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단비, 꿀비, 금비 줄줄줄
박 종 국
봄가뭄에 바짝 마른 오뉴월 땅거죽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헤갈비
지금 줄줄줄 세차게 내리 퍼부어댑니다.
그냥 양동이로 퍽퍽 하늘 구멍났습니다.
논배미 밭머리 세까맣게 타던 농심
본체만체 매몰차게 화답 한마디 하지 않더니
그 어떤 초인의 재촉이었을까요?
그 어떤 바람과 기원에도 는개마저도 거두셨는데.
지금 바깥에 장대비 요란합니다.
거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오늘따라 별빛달빛 하나 없이 먹장구름
낮게 드리운 까만 밤하늘이 참 고맙습니다.
거실도 카펫트도 실내공간도 시원합니다.
그새 목마른 갈증을 흠뻑 헤갈했습니다.
근데, 빗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늑장 장마 아직 기별도 없었는데, 설마
개부심은 아닐테지요? 들이붓는 요량이 개부심을 빼다닮았습니다.
행여 건들장마 함께 왔으면 그냥 보내세요.
쩍쩍 갈라진 논배미 입 다물게 하려면
건들장마는 아예 발걸음 못들이게 하세요.
그뭄치도 기웃댈 자리 없어요.
이슬비 작은비 여우비 웃비 는개도 마찬가집니다.
더더구나 땅바닥에 먼지만 가라앉을 정도로 쪼매만 내리는 먼지잼비, 아예 오지 마세요.
간간이 바람이 많이 불 때는
먼지잼비가 내리면 반갑기는 하였지만,
이왕 인심쓸거면 조금만 더 퍼붓는 비
아직도 모내기를 못한 논 모내기하게 목비로
한몫 단단히 내려주세요.
분명 지금 이 비는 악수입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과 반가워서 악수를
청하듯 악수비
'하늘에 구멍이 났나? 왜 이리 들이 부어 쌌노?'
지친 가뭄으로 반가워서 악수비랑
악수를 하고 싶어 베란다 창문 열고 손 내밀어 봅니다.
맞선보러 가는 처녀총각만큼이나 설레게 하는 악수비 반갑습니다.
악수비 엄청 쏟아붓는 비의 또다른 이름입니다.
근데, 곰곰 생각해보니 지금 내리는 비는
쉼없이 쫙쫙 퍼부어 내리는 비, 작달비입니다.
장대같이 내리는 비랍니다.
가려보니 비를 지칭하는 순우리말이 참 많습니다.
안개비, 이슬비, 는개, 보슬비, 부슬비
잔비, 실비, 싸락비, 작달비, 비거스렁비
친근한 소나기, 장대비, 여우비까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악수비 작달비 장대비
좔좔좔 퍼붓습니다. 참 아름다운 비입니다.
꼭두새벽을 지나 희붐한 아침이 되면
8년만에 밑바닥 드러냈던 저수지 한가득 차고
논배미 밭머리 알곡푸성귀 고개 바짝 들겠습니다.
한껏 고개 떨구었던 풀나무들도 키새워 서겠습니다.
유월의 신록들도 풋풋함을 더할 테지요.
논둑에 앉아 마른 담배 태우던 농부얼굴 환하겠습니다.
작달비 퍼붓는 소리 정겨운 밤입니다.
내일 아침 도랑물 콸콸 넘쳐도 좋습니다.
한밤 비에 대한 애찬사가 헌사가 되었습니다.
비 한동안 안 그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네 갑갑한 마음도 흠뻑 적시게 붙잡아 두고자.
|박종국참살이글 2017년 362편
6월 26일 작달비 흠뻑 내리는 날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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