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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칭찬_박종국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4. 6. 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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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 에세이 칼럼 2014-158편

 

소소한 칭찬

 

박 종 국

 

매주 재량학습시간에 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논술 공부를 한다. 원칙적으로는 초등한자가 지정돼 있으나, 아이들 흥미를 고려해서 논술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교재는 강의자가 구안해서 활용하기에 아이들도 한층 더 흥미 있어 하고, 참여도 민활하다.

 

오늘 수업은 3분 스피치에 이어 동시 한 편을 외웠다. 더불어 자신의 강점도 밝혀 보았다. 그러나 의외로 자신을 선뜻 드러내는 아이들이 없었다. 다들 눈만 멀뚱멀뚱 거릴 뿐 머뭇댔다. 평소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데 주저했던 탓이다.

 

“난 강점이 없는 것 같아요.”

“내 장점이라고 내세울 게 없어요.”

“내 장점을 무엇으로 정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막상 말문이 트여도 자기 자신에 대한 자랑거리를 딱히 솎아내는 못했다. 정말 내가 잘하는 것을 가려내어‘이것이다’고 얘기할 만한 게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기 강점을 이여기하려니 막막하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 편안하게 남을 칭찬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 보라고 했다.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정말‘예쁜 짓’을 가려서 칭찬을 하자니 칭찬할 게 없다고 했다. 이렇듯 아이들은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것만큼 남을 칭찬하는 데도 궁벽하다. 이는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칭찬의 근본은 무엇일까. 관심이다. 관심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그 작은 변화라도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마음을 만든다. 그것으로 해서 칭찬할 수 있는‘꺼리’는 무궁무진하다.

 

“칭찬할 게 없어요.”

“억지로 칭찬하고 싶지 않아요.”

“무엇을 칭찬할지 모르겠어요.”

 

사실 상대방을 칭찬하는 것은 막연하다. 상호역할 범주가 달라서 어떤 것을 가려야할지. 어떤 성과를 낸 일을 골라 칭찬을 해야 할지 평소 별로 한 것이 없어 꺼려진다.

 

“이발을 하셨네요. 참 잘 어울리네요.”

“그 옷 자주 입고 오세요. 머리가 상쾌하고 시원한데요.”

“선생님, 책 많이 읽으시나 봐요. 평소 읽을 만한 책 있으면 추천 해주세요.”

 

소소하지만 기분 좋게 하는 말은 서로가 즐거워지는 칭찬이다. 작지만 기분 좋은 말들이 술술 나오는 사람 곁에 서면 절로 행복해진다. 그러한 칭찬은 결코 아부도, 비굴한 것도 아니다. 진심어린 미소와 마음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면 누구든 좋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도저도 아니고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누구를 칭찬한다는 것은 힘 든다. 칭찬도 연습이 필요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 그 누군가를 설득해야한다면 그것은 결코 쉽지 않다. 먼저 그의 마음을 열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싫은 사람도 시치미 뚝 떼고 칭찬하고 싶은 것 한 가지를 찾아서 칭찬해야한다.

 

혹자는 말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 드는 사람이라도 칭찬 연습을 석 달만 하면 칭찬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칭찬은 하면할수록 좋게 묻어나는 법이다. 칭찬은 대상을 가리지 말고 넙죽넙죽 칭찬할 수 있어야한다. 다만 칭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있다면 진심을 담은 칭찬이어야 한다.

 

칭찬은 바보를 천재로 만든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극단적인 말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칭찬은 분명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을 갖고 있다. 이런 면에서 칭찬도 예술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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