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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6. 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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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박 종 국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여권신장이 앞서는 나라는 노르웨이다.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는 63위에 지나지 않는다. 남녀가 평등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할 때 그 사회의 건강성은 되살아난다. 또 그 성숙함이 양성평등을 일궈내는 기본이 된다. 상생의 법칙으로 남여가 나란히 할 때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 어쨌거나 억지를 부려도 지구 위에 반은 여자다.


  평등한 남녀관계, 그것은 차별이 아닌 능력으로, 조화와 협력에 근거해야 한다. 이 땅의 남자들은 대부분 성(gender)에 대하여 차별적인 태도를 가지고 성장했다. 전통적으로 획일화된 성역할에 갇혀 살았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의지였다기보다 고정관념의 틀에 얽매여서 세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우리 사회를 억눌렸다.


  성차별 의식은 개인과 사회제도, 사회 문화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다. 가장 보편적인 개념은 성역할의 차별이다. 이는 남성에 비해 여성을 다르게 대접하고, 불리한 영향을 초래하는 경우로, 감정적이고, 인지적이며, 행동적인 면을 포함한다.


  성차별의 근원은 조선시대 학자들이 남녀의 애정을 주제로 한 고려속요를 ‘남녀상열지사’를 폄하한데서 연유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여성상위를 표방하는 '페미니즘'이 발현되었지만, 남성들과 동등한 삶은 요원하다.


  무엇보다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차별의 사회구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회제도는 개인의 의식과 사회문화가 반영되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일단 사회문제로 정착하게 되면 그 자체가 개인의 의식이나 사회문화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성차별은 개인의 의식과 사회제도, 사회문화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되므로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성차별적 사회제도를 타파하는 게 중요하다. 성차별 극복은 학교나 가정, 사회에 걸쳐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고, 나아가 양성평등 의식을 고양하고 확고한 주체적 자존의식을 확립해야 한다.


  생활을 통해서 빚어지는 자잘한 성차별, 남녀불평등의 사례는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출생부터 남아선호사상에 지배받게 되고, 출생 전 태아감별이 버젓이 행해진다. 성차별의 시작이다. '아들 하나 열 딸 안 부럽다', '우리 장손, 우리 맏상제'라며 자녀 양육에 성차별은 버젓하다. '사내답지 못하게 왜 그래?', '여자애가 다소곳하지 못하고 왜 그래,' 의식에 따른 성차별도 같은 궤를 가진다. '여자가 공부는 뭐 하러 해, 시집만 잘 가면 되지.', '여자가 아침부터 재수 없게'라는 얘기가 함부로 내뱉어진다. 생활관습 상의 금기와 터부가 아무렇지 않게 자행된다.


  대부분 집안일은 여자의 몫이고, 휴일 어머니는 집안 대청소에 몸을 닳아야 하고, 아버지는 손가락 까딱하지 않고 낮잠을 자더라도 떳떳하다. 집안의 중대사는 남자끼리 의논하고, 명절에도 여자들은 중노동을 마다해야 하는데, 남자들은 그저 쉬는 날이다. 그 뿐이랴 집안의 컴퓨터는 여자아이에게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직도 학교의 출석부는 남자아이들이 먼저고, 교과서 삽화에는 힘든 일을 하는 장면은 남자가, 집안일은 하는 장면은 온통 여자로 묘사되는 실정이다.


  많이 개선되었으나 대부분의 고위 공직자리는 여전히 남자가 독식한다. 결혼하면 여자는 퇴출 1호다. 게다가 직업선택과 구조를 훑어보아도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으로 내재된 성차별 사례는 불 보듯 빤하다. ''이왕이면 여자는 날씬하고 어려야', '미스 김 커피 한잔', '여자가 밤늦게까지 웬 회식을', '남자가 여자를 보호해야지.', '큰 일을 추진하는 건 모두 남자다.'는 과대망상증이 도졌다. '집에서 애나 보지, 여자가 웬 운전'이라거나 '벗길수록 잘 팔린다.'는 여성 폄하나 인격비하의 광고가 범람한다.


  그럼에도 성역할의 고정관념은 양성평등에 커다란 걸림돌이다. '여자이니까' 또는 '남자이니까' 하는 성역할 고정관념은 또 다른 성차별을 낳고, 이런 관념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큰 피해를 주고 고통을 준다. 여자들의 사회적 소외와 능력발휘의 기회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남자들의 감정 억압과 경제적 부담까지 지우게 된다. 모두가 양성이 상생하는 여력을 재단하는 데서 빚어진 결과이다.


  평등한 남녀관계는 차별이 아닌 능력이고, 조화와 협력,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사회적 관계를 대등하게 유지해 나가야 한다. 참 좋은 사회를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가 성숙한 인간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성역할의 고정관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한데도 출범 채 한달째인 문재인 정부의 장관임명 인사청문회 과정을 보면 아연실색할 일이 한둘 아니다. 그 중 모 정당의 여성국회의원이 내뱉은 말 한마디는 실소를 금치 못한다. "외교부장관만큼은 남자가 해야 합니다!" 그래야 외교현안 문제를 다룰 때 대접을 받는다냐 뭐래냐. 아무리 여자의 적은 여자라지만, 이 너무 청맹과니같은 생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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