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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책을 읽으면 서로의 낯빛이 좋아집니다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3. 4. 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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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 함께 책을 읽으면 서로의 낯빛이 좋아집니다

 

박 종 국

 

아들과 저는 지독한 책벌레입니다. 제 독서력이 어언 삼십 년이니까 아들은 갓 눈을 떴을 때부터 책 읽는 아버지를 보고 자랐습니다. 또 하나 집안 가득 채워진 책에 파묻어 생활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그렇게 책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애써 책 읽으라 다그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에 배였습니다. 부모가 책 읽으면 아이들은 자연 흉내 냅니다.

 

저는 누구한테도 책 읽으라 다그치지 않습니다. 책 읽으라는 닦달이 들린다면 이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가십니다. 책은 강요에 의해서 읽혀지지 않습니다. 누구나 억눌림을 받아 책을 읽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마음에도 없는 일을 할 때는 지루합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강요받았을 때 얼마나 화가 납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해서 책을 읽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도록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바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게 하려면 우선 책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집안 곳곳에 책을 쌓아두어야 하고, 언제나 손 잡히는 곳에 책이 꽂혀 있어야합니다. 좋은 장식장을 따로 마련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침대 머리맡에도 좋고, 소파나 거실 탁자 위에도 좋습니다. 주방식탁 위에도, 베란다 창틀에도, 신발장 위에도, 화장실 변기 위 어디든 좋습니다. 쉽게 손닿을 수 있는 자리에 놓여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더러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휘황찬란하게 꾸려져 있는 장식장을 만나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비까번쩍한 생활도구들이 즐비하다고 해서, 자랑삼아 모아둔 도자기나 분재, 사진틀이나 감사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해서 눈에 띄어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 보아도 읽을 만한 책 한권 보이지 않을 때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집일수록 음식 내놓는 그릇이 요란합니다. 그 집안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안타까워집니다. 대개 그렇게 겉모습에만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는 듯합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부모가 아무리 다그쳐도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게임과 텔레비전, 만화에 더 친숙합니다. 그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들의 그러한 여가문화를 이해하려 들지 않습니다. 무조건 텔레비전 끄고, 인터넷으로부터 멀어지기만을 고집합니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부모는 텔레비전과 인터넷 오락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아이들만은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기를 쓰고 조금이라도 더 컴퓨터에 매달립니다. 아이들 닦달하는 소리만 높아집니다. 아이들 그렇게 해서 책을 읽지 않습니다. 먼저 부모가 일정시간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부모가 책 읽으면 아이는 저절로 따라 읽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즐거운 일이 많아집니다. 휴일 가족 나들이를 하거나 쇼핑하는 것도 좋지만, 온 가족이 함께 가까운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아보세요. 무턱대고 의미 없이 먹고 마시는 것보다 한결 나들이가 즐거워집니다. 아이에게, 아내에게 책을 골라주고, 그것을 통해서 대화를 나눠보세요. 책은 그 무엇보다도 품위 있는 선물이 될 것이며, 뜻 깊은 시간이 될 겁니다. 가족구성원의 따뜻한 마음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집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부모의 모습이 얼마나 존경스럽고, 아내의 마음에 남편이 얼마나 크게 자리하겠습니까. 그것만으로 건강한 나들이가 됩니다.

 

바빠서, 겨를이 없다고 그러지 못한다는 것은 일종의 핑계입니다. 가족을 위하는 성의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지 생각을 바꾸면 서점가고, 도서관을 찾을 자투리 시간은 언제나 생기게 마련입니다. 책은 크게 마음먹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독서법을 고집한다면 차라리 아니하는 것만 못합니다. 그것은 오히려 정신 건강에 해롭습니다. 집안 곳곳에 책을 놓아둬 보세요. 자녀들과 날마다 일정시간 책을 읽어보세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는 잠시 꺼 두어도 좋습니다. 짬이 날 때마다 한 줄씩 읽는 자투리독서가 소중한 생각을 일깨우고 사람 사는 향기와 교양을 늘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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