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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스럽다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1. 1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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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스럽다

 

북한이 2018 평창 겨울 올림픽에 대규모 방문단을 파견하기로 운을 땠다. 박수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를 계기로 경직되었던 남북한의 교류에 물꼬가 시원하게 트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등장했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12일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개회식 공동 입장 등을 포함해 북한에 여러가지 제안을 해놓았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고위급 회담이 끝난 뒤 3개항의 공동 보도문을 발표했지만, 단일팀 구성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올림픽 전문매체 '인사이드 더 게임'이 11일 "오는 20일에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남북 올림픽위원회 및 평창조직위원회 4자 회담에서 회의 안건 중 하나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논의된다. 북한 선수 3~8명이 한국팀에 합류한다"고 보도했다. 이 방안이 최종 합의에 이를 경우 지난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이어 27년 만에 세 번째 남북단일팀이 출범한다.

 

정치권과 언론은 앞서서 남북단일팀이 현실화된다면 남북해빙무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에 평화 메시지를 보내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대회 흥행에 불을 지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일팀 구성까지는 해결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한국(세계 22위)은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다. 반면에 북한(25위)은 출전권이 없다. 최종엔트리는 23명인데, 만약 북한 선수 3~8명이 가세할 경우, 한국 선수가 탈락하는 역차별이 발생한다. 한국 선수들은 길게는 10년 이상 실업팀 하나 없는 상황에서 하루 6만원의 국가대표 수당만 받으며 올림픽을 준비했다.

 

해빙무드, 통일, 남북화해,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노력 모두 지지한다. 하지만, 급조된 단일팀은 반대다. 엔트리 규정대로 세계 정상들과 정정당당 대결해야 한다.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그 동안 피땀 흘려 준비한 우리 선수들의 출전 기회와 출전 시간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더욱이 몇몇 선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들은 우리나라 자랑스런 국가대표 청년들이다.

 

나는 단일팀 반대한다. 그건 정치적논리를 앞세운 억지다. 수년을 고생한 우리 여자선수들의 출전기회를 뺐어서는 안 된다. 여태껏 올림픽만 보고 청춘을 불사른 젊은이들이 말도 안 되는 정치논리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이게 뭐냐? 정부가 뭐든지 전격적으로만 움직인다마는 아닌 밤에 홍두깨로 여자아이스하키팀은 무슨 날벼락이냐?적게는 5년 많게는10년이상 평창올림픽만 바라보고 운동해온 선수들의 노력이 헛되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거니와 남북평화무드는 무조건 찬성한다. 하지만 급작스런 단일팀은 안 된다.

 

어렵사리 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이 올림픽 참가국 동의를 얻어 한국 선수 23명 모두를 보장하고, 북한 선수북한 선수를 추가하는 '23+α' 안을 내놓기도 하겠지만, 실제 경기에 나서는 게임엔트리는 22명뿐이다. 우리 선수 중 뛰지 못하는 선수가 생긴다. 선수들에게 역차별만큼은 없어야 한다.

 

격렬한 아이스하키는 체력 소모가 심하다. 골리를 제외한 5명이 번갈아가며 50초 정도 뛰고 교체된다. 또 대회를 20여일 앞둔 시점에서 남북 선수들 간 호흡 문제다. 새러 머리(30·캐나다) 한국 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지도 논의할 문제다. 머리 감독이 게임엔트리에 북한 선수를 포함하지 않을 땐 되레 역효과가 예견된다. 그렇다고 정부나 국가정보원에서 엔트리를 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언급했다. 그렇지만, 강한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당시 중앙일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단일팀 구성에 반대한다’는 쪽이 95%(1649명 중 1562명)였다. 그럼에도 '빙판 위 작은 통일'은 의미 남을 일이고, 현재 IOC의 의지와 분위기를 고려하면 단일팀을 무조건 반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칫 '정치쇼'에 우리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역차별은 막아야 한다. 단일팀이 구성될 경우 주체는 정치인이 아니라 선수들이 되어야 한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남북단일팀으로 참가했던 현정화 렛츠런 감독도 "무조건 이렇게 하라는 식의 단일팀은 안 된다. 선수들과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역사에서 단일팀은 1950~60년대 동독과 서독이 6차례 구성했다.

 

현재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2017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랭킹은 22위다. 총 6단계로 나뉘어 치러지는 IIHF 여자 세계선수권(톱 디비전-디비전 1 그룹 A-디비전 1 그룹 B-디비전 2 그룹 A-디비전 2 그룹 B-디비전 2 그룹 B 예선)에서도 세 번째 디비전에 속한다. 2018년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개최국 자격으로 사상 처음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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