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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건망증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6. 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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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건망증

 박 종 국 

 

제왕절개나 수술이 잦은 사람은 마취 여파로 기억력이 떨어진다. 그렇듯 건망증이 좀 심한 사람을 본다. 방금 손에 쥔 물건을 어디 뒀는지 잊어버리고 찾느라 허둥댄다. 그 일을 두고 치매증상이 아니냐며 애달아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단순한 건망증이다. 나 역시도 그러한 경험이 많다. 오죽했으면 자동차 열쇠를 쥐고도 한참을 찾았을까. 


치매와 건망증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치매와 건망증의 차이는 간단하게 설명된다. 예를 들어 어느 날 이를 닦기 위해 욕실에 들어갔는데, 칫솔이 어디 뒀더라? 몇 번을 되뇌면 건망증이고, 칫솔을 손에 들고 이게 뭐였지? 혹은 이거 어떻게 쓰는 거였지?, 라고 고개를 갸우뚱한다면 치매 초기증상이다.

 

어떠한 기억(과거에 했던 행동)을 잘 기억 못하나 되살려 낸다면 건망증이고, 기억을 되살려 내지 못하거나 기본 행동양태를 논리적으로 진행하지 못한다면 치매에 가깝다. 또한 기억력이 저하되는 원인으로는 수면장애로 인해 사고력감퇴다. 잠을 잘 못자서 피로가 쌓여 머리가 잘 활동을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는 우선 그 불면증을 해결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 기억력은 다시 회복된다.


치매와 건망증 원인부터 다르다. 나이 오십대 초반의 세 친구가 오랜만에 저녁을 먹기로 약속을 했다. 그런데 한 친구는 한 시간 늦게 나타났으나, 또 다른 친구는 아예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다.

 

늦게 온 친구는

"바쁘다 보니 약속을 잠시 잊었어."

라고 말한 반면,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친구가 나중에 대뜸

"내가 언제 약속을 했느냐?"

고 되묻는다. 두 사람의 증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전자는 건망증이고, 후자는 불치의 치매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의들은 누구나 치매와 건망증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잠시 잊었던 사실을 놓고 ‘내가 벌써 치매가 왔나?’라고 생각한다면 치매와 건망증의 혼동이다. 잊었다는 사실 자체를 안다면 치매가 아니라 건망증으로 보면 된다.

 

의학적으로 볼 때 건망증은 기억이 일시적으로 되살려지지 않는 현상이다. 오래 전에 벌어졌던 과거사나 최근 일을 잊은 사실도 포함된다. 그러나 치매는 판단력과 통찰력은 물론,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전반적인 지적능력의 이상에서 온다.


치매와 건망증은 작용하는 과정도 다르다. 건망증은 뇌의 신경회로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나지만 치매는 뇌 신경조직 손상으로 일어난다. 치매는 나이가 들어 신경세포 파괴가 심해지면서 기억력과 판단력의 장애를 부른다. 그렇다고 건망증이 심하다고 해서 ‘이러다가 치매에 걸리는 게 아닐까’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작용하는 기전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진행과정이 다른 만큼 원인도 차이 난다.

 

건망증은 과다한 정보량이 원인이다. 특정한 주제나 일에 너무 신경을 많이 써도 건망증이 온다. 지하철을 탄 영업사원이 하루 일정에 대해 골몰하다 보면 가방을 차에 두고 내린다. 뇌 손상으로 나타나기보다 일이 많고 기억해야 할 약속도 많다 보니 잊어버리는 혼동이 생긴다.


이에 비해 치매는 뇌세포가 외부충격으로 손상되거나 퇴행성 변화가 원인이다. 때문에 건망증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지만 치매는 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기억회로의 이상은 '수리가 가능하지만 회로를 구성하는 뇌세포의 손상은 복구가 불가능하다.

 

전문의들은 술과 담배를 삼가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뇌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권한다. 근데 방금까지 사용했던 휴대폰을 어디 뒀는지 몰라 한바탕 소린을 피운 나, 혹 치매와 건망증의 중간인자를 가진 게 아닐까? 치매예방책을 단단히 꿰뚫고 살아야겠다.


박종국 2017-32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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