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 에세이 칼럼 2014-147편
오래 사는 에너지
박 종 국
사는 동안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라고 했지만, 늘 조그만 것에 마음 졸이는 일이 많다. 마음을 비우면 잃었던 것이 저절로 채워지는 법이다. 한데도 자꾸만 사소한 것에 애착을 갖는 것을 보면 너른 그릇을 빚으며 사는 게 참 힘 든다.
사랑하는 일도 그렇다. 늘 곁에 두고 살아야한다는 군두더기 같은 마음 때문에 사는 것이 즐겁기는커녕 되러 답답해지는 일이 늘어간다. 그렇지만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른 생각가지로 살아가는 것만큼 오직 자기한테만 잘해주기를 고집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사람의 인생을 옥죈다. 자기만의 행복을 구가하려는 사랑은 올바른 사랑이 아니다. 그런 사랑이라면 아예 해저 깊이 묻어두어야 온당하다. 사랑을 하려면 자기만의 섬을 만들지 않아야한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세상 그 어떤 일보다 아름답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자신의 모습이 달라진다.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만큼 에너지가 생겨난다. 삶의 의욕이 넘쳐나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며, 마음이 넓어진다. 사물을 관조하는 안목과 생각이 부드러워지고, 감사하고, 베풂이 커진다.
그저께 텔레비전을 보니 세계 백세클럽 가입자들의 인터뷰가 진행 되었다. 근데 대담자들이 내놓은 장수의 비결은 그렇게 새롭거나 특이한 게 아니었다. 그들이 제시한 삶의 비책을 보면,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는 것과, 욕심을 적게 갖는 것으로, 누구나 쉽게 행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다. 덧붙여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한다는 것뿐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무병장수하는 것을 바란다.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문명이기들에 쉽게 붙잡히고, 잡다한 가공식품에 주저 없이 먹혀든다. 급기야 웰빙을 테마로 하는 삶의 방식이 날개 돋친 듯 선풍을 일으키고, 그러한 것에 매달리고 있다. 장수의 비결이 적게 먹고, 자신의 일에 충실해야한다는데, 날마다 과식을 하는 것도 모자라 포식까지 해야만 마음이 느긋해진다. 그렇지만 그에 비례해서 움직이거나 운동하는 데는 너무나 인색하다. 스스로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에 열중한다. 그것도 막대한 돈을 물 쓰듯 펑펑 쓰면서까지.
오래 편하게 살자고 더 나은 물건들을 많이 소유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거나, 해롭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떠한 것이든지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탐욕스런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물건뿐만 아니라 지위나 명예를 더 높이려고 바동대기 때문이다. 오래 살려면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한다.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의 허황됨을 버릴 수 있어야한다. 지금, 현재 자신이 가진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애틋한 정을 나누며 애틋하게 살고 있음을 감사할 줄 알아야한다.
진정으로 행복하게 오래 사는 것은 무엇일까. 매주 로또복권을 사서 일등당첨 되는 것으로, 일확천금을 얻는 것일까. 까닭 없는 일에 목을 매기보다는 의식적으로 더 적게 갖고, 더 낮은 곳을 지향하면 행복은 그만큼 크게 나타난다. 행복한 참삶은 자신의 생활 주변 가까운 곳에 있다. 그것은 크고 값진 것에 있다기보다는 차라리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에 있게 마련이다. 가장 에너지를 많이 쏟는 곳에 있다. 애써 사랑하며 사는 데 있고,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데 있다.
장수의 비결은 덜 성급하고, 덜 미워하고, 덜 욕심내며, 덜 망각하는 데 있다. 남의 거울만 보고 강박관념에 쫓겨 가는 것보다 느긋하게 자신의 거울을 바라보고, 자신의 인생목표와 상충하지 않도록 여유를 갖는 데 있다. 그렇기에 진정한 행복은 자신의 문제를 바르게 보고, 수 없는 삶의 모순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가능해진다.
인생길이 너무 쉬우면 진정한 성숙을 이룰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 인생은 전투라기보다는 춤에 더 가깝다는 진리를 깨달아야한다. 그런 까닭에 무턱대고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듯이 요란스러울 일이 아니다. 좋게 생각하고, 욕심을 덜 갖는데서 자신의 고통과 슬픔, 성공과 실패, 환희와 슬픔, 삶과 죽음을 얘기하고, 사랑과 실의를 털어내고 받아들여야한다. 그래야 더 사랑하고, 더 자비롭고, 더 겸손하며, 참고 견디는 힘이 생겨난다. 아름다운 향기를 가지고 오래 사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 자기모순을 다 포용할 수 있는 너그러운 삶의 흐름에 모든 삶의 뿌리를 두어야한다. 그래야 오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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