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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생활에 발목을 잡는 것들_박종국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4. 6. 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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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 에세이칼럼 2014-165편

 

시골 생활에 발목을 잡는 것들

 

박 종 국

 

익히 아는 지인 중의 한 분이 도시 근교 산자락에 자그마한 밭뙈기 하나를 마련했다. 밭이라기보다 그냥 조망 좋은 전원주택지다. 평생을 몸담았던 직장 정년퇴임을 채 이태 앞 둔 시점에 제2인생을 살겠다는 노후인생을 겨냥한 터다. 작년까지만 해도 묵정밭으로 잡풀이 무성했으나 지금은 잡초티끌 하나 없이 말끔하게 단장되어 열무며 상추를 비롯한 푸성귀는 물론, 토마토 가지 오이 고추 등 잡동사니 먹거리들을 다 아우르고 있다. 그야말로 야채백화점 수준이다.

 

요즘 들어 부쩍 밭두둑 나들이가 잦아진 부부는 돌아서면 고개를 치켜드는 잡초와의 전쟁에서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며 시골에 발붙이기의 고충을 푸념삼아 하곤 한다. 그리고 한 말씀 거든다. 혹여 도시생활을 접고 귀농하겠다는 사람 있으면 도시락 싸서라도 찾아가 말리겠단다. 얼핏 쉽게 내뱉는 말마따나 시골 생활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차마 몸으로 겪어보지 않으면 어려움을 모른다고 혀를 찼다. 비단 그의 체험담이 아니어도 여러모로 시골에 산다는 것이 결심처럼 쉽지 않다. 그러니 젊은 사람들은 시골에 터 잡는 것을 쌍수 들며 걱정한다.

 

물론 시골에 산다는 게 농사짓는 일만은 아니겠지만, 한적한 언덕배기에 터 잡고 살아도 이래저래 부치는 일이 한둘 아니다. 우선 시골 생활에 뜻을 둔 사람들의 소박함을 발목 잡는 것 중 하나는 자녀 교육 문제다. 특히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산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살기로 결심한 사람들일수록 아이 교육을 생각하면 자못 마음이 흔들린다. 온종일 학교와 학원과외로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성적 경쟁보다는 오히려 자연과 친화 교감하며 건강하게 키우는 쪽이 더 교육적이라 판단하고 오랜 숙의 끝에 시골을 택했으나, 막상 들꽃처럼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만족하면서도 대학 입시라는 현실로부터 자녀를 벗어나게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몇몇 대안 학교들이 성공리에 건강한 교육을 실천하고 있지만, 아직은 성적 경쟁을 시키는 교육 환경이라 내 아이의 성적표를 받아들면 행동발달의 부추김보다 석차부터 먼저 살피게 되는 교육 현실을 뛰어 넘을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도시에는 원하는 대로 지척에 있는 교육 시설도 미흡하고, 문화 공간도 변변치 않다. 주말 영화 한 편, 전시장 박물관을 찾으려고 해도 마음먹고 준비해야한다. 때문에 시골에 와서 살기를 작정한다면 어떻게 만족하고 살며,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한다.

 

아들이 중고등학교를 시골에서 마쳤다. 그 중 고등학교 때는 학교가 산허리 숲 속에 위치해 있었기에 교실에 노루가 내려오기도 하고, 산토끼도 무시로 나다녔다고 했다. 또 많지 않은 친구들과 경쟁보다는 의좋게, 흉허물 없이 지냈다며 그 시기를 성인이 된 지금도 최고로 손 곱는다. 더구나 끝없이 반복되는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 그것도 모자라 학원과외로 붙잡아두는 교육현실에서 아이들에게 자연보다 훌륭한 삶의 공간은 또 없다. 매일같이 딱딱한 시멘트 건물과 아스팔트만을 딛고 사는 아이들에게 자연은 그 자체가 평화요,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시골에 살면 아이들 스스로 아이들은 자연과 사람이 조화하는 삶에 친숙하게 다가서게 된다.

 

나는 농투성이의 아들로 태어났다. 초중학교를 농촌에서 다니다 도회지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그곳에서 이십 년을 선생으로 근무했다. 그러다가 십여 년 전에 고향에 돌아와 붙박아 산다. 귀향을 한 셈이다. 벌써 세 학교에 옮겨 근무하고 있는데, 다시 도회지 학교로 옮겨갈 생각은 없다. 무엇보다 자그마한 시골학교의 풍경이 유년시절 생생한 추억처럼 정겹고, 모두가 평화롭게 살기에 하루하루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남을 꺾고 이겨야만 내가 잘 산다는 치열한 경쟁이 없고, 선생님들도 전교생을 안면을 터고 있어 세심하게 지도 할 수 있어 좋다. 아이들도 서로를 빤히 아는 처지라 친구들을 충분히 사귄다. 그것만으로도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골학교는 도시의 아이들이 받을 수 없는 교육을 제공한다. 시골에서는 언제나 어디서든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는 조화와 노동의 신성함을 일깨우는 선생님이 된다. 누구네 숟가락이 몇 개인지, 누가 무엇을 잘하는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단박에 다 알게 되므로 서로 부대끼는 생활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상호 반면교사가 된다. 이는 점수 경쟁으로 아이들을 줄을 세우는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생활체험교육이요, 당장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참삶을 이끄는 바탕이 되는 교육방식이다. 특별나게 귀농을 작정하고 있다면 어느 쪽이 아이들을 보다 건강하게 키우는 데 바람직한 것이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지 교육 문제가 시골에 사는 데 발목 잡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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