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미덥게 살아야
박 종 국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참 훈훈한 글을 만났다. 가슴이 찡했다. 부부가 서로를 이처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그 무엇이 부러울까? 시시콜콜한 일까지 다 종잡아야 하는 부부와는 확연히 다른 삶이다. 그래서 자기만을 섬을 만드는 부부는 오래 가지 못한다.
출근길에 생겼던 일이다.
옆 차가 바짝 붙어 지나가면서 내 차 문짝을 찌익 긁어 놓았다.
나는 즉시 차를 멈추었다.
상대편 차를 운전하던 젊은 부인이 허겁지겁 내리더니 내게 다가왔다.
많이 놀랐는지 얼굴빛이 사색이 되었다.
"미안합니다. 제가 아직 운전에 서툴러서요. 변상해 드릴게요."
그녀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자기 차 앞바퀴가 찌그러진 사실을 알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틀 전에 산 새 차를 이렇게 찌그러뜨려 놓았으니 남편 볼 면목이 없다며 계속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도 그녀가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사고 보고서에는 운전면허증과 보험관계 서류 등에 관한 내용을 함께 기록해야 했기에 그녀는 필요한 서류가 담긴 봉투를 꺼내려고 운전석 옆의 사물함을 열었다.
그리고는 봉투 속에서 서류들을 꺼냈다.
"이건 남편이 만약의 경우를 위해서 필요한 서류들을 담아둔 봉투예요."
그녀는 또 한 번 울먹였다.
그런데 그 서류들을 꺼냈을 때 제일 앞장에 굵은 펜으로 다음과 같은 커다란 글씨가 적힌 게 아닌가.
"여보, 만약 사고를 냈을 경우 꼭 기억해요. 내가 가장 사랑하고 걱정하는 건 자동차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라는 사실을.˝
그녀의 남편이 쓴 글이었다. 내가 그녀를 다시 쳐다보았을 때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남편의 무한한 사랑이 흠뻑 느껴지는 글이다. 이런 맛에 부부로 사는 거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읽으며 낯 뜨거워진다. 예전의 나는 분명 물 텀벙 같이 너그러웠다. 근데 지금 바늘 하나 꽂을 데도 없을 만큼 냉냉하다. 사는 게 팍팍한 만큼 내 속아지가 간장종지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밤새 작달비가 세차게 내렸는데 하늘 말갛게 개었다. 그런 까닭에 오늘 아침 기분이 상쾌했다. 오가는 차들도 유난히 처연하게 나아간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인터넷 서핑을 하고, 글도 두 꼭지나 썼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희붐해질때까지 책을 잡았다.
책장을 넘기다말고 상념에 젖는다. 한동안 찜찜했던 기분을 다 접어두고 좀 더 느긋하게 마음 추슬렀다. 우선 나한테 너그러워져야겠다. 자신을 비하하고선 남을 존중할 수 없다. 세상을 보다 미덥게 살아야겠다.
어느새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하늘 눈이 시리도록 짙푸르다. 한 점 구름없는 하늘빛 참 맑다.
박종국참살이글 2017년 36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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