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변의 자폐를 가진 장애인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낼 준비가 되었다면?
영화 <말아톤>과 <레인맨>을 보라
박 종 국
학급 담임을 맡다 보면 종종 장애를 가진 아이를 만난다. 자폐아다. 대부분의 선천성 지체장애아나 후천성 절단장애아는 특수학교로 진학한다. 요즘은 학교마다 장애아를 위한 교육시설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중증 정도가 경미한 자폐아의 경우, 학급에 편성되어 당장에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 손갈 데가 너무 많다. 학급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한둘 아니다.
하여 자폐아를 이해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장애인 관련 영화였다. 그 중 꼼꼼히 챙겨보았던 영화는, <레인 맨(Rain Man, 1988)>은 자폐증을 가진 형과 약삭빠른 동생과의 관계를 묘사한 영화, <카드로 만든 집(House of Cards, 1993>, 아빠의 죽음을 목격한 어린 딸이 심한 자폐증상을 보이고, 이를 극복하려는 눈물겨운 모정을 그린 영화였다. 그리고 <말아톤, 2005)>은 자폐아 초원이가 마라톤을 통한 장애극복과 사회적응을 그린 한국영화다.
자폐아 교육의 이해를 위해 내가 선정한 영화는 대부분 감동받고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레인맨>과 <말아톤>은 먼저 손가락으로 꼽는 영화다. 다시 봐도 감동이 여전하다. 특히, <레인맨>을 보면서 ‘레이몬드가 왜 그렇게 됐으며 왜 저렇게 행동할까?’에 집중했다. 때문에 영화 속 주인공 레이몬드를 통해서 자폐에 대한 원인과 행동적 특징을 살펴보고 자폐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되었다.
또 하나, <말아톤>은 감동적인 홀로서기 영화로, 자폐아 이야기다. 영화 속의 초원이 엄마는 스물일곱 살의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편집증을 가진 자폐아를 동물원 앞에서 고의로 아이의 손을 놓아 버린다. 장애아를 둔 부모로서 지치고 힘든 현실에 이성과 모성을 방기한다.
자폐아, 일반적으로 자폐증은 하나의 행동적 증후군으로서 사회적 상호작용에 발달장애, 의사소통과 상상력에 의한 활동의 장애, 그리고 현저하게 한정된 활동과 관심 장애다. 비단 영화 <말아톤>의 반향뿐만 아니라도 주변에 자폐아라는 병명을 가진 아이가 많다. 그 중에서도 자폐아동의 과다행동으로 빈발하는 자해행위가 크게 문제시 된다. 화가 난다든지 기분이 불안하면 보통 머리를 바닥이나 벽에 박거나, 자기의 눈을 손가락으로 찌르고, 입술을 깨물며, 머리털을 뽑거나 신체 부위를 심하게 긁는 행동을 되풀이한다.
이 밖에도 자폐의 증상으로 다른 사람의 존재나 감정을 깨닫는 데 현저한 결핍이 와서 사람을 마치 가구의 일부분인 듯 취급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기쁨과 고통을 알지 못한다. 또한 사회적인 놀이가 없거나 이상해서, 간단한 게임에 참여하지 않기도 하고, 혼자 하는 놀이를 좋아한다. 때문에 또래 친구외의 우정을 쌓는데 심한 장애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자폐아는 눈을 마주 치거나 얼굴표정, 제스처, 몸짓 등의 의사소통 양식이 없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장애아를 정상으로 돌려놓기만을 강요하였다. 한 마디로 엄청난 기적이 모든 장애인들에게 생기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자폐장애를 완치시킬 특효약이나 특수치료는 아직까지 없다. 단지 자폐장애아를 위한 치료라고는 행동장애 증상을 감소시키고, 언어발달 등 지연된 발달이 좀 더 진전되도록 조성해 주고, 자기 관리 기술을 길러줄 뿐이다. 그 이유는 자폐장애가 만성질환이기 때문이며, 예후는 대체로 나쁜 편이다. 자폐아의 약 1-2%만 성인이 되어 자립된 생활을 하며, 자폐아의 2/3은 심한 장애로 장기간의 입원생활을 해야 한다.
중증자폐아를 둔 후배 교사. 그는 장애아에게 정상인이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와 맞서서 자폐아를 위한 소모임을 운영하는 중이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대부분의 부모가 자폐아를 고치겠다고 백방으로 다니며 노력이 사실은 아이를 위한 게 아니란 걸 일깨운다. 자폐아의 치료목표는 장애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장애를 인정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구 1000명당 1명 정도가 자폐아라면 누구나 자폐아 된다.
나는 아니다. 나는 자폐아와 상관없다고 발을 뺄지 몰라도 자녀가 자폐아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고 나면 아이에게 너무나 편해진다. 그게 자폐아 치료의 관건이다. 당장에 자폐아를 두고 절망에 빠지는 가족도 많겠지만, 언젠가 이 땅의 모든 자폐아들이 “엄마, 아빠”라고 불러 줄 거라는 믿음을 갖는다면 그것은 악몽이 아니라 희망이다.
자폐의 원인이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그 원인이 확실치가 않다. 한 가지 요인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추측할 뿐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 추측가능 한 게 유전적인 요인이다.
미국 유타주의 유전적 연구에 의하면 아버지가 자폐로 앓은 11가족을 조사해본 결과, 11가족의 자손 44명 중 25명이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거기에 각종 바이러스에 의해서 자폐증이 생기기도 하고, 임신 3개월 이내 풍진이 걸렸을 때 태아에게 자폐가 나타나며, 예방주사를 통해 감염된 바이러스로 인해 걸린다. 그래서 한때는 자녀 예방주사 맞히기를 꺼려하기도 했다.
객관적인 증거는 없으나 환경 속에 존재하는 독소나 오염물질이 자폐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현재 자폐가 ‘마음의 병’이 아니라,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자폐아의 뇌에 공통점은 소뇌가 비장애인에 비해 작은 게 특징이다.
이러한 원인들을 볼 때, 자폐는 유전적이거나 뇌 자체에 문제를 가진 장애일 뿐이지 나쁜 양육 환경이 자폐를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다. 지금까지 필자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으로 인해 자폐가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추측을 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자폐아 부모는 자녀의 자폐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여 이중고를 겪는다.
오직 달리기를 통해서만 자신을 인정하고, 심장의 박동이 힘차게 뛰는 걸 느끼며, 자아 정체성을 조금씩 찾아가던 초원이는 달릴 때 뺨에 스치는 바람과 손에 느껴지는 바람을 통해 자기 안에 닫힌 사회와 단절된 세상에 마음의 문을 연다. 닫았던 말문도 트고, 자신의 의지대로 달리기를 하고, 사육의 도구였던 초코파이를 버리고도 마라톤 완주를 이뤄낸다. 단지 버림을 받지 않으려고 시키는 대로 시작한 달리기를 통해서 모든 두려움을 극복한다. <말아톤>의 초원이가 버림받을까 두려워 평생 놓지 않고 잡고 가려던 엄마의 손을 놓고 홀로서기에 뛰어드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오늘도 나는 특수 장애아를 위한 유치원에 아들을 보내며 악몽이 아닌 희망을 꿈꾸는 그가 부럽다.
박종국참살이글 2017년 38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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