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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내탓이로다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6. 12. 2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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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내탓이로다 



아주 먼 옛날. 어떤 농부가 늦은 나이에 아들 하나를 얻었습니다. 농부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해서 아들을 배불리 먹이거나 좋은 옷을 입혀서 기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농부는 아들의 성품만은 그 누구보다  휼륭하게 기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농부의 그런 정성 덕분에 아들은 성실하고 마음씨 착한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웃 마을에 사는 얌전한 아가씨를 맞아 결혼을 하였습니다.
농부의 가족들은 새 며느리를 매우 사랑했습니다. 며느리 역시 친정는 가난했으나 가정 교육만큼은 썩 휼륭하게 받은 처녀였으므로, 시댁 어른들을 아주 극진히 모셨습니다.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밖에는 소담스러운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눈이 오는 날은 어쩐지 입이 심심하구나. 찰떡이나 좀 해먹었으면 좋겠군!"
시아버지가 혼잣말처럼 말했습니다.

며느리는 얼른 광에 가서 찹쌀 항아리를 열어 보았습니다.
다행이도 찹쌀이 조금 남아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떡을 만들어 드려야겠네,"
며느리는 기뻐했지만 한편으로는 여간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친정에 살 때 워낙 가난하게 살았던 탓으로 찰떡 만드는 법을 배워 두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머님, 찹쌀이 조금 남았는데 찰떡을 만들까요?"
"그래, 잘 생각했다.솥에 물을 조금 붓고 그 위에  시루를 얹으렴. 그리고, 시루에다 찹쌀을 넣고 불을 때면 되느니라." 

시어머니는 마침 허리가 아파서 아랫목에 몸을 눕힌채 며느리에게 일렀습니다. 며느리는 조심스럽게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러나 불을 얼마나 때야 할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아내를 도울 일이 없을까 해서 부엌을 들여다본 남편이 지게를 지고 나서며 말했습니다.
"여보, 내가 나무를 한 짐 져오리다."
남편은 부엌에 나무를 넉넉하게 쌓아두어, 자기 아내가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마음에서 한 말이었는데, 며느리는 찰떡을 찌기에는 부엌에 있는 나무가 모자라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무는 가을에 많이 해서 산밑에 쌓아 두었으므로, 밑에 쌓은 잘 마른 나무를 한단 져오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며느리는 자꾸만 불을 땠습니다. 부엌의 나무를 다 땔 때까지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헛간의 나무 부스러기까지 모두 긁어서 땠습니다.
더 땔 나무가 거의 없을 때쯤이었읍니다.

갑자기 '퍽!' 하는 소리에 이어 무엇인가 터지는소리가 들렸습니다. 불을 너무나 세게 땐 나머지,솥과 시루가 한꺼번에  깨지고 말았습니다. 며느리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찰떡은 고사하고 집안의 귀중한 살림살이를 깨 버렸으니 큰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일을 어쩌면 좋아!  아, 어쩌면 좋아!"
쩔쩔매던 며느리는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시집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솥과 시루를 깨 버렸으니, 지금까지 귀여워 해 주시던 시부모님께서  불호령을 내리실 것만 같았습니다. 게다가 남편마저도 자기를 한심하게 여기며 미워할 일을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며느리는 찰떡 한 번 해먹지 못했던 가난이 서러워서 훌쩍훌쩍 울었습니다. 그때 따뜻한 아랫목에서 잠깐 잠이 들었던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우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니, 얘야! 무슨 일이 있었느냐?"
"어머님, 제가 불을 너무 많이 때어 솥과 시루를 깨고 말았습니다."

며느리를 울면서 말했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쯧쯧! 아가야, 얼마나 놀랐겠니? 내가 곧 내다본다는 게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구나! 모두 내 잘못이지, 내 잘못이야."
금방 얼음 같은 호령을 내리리라고 생각했던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따뜻한 말에 감동하여 더욱 흐느껴 울었습니다. 그때, 나무를 한 짐 지고 들어오던 남편이 우는 아내를 보고 놀라서 물었습니다.
"어머니, 저 사람이 왜 우는 것입니까? 무슨 일입니까?"

"불을 너무 때서 솥과 시루를 깼다는구나."
"저런! 내가 나무를 진작 넉넉하게 져다 놓았으면, 오늘 같은 날 집을 비우지 않고 불 때는 걸 도와 주었어야 하는데. 어머니, 제 잘못이예요."
남편은 진심으로 미안해 하며 말했습니다. 그때, 사랑방에 있던 시아버지가 나와서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묻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허허, 내가 공연히 찰떡이 먹고 싶다고 해서 너를 고생시켰구나. 모두 내 탓이다, 내 탓이야"
며느리는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눈물마저 쑥 들어갔습니다. 온 가족이 자기를 진심으로 위해 준다는 사실을 안 며느리는 몸둘 바를 모르며 말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욱 정성을 다해서 모시겠습니다."
며느리의 말에 늙은 시부모는 빙그레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여보, 우리 집이 가훈이 '화목'이라고 말해 준 사실을 잊었소? 한 번 실수는 누구나 하는 일이니 너무 걱정 마오. 앞으로 부모님을 더 잘 모십시다!"
남편은 귀엣말로 속삭였습니다.
비록 형편은 넉넉치 않으나 서로 위하는 마음, 모든 잘못을 자기에게로 돌리는 고귀한 마음을 가진 이 가족은 그 후 더욱 화목하게 잘 살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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