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런 거 아세요?
박 종 국
글쟁이로 산 지 어언 17년 세월이다. 그 동안 숱한 잡문을 썼다. 건강한 삶이 묻어나는 시와 아이들의 순수함 엿본 동시, 동화도 서너 권 책 묶을 만큼 썼다. 그러나 내 글맛의 본연은 수필이다.
현재 우리나라 자천타천 문학가는 37만 여 명에 이른다. 그 중 시인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동화, 소설, 시조, 평론가들이 10% 내외, 수필을 쓰는 사람은 고작해야 5%에 미치지 못한다. 문학 장르로 평가할 때 수필 쓰는 사람이 귀하다. 그만큼 우리 문단은 시인 천국이다.
나는 영국의 수필가 찰스 램(Charles Lamb)을 좋아한다. 그는 영국의 자존심이다. 그만큼 영국 사람들은 시인, 소설가 이상으로 수필가를 우러른다. 우리나라에도 나와 같이 오직 한 우물을 파는 수필가가 계시다. 그분은 여타 문학지에서 시인으로 추천하고자 했을 때 극구 마다했다. 왜냐? 적어도 나만큼은 한국수필의 계보를 지켜야한다는 일념하나였다. 나도 그 바람을 이어가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소위 인기작가의 연작에 흡입되어 숲을 보고도 나무를 보지 못한다.
어느 수필가. 그는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썼다. 두 가지 일을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
‘내 마음대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그는 월급쟁이 생활을 청산했다. 정년퇴직이었다.
마지막 출근을 하는 날, 수필가는 들떴다.
"선생님의 명예로운 퇴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제 선생님께서는 밤에만 쓰시던 작품을 낮에도 쓰시게 되었으니 작품이 더욱 빛나겠군요."
동료들이 축해해 주었다.
그의 마음도 기대에 들떴다. 구속받던 시간은 없어지고, 하고 싶은 글쓰기에만 몰두한다면 행복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 후, 그가 옛 동료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는 이런 글이 적혔다.
"하는 일 없이 한가하다는 게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일보다 훨씬 괴롭소! 할 일 없이 빈둥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학대하는 마음이 생긴다오. 나의 이 말을 부디 가슴에 새겨 부디 바쁘고 보람찬 나날을 보내기 바라오.“
그가 바로 영국수필가로 유명한 '찰스 램'이다. 찰스 램은 중요한 영국의 수필가이자 시인, 문학 평론가였다. 1775년 2월 10일에 런던에서 태어나 일반회사 회계원을 근무하면서 밤마다 글을 쓰고, 시인묵객들과 교류를 맺으며 야망을 키워나가 결국에는 영국의 유명한 수필가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오늘도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집』을 읽었다. 그의 신변 관찰을 멋진 유머와 페이소스(pathos)를 섰어가며 문장화한 글이다. 이렇듯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수필가가 최고의 작가로 대접을 받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확신한다. 그 날을 위해 나는 오늘도 묵묵히 내 길을 간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는 데 카카오톡 날아왔다. 친구와 아내가 보낸 문자였다. 다소 축 쳐진 기분에 칠월 신록처럼 싱그럽고 청량한 글귀였다. 두어 번 거듭 읽었는데 머릿속이 죄다 상쾌했다. 우리 사는 일 그렇게 살다면 그 어떤 변고를 만날까?
참, 이런 거 아세요?
식사 후 적극적으로 밥값을 계산 하는 이는 돈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돈보다 관계를 더 중히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할 때 주도적으로 하는 이는 바보스러워서 그런 게 아니라 '책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다툰 후 먼저 사과하는 이는 잘못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당신을 아끼기 때문'입니다. 늘 나를 도와주려는 이는 빚진 게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늘 카톡이나 안부를 보내주는 이는 한가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 늘 당신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잊지 마세요. 인연을 소중하게 서로 사랑하는 게 진정 행복한 삶입니다(권태윤 친구가 보내 준 글입니다).
이런 사람이 좋아요
함께 할 때 설레는 사람보다 그냥 편한 사람이 좋고, 손잡으면 내 손이 따뜻해지기보다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사람이 좋다.
밥을 먹으면 신경 쓰이는 사람보다 평소보다 더 많이 먹는 사람이 좋고, 문자가 오면 혹시나 그 사람일까 기대되는 사람보다 당연히 그 사람이겠지 싶은 사람이 좋다.
걱정해줄 때 늘 말로만 생각해주는 사람보다 오직 행동 하나로 묵묵히 보여주는 사람이 좋고, 친구들 앞에서 나를 내세워 만족스러워하는 사람보다 나로 인해 행복하다고 쑥스럽게 말해주는 사람이 좋다.
술을 마시고 전화하면 괜찮으냐고 걱정해주는 사람보다 다짜고짜 어디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좋고, 첫눈이 오면 첫눈 왔다며 알려주는 사람보다 "지금 나와. 집 앞이다" 이 한 마디를 전하는 사람이 좋다.
겨울날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는 사람보다 자기 옷 벗어주면서 묵묵히 손 꽉 잡아주는 사람이 좋고, 내가 화났을 때 자존심 세우면서 먼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보다 다시는 서로 싸우지 말자고 날 타이르는 사람이 좋다.
전화 통화를 하면 조금은 어색한 침묵과 함께 목소리를 가다듬어야 하는 사람보다 자다 일어난 목소리로 하루 일과를 쫑알쫑알 얘기하는 사람이 좋고, 감동을 줄 때 늘 화려한 이벤트로 내 눈물 쏙 빼가는 사람보다 아무 말 없이 집 앞에서 날 기다려서 마음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이 좋다.
서로의 마음에 사랑이라는 일시적인 감정보다 사랑에 믿음이 더해진 영원한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이 좋고, 아직은 서로 알아가는 낯선 사람보다는 이미 익숙해서 편한 사람이 좋고, 내 옆에 없을 때 애타게 그리운 사람보다는 그 사람 빈자리가 느껴져서 마음이 허전해지는 사람이 좋다(아내가 보내 준 글귀입니다).
|박종국에세이칼럼 2017-395편
아! 여수 금오도 (0) | 2017.07.17 |
---|---|
허, 그것 참! (0) | 2017.07.14 |
아이들, 날개를 달다 (0) | 2017.07.13 |
아이들이 원하는 방학 (0) | 2017.07.13 |
발우공양의 뜻 (0) | 2017.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