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허, 그것 참!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7. 14. 16:41

본문

728x90

, 그것 참!

 

박 종 국(에세이칼럼니스트)

 

빵빵한 자세로 군대 다녀온 사람도 일단 예비군복만 입으면 흩뜨려진다. 모자는 쓰는 둥 마는 둥, 군화는 반쯤 구겨 신는다. 상의도 허리춤에서 비춤 나왔고, 아무데나 앉는다. 이는 계급여하를 따지지 않는다. 필자도 왕년 예비분에 편성되어 훈련을 받을 때 훈련장으로 오고 가는 버스 안에 좌석이 비었는데도 그냥 퍼질러 앉았다. 뭐랄까? 일종의 3년여 팍팍했던 군대생활에 대한 일탈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땐 그랬다.

 

요즘은 군대 근무기간이 짧아 채 군대 맛을 모르고 제대한다. 또한 세상이 바빠서 예비군 훈련도 제때 받을 겨를이 없으니 보충교육으로 까탈을 부릴 재간이 없다. 이는 그간의 예비군훈련 중 안전사고와 그 맥락을 같이 할 거다. 숫제 지금의 예비군훈련은 군기반장을 방불케 할 만큼 기본자세와 시정이 빡빡하다. 5년차 예비군 훈련 중인 아들도 집을 떠나 살아 번번이 소집되는 예비군 훈련을 채우기도 급급한 형편이다.

 

학교에서도 이 같은 행위가 되풀이 된다. 33으로 대변되는 입시생들이 그 주역이다. 3년 동안 죽었다는 듯 공부에만 충실하던 아이들이었건만, 입시시험만 치르고 나면 내 세상이다. 이는 해마다 겪는 홍역과 같은 행사다. 중등학교에 근무하는 친구는 그로부터 졸업식까지 생활지도로 몸살을 앓는다고 했다. 양양이 좋은 아이들 교복만 벗으면 뭇 성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지점에서 우리 교육의 난맥상이 다 드러난다. 오직 입시만을 최선으로 치달은 결과다.

 

그저께 우리학교도 기말고사를 끝냈다. 초등학교라 국어수학사회과학영어 다섯 교과목만 서술형지필고사를 본다. 예전처럼 사지오지 선다형이 아니어서 일일이 주관서술하려면 다소 힘들겠지만, 아이들의 학습과정을 가늠하는 데는 이만한 평가도구가 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초등학생들도 시험만 끝나고 나면 그 동안 정선되었던 마음이 일순간에 죄다 풀려버린다. 어제부터 정상적인 수업이 안 될 정도로 아이들이 달라졌다.

 

한 과목 한 과목 점수에만 온통 관심이고, 결과가 나오면 학원선생님께 먼저 퍼 나른다. 굳이 점수화하지 않는데도 저희 끼리 삼삼오오 모여 누군 만점을 받았다며 부추긴다. 다섯 교과목 어디에도 점수를 표시한 시험지가 없는데도 아이들한테는 먼저 점수화 된다. 엄연히 학교교육이 우선인데 왜 시험만 치면 학원이 앞서서 점수는 챙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시중 어느 학원은 아예 버스광고를 내걸었다. 저희 학원이 이번 1학기 기말고사에서 전교 1등을 휩쓸었다고. 참 씁쓸한 교육현실이다.

 

오늘도 애써 아이들을 달래면서 6교시 수업을 마쳤다. 하지만 지쳐 퀭한 눈을 한 아이가 한둘 아니다. 날마다 처음처럼 끝맺음도 잘하자고 일렀건만 소용없다. 그런 얘기는 이미 아이들에게 쇠귀에 경 읽기다. 어쩌다 우리 교육이 그 획일화된 점수 전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지금 중학교 3학년이 대입을 치를 때부터 절대평가를 실시한다고 새 정부가 의지를 내걸었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의 바람은 오직 점수화된 성적하나다. 수업을 마치자마자 휴대폰으로 시험점수를 고하는 아이를 본다. 이를 어쩔까.

 

박종국에세이칼럼 2017-396


'박종국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폐아  (0) 2017.07.18
아! 여수 금오도  (0) 2017.07.17
참, 이런 거 아세요?  (0) 2017.07.14
아이들, 날개를 달다  (0) 2017.07.13
아이들이 원하는 방학  (0) 2017.07.13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