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치매, 더 이상 남의 일 아니다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6. 5. 10:53

본문

728x90

치매, 더 이상 남의 일 아니다

   

박 종 국

 

5일 기획재정부 및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 시군구 252개소에 치매안심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치매안심병원도 현 34개소에서 79개소로 2배 이상 늘린다는 보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치매 국가책임제'를 실현하기 위해 올해부터 이같은 정책에 예산을 집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정책인 치매 국가책임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올해 202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현재 47개소인 치매안심센터를 전국 252개소로 확대하는 데 1418억원, 치매안심병원을 확충하는 데 60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간 문 대통령은 치매 환자를 둔 가족의 경제 및 사회적인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치매 국가책임제를 추진해왔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기준으로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72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또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2030년에는 치매 환자수가 100만명을 넘어서고, 2050년에는 271만명에 이른다고 전망된다.


문제는 치매환자에게 들어가는 사회 및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망을 보면 지난 2015년 치매 환자 1인당 관리비용은 2033만원이었지만, 2050년에는 3929만원에 이른다고 분석됐다. 2050년 치매환자 전망치가 271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106조5000억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는 건강보험급여와 비급여 본인부담금 등을 비롯해 간병비, 교통비, 시간비용 등 의료비 증가와 더불어 조기퇴직 등 치매로 인한 생산성 손실 비용을 계산한 결과다.


치매환자, 그를 돌보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는가. 날마다 반복되는 생리적 일상을 치다꺼리하다보면 등줄이 휜다. 앞뒤를 가리지 못하는 노인을 쫓아다니며 대소변을 처리하고, 금방 밥을 먹고도 또 밥을 달라며 퍼붓는 욕설까지 받아줘야 한다.

 

치매 환자는 했던 일은 방금 하고도 금세 잊어버린다. 밥을 먹고도 먹은 사실을 까먹고 또 밥을 달라고 할 정도까지 된다. 집을 나갔다가 못 찾아와 자식들 애태우게 하고, 본인 또한 집을 못 찾으니 초조하기 짝이 없다. 뿐만 아니다. 피해망상으로 돈이나 반지를 훔쳐갔다며 때리는 매도 맞아야 하고, 망상에 시달려 하염없이 내뱉는 헛소리나 공격적인 말도 함께 들어야 한다. 일상생활을 포기한 채 날마다 되풀이되는 이 같은 상황을 감내하기는 어지간한 인내심과 희생정신으로는 어렵다. 생활도 생활이지만 치매가 심해지면 가족들 간 갈등거리가 된다.

 

치매 환자는 식사를 했는데도 배고프다고 왜 밥 안주느냐 보채고, 화를 내기도 한다. 이는 치매 환자의 최근 기억력이 가장 문제가 생긴 경우다. 그로 인해 자신이 식사한 사실을 잊어버려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 치매가 진행 되면 포만감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손상되어 식사장애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과식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환자의 요구에 늦되지 않게 반응해야 한다. 가능한 소량씩 여러 번에 나누어 주면 좋다.

 

나이가 들면서 두려운 게 무얼까. 지독한 가난에 쪼들리기보다 몹쓸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다. 그렇지만 그것보다도 중풍과 치매가 더 두렵다. 어쨌든 노인성 질환 치매는 불행이다. 그럼에도 그 발병을 예방하고 속도를 늦추려면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최근 국내서 발간된 『치매와 가족』의 저자 가네코 미쯔오(金子滿雄)박사는 치매예방과 치료에는 학력보다 감성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보면 조기치매군의 경우 인생을 살아오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치매예방을 위해서는 활력 적인 삶을 위한 가정과 사회의 감성교육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감성 활성화 교육의 포인트는 가족들 중 누군가가 노인 옆에서 시간 형편에 따라 대화 및 게임 등의 상대가 돼 줘야 한다. 자녀들이 들려주는 즐겁고 상냥한 말 한마디가 노인들에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비타민의 역할을 한다.

 

감성교육과 더불어 치매를 예방하는 음식물로는 생선 기름의 EPA와 DHA, 비타민 E와 C, B12 그리고 마늘과 양파 등이 도움이 된다. EPA와 DHA는 오메가-3계 지방산으로 혈전을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나 뇌경색으로 인한 뇌졸중 예방에 좋고 뇌혈관성 치매를 막는 데 우수하다. 비타민 E는 혈전 및 고지혈증을 개선함으로써 뇌졸중 예방에 효과적이다. 비타민 E의 안전한 섭취 방법은 호두나 잣과 같은 견과류, 식물성 기름, 달걀, 두류 등을 섭취하는 게 현명하다.

 

또 다른 치매예방법으로 카드게임이나 화투 같은 놀이도 좋다. 또한 여러 신체활동을 병행하는 댄스 같은 운동을 뇌 운동도 권장할 만하다. 계속하다 보면 자연히 머리를 쓸 수밖에 없고, 또 춤추기는 그 운동량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몸가짐과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일도 좋은 방법이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고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은 부지런하게 두뇌활동을 하므로 아무래도 치매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치매를 비롯한 노인성질환 예방법은 젊게 사는 마음이다. 그것이 치매예방에 제일 좋은 방법이다. 치매, 중풍, 우울증, 퇴행성관절염 질환자들에게 웃음 요법도 한 방법이다. 사람이 웃을 때 우리의 몸에서 통증을 진정시키는 엔도르핀이 분비되기에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고, 혈압을 낮추며, 혈액순환을 개선에 도움을 줘 면역체계와 소화기관을 안정시킨다. 웃으면 산소공급이 두 배로 증가하여 우리 몸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또한 자신감이 생기고 생활에 활력이 솟구치고 늘 긍정적인 상상이 지속된다.

 

치매는 우울증이 따르는 경우가 많아 세상 살아갈 의욕도 없고 세상이 다 나를 버렸다는 고립감까지 들고 사는 자체를 허무하다고 느낀다. 이런 병으로 고생하다 보면 인간의 존엄성과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치매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배려는 품위를 유지하고, 계속 존중받고, 지속적으로 자중심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자중심은 환자가 품위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 하나, 치매환자 앞에서는 말조심을 해야 한다. 환자가 그 자리에 없다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들에 관해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자기들이 따돌림 당했다는 사실은 어떤 방법으로 느끼고는 수치심을 갖는다. 치매환자들이 가장 꺼리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그들을 무시하는 태도다. 치매도 서러운데 자녀들까지 박대한다면 그 마음의 고통은 너무나 야속하다.

 

치매노인도 사람답게 살 권리를 가졌다. 때문에 치매는 당연히 사회가 짊어져야할 노인질환이다. 그만큼 고령화 사회를 맞는 지금, 노인치매 뿐만 아니라 초록치매와 중년치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치매를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는 치매 노인들이야말로 천덕꾸러기다. 국가와 사회는 그 부담을 가족에게만 전가할 뿐이다.

 

어찌 보면 치매는 과거의 영화를 잃어가는 가장 슬픈 병이다. 누구나 치매환자가 될 가능성을 백퍼센트 가지고 산다. 치매환자를 홀대할 일이 아니다. 중증이 아닌 치매환자의 경우 적절한 치료와 간호를 받는다면 작은 소일거리를 한다. 무엇보다도 환자가 스스로 계속 몸을 놀리고, 가족과 주위 사람들이 따뜻한 관심을 가진다면 치매는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질병이다.

 

치매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박종국 2017-322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