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날개를 달다
박 종 국
연일 가마솥불볕더위다. 교실 창문을 열어젖혔더니 후텁지근한 바람만 찾아든다. 발발대고 선풍기 세 대가 세찬 바람을 뿜어낸다. 그렇지만 소용없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을 더위는 아니다. 오후가 되자 손부채하는 아이가 많다. 점심시간 땀 흥건하게 뛰놀았는지 볼이 빨갛다. 녀석들, 기말고사 끝났다고 여유작작하다. 그 동안 시험이 아이들을 옥죄었다. 그새 에너지가 팔팔 살아났다.
아이들, 날개를 달았다. 도란도란 모여 얘기꽃을 피우고, 더러는 음악을 켜놓고 춤을 춘다. 즐겁다는 표현이다. 어제와는 판이하게 다른 행동을 보며 지금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꼬집어본다. 달달 외는 교과서, 더하기가 안 되는 아이에게 빼기 곱하기까지 가르쳐야 하는 현실, 아이들 하고 싶은 게 다 다른데, 똑같은 교과서를 배워야 한다. 답답하다 못해 막막하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특설단원수업을 하려고 반 아이들에게 물었다. 근데 주문사항이 뜨악했다. 중구난방으로 요구가 많을 거라는 내 예상이 빗나갔다. 아이들 하나같이 입을 모으더니 체육수업을 많이 하잖다. 올해는 체육이 전담수업으로 배정되어 적어도 일주일에 두 시간을 소원풀이를 했는데도 녀석들은 체육에 목이 마르다. 이를 보아도 아이들은 꽁생원처럼 자리를 지키기보다 운동장을 활개치고 싶은 거다.
오냐, 좋다고 했다. 학기말이어도 각 교과 수업시량을 충분히 확보했기에 한주일 정도 별난 수업을 해도 교육과정 운영에 부담이 없다. 아이들, 월요일 기대한다고 야단이다. 한번 내뱉은 말 지켜야지 안 그러면 그 많은 항변을 막을 재간이 없다. 그래서 내친김에 체육과 레크리에이션도, 집단놀이와 도서관수업도 물려 싫증이 날 때까지 블록제로 실시할까보다.
그렇잖아도 학기말이면 학급 특색으로 실시하는 게 많다. 동시낭송과 동시화 그리기, 3분 스피치, 즉석토론회, 창원시 기관장 면담하기, 등산, 기차 타고 부산이기대 다녀오기 등등 하고많다. 근데도 녀석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여전이 ‘체육체육’을 노래 부른다. 어디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아이들 바람을 못 들어 주겠나? 까짓 것 들어 치나 매 치나 마찬가지다.
수업 마치고 돌아가는 아이들 얼굴이 환했다. 그저 좋아서 허허댔다. 저렇게 좋아하는 일을 왜 챙겨주지 못했을까. 변명 같게도 6학년은 학교행사 참여와 영어, 과학, 체육전담시간을 제외하면 학습 진도 맞추기도 버겁다. 그 빠듯한 시간에도 아이들은 저희 하고픈 일에 목을 맨다. 그렇지만 알랑대는 그 모습이 예쁘고 앙증맞다. 어쨌거나 40년 이상 나잇살 차이에도 낄낄대며 지내는 걸 보면 하릴없이 내 수준이 초등 열세 살이다.
가끔 아내가 그런다. 세상물정도 모르는 열세 살 배기 남편을 모시고 살려니 정신 줄 안 놓는 게 다행이라고. 그만큼 나는 세상 사 일 문외한, 벽창호다. 단지 아이들과 칠칠맞게 잘 지내고, 책 읽고 글 쓰는 일 외는 내세울 게 없는 딸깍발이. 그런 남편을 달다 쓰다 내치지 않는 아내가 대단하다. 그 덕분에 난 35년 초등교사로 한 우물을 팠다.
박종국에세이칼럼 2017-394편
허, 그것 참! (0) | 2017.07.14 |
---|---|
참, 이런 거 아세요? (0) | 2017.07.14 |
아이들이 원하는 방학 (0) | 2017.07.13 |
발우공양의 뜻 (0) | 2017.07.13 |
20만 학교비정규직의 눈물 (0) | 2017.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