱이 국가경쟁력을 덤터기 해서 교육의 개별성과 공공성을 내팽개치고 소수 엘리트 양성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때문에 대학 입시를 둘러싼 갈등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발현하고, 다양한 소질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그러므로 교육은 자기 성장을 통하여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또한 교육은 한 인간이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장차 직업인으로서 성장하도록 추동해주는 일련의 활동이다.
그렇기에 교육은 사사로운 개인의 사적 영역을 넘어 공동체 일원을 길러내는 공공적인 영역에 놓여 있는 것이다. 교육의 개별성과 공공성은 학교교육 내지 공교육이라 일컬어지는 교육제도가 실현해야 할 과제다. 다시 말해 오늘날 국가는 시민 개개인이 장차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적성을 직업적 삶을 통해서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신자유주의 국가는 이러한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을 높여야한다는 구호아래 교육의 개별성과 공공성을 저당 잡힌 채 오직 소수 엘리트 양성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니 대학입시경쟁이 치열해지고, 청년실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취업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대학을 나와야한다는 게 너무나 허술한 방책이다(현재는 대학을 나와도 직업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우리 교육 문제를 들여다보면 대학입시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2011년 각 대학에서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입학 정원은 한해 고등학교 졸업자 수보다 더 많다. 수치적으로 보면 대학입시경쟁이 치열할 까닭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살인적인 입시경쟁이 빚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 사회는 학벌사회이다.
때문에 개개인이 길러온 다양한 재능과 가능성이 인정받는 사회가 아니라 겉으로 드러내 주는 대학의 간판, 즉 학벌이 사람의 품질을 보장한다. 그런 까닭에 살인적인 대학입시경쟁의 정체는 모두가 대학에 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수의 명문대학 인기학과에 진학하려는 치우침에 기인한 것이다.
누구나 이론적으로, 공상적으로 보다 바람직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이 가진 소질과 적성이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권력과 돈이 많다는 것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우대받는 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설령 그가 정치인이거나 기업경영인, 전문 지식인이라 해서 평범한 시민이나 노동자보다 나은 게 없다. 모두 인간으로 동등하게 대접받아야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구현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로 일컬어지는 현대자본주의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신자유주의경제체제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범한 시민이나 노동자로서의 삶의 가치보다 돈과 권력, 그리고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전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학벌경쟁에 극치를 이루고, 좀 더 나은 대학을 가기 위해 학생들은 입시경쟁에 내몰려 인간다운 삶을 유보해야한다. 한데도 그렇게 발버둥치는 것은 그것이 바로 돈과 권력을 가진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노력해봤자 비주류 대학 출신이면 차별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회다.
고착화된 학벌의식은 돈과 권력을 소유하는데 소질과 능력보다 출신 대학을 우선해서 결정된다. 이는 마땅히 치유되어야할 한국병이다. 무엇보다도 입시경쟁에 노예가 되어 자신의 소질과 적성과는 무관한 공부를 강요받는 우리 아이들을 살려내는 처방전을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저마다의 자유로운 소질과 적성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학벌을 타파해야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이 학벌의식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대학 출신이건 상관없이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사회정체성을 확립도 선결 과제다. 그 결과 자신의 소질과 노력에 의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제부터 우리 교육은 미래의 희망을 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학교가, 대학이 교육과 연구의 산실이 되어야 하며, 나아가 다양한 소질과 능력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서울대공화국인 우리 교육현실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가 바뀌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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