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낯짝 붉히는 일 많다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2. 9. 15:50

본문

728x90





괜히 낯짝 붉히는 일 많다

 

출근하다보면 늘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생활리듬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파트를 벗어나기도 전에 마음이 바빠진다. 앞서 가던 차가 한가한지 꾸물댄다.

아니, 초보야 뭐야. 도로 전세라도 냈나!”

불쑥 한 마디 내뱉는다. 그렇다고 빨리 내달아 가는 형편도 아닌데 안달한다. 남이 꾸물대는 걸 탓하기 전에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여유가 없었던 까닭이다. 낯짝 부끄러운 일이다.

 

큰 도로로 나간다. 출근길 차들로 빼곡하다. 신호를 무시한 채 냅다 달리는 차들도 보인다. “왜 신호를 위반하고 막 달리는 거야!” 다들 형편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나 역시도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무리 좋은 일도 남이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 신호를 한참 기다리다 말고 나도 슬쩍 차를 몰고 달린다.

 

사람은 생각이 다 다를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정말 다른 생각을 한다. 길가는 사람은 신호등 체계가 너무 운전자 중심으로 되었다고 투덜댄다. 횡단보도를 건너기에 시간이 너무 짧고, 신호간격도 너무 길단다. 그런데 건널목은 왜 그렇게 멀리 떨어져 만들었는가. 괜히 짜증이 난다. 눈치를 살피다가 순간 도로를 가로질러버린다. 나만 편하면 그만이다.

 

그런 마음은 운전자도 마찬가지다. 흔히 운전대만 잡으면 두 얼굴을 가진 헐크가 된다. 바삐 가야하는데 웬 신호등이 그렇게 많은가. 게다가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은 왜 그렇게 길지. 운전대를 몇 번이나 바꿔 그러쥔다. 하물며 오늘은 횡단보도를 자나가는 사람들이 어떻게나 느린지 속이 부글거린다. 순간, 욕지거리가 쉬쉬 불거진다. “세금 거뒀다가 뭐하는 거야. 이런 데 육교나 지하도 설치는 안하고.” 자못 속이 뒤틀린다. 그러다 신호가 떨어지면 마치 경주용 자동차처럼 쏜살같이 내달아간다. 그게 지금 우리네 저화상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바짝 말라가는 세상이 되었다. 조그만 일 하나도 네 덕이기 보다 남을 탓하는 일이 많다. 다들 잘 되면 내가 잘한 덕분이고, 못되면 남이 잘못해서 그런 거라고 덤터기 한다. 주변 사람이 하는 일이 못마땅하다. 그래서 남이 크게 잘 되면 실실 배가 아프다. 다들 속에 가득 도둑심보를 지니고 산다.

 

식당에 가서도 허둥대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먼저 자리를 잡아도 뒤늦게 온 사람이 나보다 일찍 대접을 받는 걸 가만 두지 못한다. “아줌마, 우리가 먼저 왔는데 왜 거기부터 갖다 주는 거요?” 식당 안 사람들의 시선이 와락 쏟아진다. 그래도 씩씩대는 성미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급기야 식당 주인이 나서서 미안사레를 한다. “죄송합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들이닥치다 보니 순서를 잊었네요.” 그래도 치켜뜬 눈을 내리지 않는다. 맛 나는 음식을 나놨는데도 영 모래알 씹는 기분이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면 다 안다. 그러면 내가 하는 행동이 바뀐다. 내가 싫어하는 일은 남도 꺼려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남이 나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내가 남에게 해 줄 게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애틋함을 가져야한다. 다른 사람을 세워줌으로써 스스로도 선다. 배려는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주변에 힘든 사람이 많다. 사는 일이 너무 팍팍하다. 그런데 나는 그들에게 어떤 시선을 보내는가? 여느 사람들처럼 나 또한 사는 일이 바쁘다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사사건건 남을 탓할 처지가 못 된다.

 

어쨌거나 우리는 끊임없이 대접받기를 원한다. 그런 까닭에 조금이라도 나에게 대접이 소홀하면 눈을 부라리며 흘겨댄다. 우선 나 자신부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 인색하다. 남이 나에게 해주기를 너무 크게 바라기 때문이다. 하루 동안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 순간이라도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 다르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좀 더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쓸데없이 낯짝 붉히는 일이 덜하지 않을까.

 

_박종국또바기글







'박종국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창의 기운이 새롭다  (0) 2018.02.12
좋은 말을 하는 천성  (0) 2018.02.09
어느 면죄부 판결  (0) 2018.02.09
참살이(웰빙, Well-being)  (0) 2018.02.09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는 힘  (0) 2018.02.08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