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
박 종 국
한평생을 사는 동안 사람의 얼굴은 열 번 변한다. 설령 벌레 먹은 배추 잎 같거나 나태한 고양이 상을 가졌어도 자신이 만든 얼굴이요, 객줏집 칼도마 같아도 동방누룩 뜨듯 떴어도 자기가 빚은 얼굴이요, 말고기 자반 같아도 밥이 얼굴에 더덕더덕 붙은 얼굴 생김을 가졌어도 스스로 가꾼 얼굴이다. 그렇기에 결코 싫어하거나 꺼릴 까닭이 없다.
아름다운 얼굴은 요리의 한 코스에 맞먹는다. 얼굴은 자신의 성격을 말하며, 마음의 모습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얼굴은 마음의 인덱스(index)이다. 어떤 얼굴을 가졌는가. 날마다 시시때때로 바꿔야하는 가면의 얼굴이 필요한가. 낯을 찡그리고 살면 세월이 괴롭고, 마음이 편안한 얼굴을 가지면 하루하루가 꽃밭이다.
여러 얼굴 모양을 그려본다. 얄미운 얼굴, 간사한 얼굴, 미련한 얼굴, 음탕한 얼굴, 무서운 얼굴, 사나운 얼굴, 독사 같은 얼굴, 무덤덤한 얼굴, 시꺼먼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얼굴. 인자한 얼굴, 깜찍한 얼굴, 똑똑한 얼굴, 고아한 얼굴, 너그러운 얼굴, 부드러운 얼굴, 천사 같은 얼굴, 소탈한 얼굴, 깔끔한 얼굴, 언제 보아도 싫증이 안 나는 얼굴.
미운 사람의 얼굴에도 부정과 긍정의 삶이 배였고, 애상과 환희가 겹쳐진다. 언제나 좋은 얼굴이 없듯이 언제나 나쁘게만 보이는 얼굴도 없다. 그 표정은 온갖 바람결에도 달라지고, 그 안에다 온갖 세상을 다 꿈꾸게 한다. 화가 나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고, 기분 좋을 때면 달맞이꽃처럼 하얗게 피어난다. 어떤 때는 심술과 욕심이 뚝뚝 떨어져 한 대 쥐어박고 싶고, 또 어떤 때는 무척 고상해서 반하고 싶은 얼굴도 만난다. 하나같이 똑같은 얼굴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얼굴을 만나고 부대끼면 행복하다.
H. 발자크는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고, 한 권의 책이며, 그 용모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자기 얼굴을 선택하는 자유가 없다. 부모로부터 재주나 체질과 마찬가지로 운명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천차만별인 얼굴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겼다. 그렇지만, 마음의 정직함이 그려진 얼굴은 아름답다.
우리는 하루 동안에도 수많은 얼굴을 만난다. 양(羊)의 얼굴을 만나는가 하면 고양이 얼굴을 만나고, 원숭이 얼굴을 만나는가 하면 사람의 얼굴을 만난다. 거울에 비춰지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낯을 찡그렸을 때 괴로움이 묻어나고,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우리는 얼굴을 통하여 한 사람을 평가하며, 그 사람의 개성과 운명까지도 판단하게 된다. 그 만큼 얼굴은 한 사람의 모든 개성과 특징을 잘 나타낸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절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한 사람을 데려와서 링컨에게 추천하며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링컨은 그 추천한 사람을 바라보더니,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친구가 그 이유를 묻자 링컨은 "사람은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네."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기 삶과 인품은 그대로 투영되어 얼굴에 드러난다.
시골에 살아서 그런지 도시 거리를 거닐 때마다 지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에 웃음이 없었다. 아무리 살기가 힘든 세상이라고 하지만, 이 세상에서 인간 외에는 웃는 동물은 없다. 아무리 어렵고 괴롭던 일들도 한참 세월이 지난 후에 돌이켜 보면 얼마나 어리석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고통도, 좌절도, 실패도, 적대감도, 분노도, 노여움도, 불만도, 가난도, 웃으면서 세상을 보면 다 우습게 보인다. 그래서 웃고 사는 한 결코 가난해지지 않는다. 그런 얼굴이 그 인생을 행복하게 한다. 연약한 사람에게는 언제나 슬픔만 스며들고, 위대한 사람에게는 언제나 소망의 웃음만 가득하다. 참 좋은 얼굴, 그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을 때 부유해진다.
날마다 더 잘 웃는 얼굴을 만나고 싶은 마음 단지 필자만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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