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때론 아이들도 대접받고 싶다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4. 6. 27. 10:11

본문

728x90

 

박종국 에세이칼럼 2014-166편

 

때론 아이들도 대접받고 싶다

- 아이들 문화에 대한 새로운 눈뜸이 필요해

 

박 종 국

 

요즘 젊은 엄마들은 아이를 그냥 지켜보지 못한다. 무슨 일이든지 간섭하고 다그쳐야 만족한다. 오직 착하고 좋은 일만 눈 뜨도록 강요해야 마음이 놓인다. 게다가 자기 아이가 남의 아이보다 공부 잘하고, 출중해야 안심하고, 아이를 학원과외로 내몰아 슈퍼맨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이게 다 뜬금없는 얘기일까?

 

그런 까닭에 아이들은 요즘 언제나 피곤하다. 급변하는 세상에 문제 상황이 다 다르기 마련인데, 아이들에게 판박이만 권한다는 것은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아이들도 나름의 문화가 있고, 하고픈 놀이가 있다. 문화의 향유는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데도 대개의 부모들은 헬리콥터 사랑을 마다하지 않는다. 언제든 아이 주위를 빙빙 돈다.

 

그러니 공부해라, 책 읽어라, 게임하지 마라, 학원가라, 학습지 해라. 일기 쓰라, 숙제하라, 하나같이‘해라마라’는 닦달뿐이다. 때문에 아이들은 언제나 지쳐 있다. 아이에게 바람이 크면 클수록 간섭을 적게 가져야한다. 아이가 하는 일에 부모의 역할이 너무 크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 가급적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일을 결정하고 즐기도록 맡겨두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들의 보조자로 꼭 필요할 때만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는 대리만족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좋은 부모다.

 

물론 상황에 따라 아이가 스스로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능력이 없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아이는 다양한 문화를 가리지 않고 다 경험해 보아야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하게 잘못되는 일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인가를 느껴볼 수 있다. 그런 속에서 아이들은 크게 자란다.

 

사실, 아이들은 말리지 않으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산다. 휴대폰을 손에 놓지 않고, 엠피쓰리를 귀에 꽂고 힙합에 빠진다. 스스로 제어할 능력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크게 탓할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분명 부모세대와는 다른 취향의 문화가 있다. 단지 하지 말라고 제지한다고 해서 쉽게 그만둘 게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 세대의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는 눈을 떠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부모가 애꿎게 걸림돌을 만든다면 자녀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길만 어렵게 만드는 일이다. 아이가 다소 엇나가는 행동을 한다고 해도 부모는 조급한 생각을 갖기보다 느긋하게 기다려줄 수 있어야한다. 아이가 속되게 굴지 않는 한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함을 견지해야 한다. 일방적인 억눌림보다는 서로가 조금 양보하여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합의의 결과도 하나의 문화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책을 읽지 않는 부모일수록 자녀들에게 책읽기를 강요한다고 한다. 또한 자신은 컴퓨터 오락에 빠져서 몇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아이가 컴퓨터 게임을 하면 무조건 나쁜 것으로 단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부모와 아이는 의사소통하기가 어렵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컴퓨터 게임도, 만화책도 생활의 중요한 도구이며, 문화요, 놀이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길을 터야 한다. 아이들도 어른들 못지않게 스스로 문화를 누릴 권리가 있고, 자유가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문화생활의 선택권이 있다. 아이들에게도 당연히 그들만의 문화가 있음을 인정해야한다.

 

굳이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빌지 않아도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어른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못 믿듯이 아이들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잠자는 일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관심과 호기심 속에 눈 뜨고 있다. 그렇기에 세상 아이들을 그런 어른들 틈에서 크도록 방치한다는 것은 너무나 암울한 일이다. 단지 어른들 위주의 문화 속에 뒤섞여 적당히 허용되는 문화만 누리라고 허락하는 것은 아이들의 꿈을 망치는 것이요, 아이의 삶 전체를 망가뜨리는 일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부속물이 아니다.

 

이 세상에 영원히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모두가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하기에 그 과정도 하나의 문화이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만의 문화가 있다. 무턱대고 아이에게 부모 욕심만을 강요했다면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겠다. 아이들 문화에 대한 새로운 눈뜸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책 한 권을 읽는데도 부모가 직접 골라서 읽으라고 강요한다면 그것은 폭력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