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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 사랑할 일 많았으면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4. 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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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 사랑할 일 많았으면 

박 종 국


요즘 참다운 사랑이 드물다. 그 존재 의미가 빛이 바랬다. 컴퓨터 탓이 크다. 첨단정보통신의 발달로 ‘평범한 능력을 가진 인간’이 일터에서 내몰린다. 이미 회사 작업장에는 로봇들이 일급 기술자가 되어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만들어냈다. 단지 편리한 생활을 위해서 만든 기계로 인해 되레 인간이 일자리를 빼앗겼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물 하나를 짓는데 몇 십, 몇 백의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많은 사람을 필요치 않다. 달랑 컴퓨터 한 대면 그 일을 거뜬하게 해낸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가치를 물질적 수치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이 능력만을 최고로 대접하는 세상이 계속된다면 머잖아 지구상에는 극소수의 천재만 대접받고, 대부분의 평범한 인간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때문에 인간이 얼마나 허약한 존재인지를 알게 되면 뜨악해진다. 인간은 모기의 침 한 방으로도 죽고, 멧돼지나 황소에 힘을 비할 바가 아니다. 하물며 호랑이나 표범의 민첩함에 따르지 못하고, 달리기도 말에 미치지 못한다. 냄새를 맡는다고 해도 개 코를 당해 낼 수 없고, 인간의 눈이 아무리 밝다고 해도 수탉보다는 못하다.


인간은 그렇게 밋밋한 존재로서 허약하지만, 넉넉한 사랑으로 서면 그 모두를 가능케 한다. 그런 까닭에 느낌이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게 어울리고, 자잘하게 챙겨주는 미더움에 마음 푸근해진다. 먼저 알아서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을 만나면 행복하다. 사람은 사랑 받는 존재지만, 사랑을 베풀 줄 알기 때문에 사람을 더욱 아름답다.


어제 저녁 직장 동료와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그곳에서 혜진이를 만났다. 녀석, 불현듯 나타난 나를 당혹해하면서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열세 살 혜진이, 아직은 제 앞가림을 하기에도 만만찮을 텐데, 여느 날과 달리 화들짝 들이닥친 손님으로 가게 설거지를 거든다고 했다. 녀석은 주저하며 멋쩍어 했지만, 주방에서 애써 그릇을 부시는 건강한 웃음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사람 사는 일, 그다지 큰 의미부여를 할 까닭이 없다. 조그만 일 하나도 크게 만족하며, 참 좋은 사랑을 우려낸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느낌이 좋은 사람을 만나면 행복하듯 사랑은 모든 걸 가능케 한다. 누구든 두루 사랑할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박종국에세이칼럼 2017년 20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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