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인간만이 쓰레기를 만들고 있어
박 종 국(에세이칼럼니스트)
“오직 인간만이 쓰레기를 만들고 있어.”
일전에 노스님의 법문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신심으로 모인 자리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자투리시간에 과일공양을 했는데 껍질을 너무 두텁게 깎았다고 야단을 맞았다. 어느 음식이든 먹으면 똑같이 똥을 만드는데, 맛있는 부분만 먹으려는 사람들의 욕심이 되레 쓰레기를 만든다는 말씀이었다. 때마침 점심공양시간. 산사 점심공양은 꽁보리밥에다 열무김치, 짠지 한 보시기가 전부였다.
사실, 우리는 하루에도 너무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 특히 여름철에는 더 많은 생겨난다. 대부분이 음식물쓰레기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날마다 한 통 가득 찬다. 그렇다고 별스럽게 먹어대는 것은 아니다. 손대중을 잘못해서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음식이 많은 탓이다. 어쨌거나 쓰레기를 만든 셈이다.
못 먹어 굶어죽은 귀신을 ‘아귀’라 한다. 원래 아귀는 몸집이 산더미만하데 비하여 입은 바늘하나 꽂을 만큼 작다. 그래서 많은 음식을 앞에 두고도 늘 배가 고프다. 더더구나 아귀는 구정물이 콸콸 나오는 주방 하수구에 산다. 우리가 아무렇게나 버리는 밥풀 하나에도 아귀는 배고픔에 허덕이며 애가 닳는다. 그래서 절에서 발우공양을 하고 나면 반드시 그릇을 씻어서 그 물을 마신다. 그것은 배고픔에 허덕이던 아귀가 그 그릇 씻은 물을 받아 마시다가 밥풀이 바늘구멍만한 목에 걸려 죽게 될까봐 그 물을 다 마신다.
공양을 마치고 차 한 잔 나누며 스님의 말씀은 계속 이어졌다. 산 속에 산다고 저절로 식탐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뭇 동물들이 제각각 욕심내지 않고 의좋게 사는 것을 보면 본을 받게 된다고 한다. 동물 세계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하찮은 동물일지라도 절대로 더 갖기 위해서 살육을 하지 않는다. 단지 배고픔만을 충족하고 나면 아무리 유약한 대상이 눈앞에 나타나도 더 이상 해치지 않는다. 그게 자연의 쌍생법이란다.
요즘 누구나 할 것 없이 너무 먹어댄다. 그것도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그 대부분이 가공식품으로 다량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즉석식품이다.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폐해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음식물쓰레기는 일단 부패가 되면 심한 악취를 발생하게 되고, 그것에서 발생하는 침출수가 땅으로 흘러들어갔을 경우 심각한 토양오염과 더불어 지하수까지 오염을 시킨다.
더구나 우리나라 음식물쓰레기에 높은 염분을 함유하고 있어 심각하다. 짜고 매운 음식들이 많기 때문이다. 음식물쓰레기 침출수가 강이나 호수 등에 그대로 방류될 경우 고농도의 유기물이 포함되어 있어 수질 미생물들이 고농도의 유기물 섭취와 함께 물 의 산소를 함께 섭취하게 된다. 그러나 이 다량의 염분으로 인해 미생물이 음식물쓰레기를 잘 처리하지 못한다. 때문에 수중의 산소가 고갈되면서 수중생태계에 교란을 주게 된다. 따라서 염분 농도를 줄이기 위해서 많은 물을 사용해서 희석을 시키는데, 이 또한 많은 물의 비용을 무시하지 못한다.
정작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쓰레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쓰레기를 줄이려면 덜 먹고 덜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에 앞서 음식문화를 바꿔야한다. 국민의식을 바꿔서 짜고 맵게 먹는 음식을 줄여야 한다. 자연훼손에 대한 보복은 반드시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꽁보리밥 한 그릇에다 짠지 한 보시기로 만족하는 노스님의 소박한 발우공양을 본받을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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