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질러진 컵라면
얼마 전 학원 앞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를 걸다가
지저분한 옷을 입은 할아버지 한 분을 보았다
그 할아버지는 컵라면 두 개가 든 비닐봉지를 들었다.
그냥 이상한 할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어 학원으로 뛰어들어갔다
한 이십 분쯤 지났을까. 친구와 커피를 마시려고
다시 밖으로 나갔더니 학원 앞 병원 계단에서
조금 전에 보았던 할아버지가 컵라면을 드시고 계셨다
그 날은 몹시 추운 날이었다.
할아버지가 너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건물 경비 아저씨가 나오더니
라면을 먹는 할아버지를 발로 차며
"야, 저리로 가. 저리로 가란 말이야"
하고 야단을 치는 게 아닌가.
아저씨의 발길질에 밀려
라면 국물이 조금씩 바닥으로 흘렀다.
생각 같아선
'그 아저씨에게 왜 그러냐?'
고 따지고 싶었지만,
비겁하게도 나에게 그럴 용기가 없었다
강의실에 들어와서도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잘못을 보고도 대항하지 못한 나 자신이 싫었다.
마침내 나는 수업을 마치기도
전에 가방을 챙겨 학원을 나왔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앉아 계시던 계단에는
미처 다 드시지 못한 컵라면 그릇이 엎질러진 채 놓였다.
나는 과연 무엇을 배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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