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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절연휴를 보내고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2. 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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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절연휴를 보내고

 

하필이면 토일요일이 겹쳐 설명절 연휴가 짧았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안타까워했으리라. 빠듯했다. 그야말로 까치설날은 별 하는 일 없이 보냈다. 설날아침, 여느 집안이든 차례상 올리고, 세배 드리고, 성묘 다녀오면 하루해가 뉘엇 기운다. 그래도 올해는 사촌동생들과 담소하며 권작하는 짬이 생겨 다행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대체공휴일 하루 정도는 덤으로 안겨줬으면 했다.

 

새해인사차 들리는 집마다 술이 흔하다. 심정적으로 거절을 못하는지라 설날은 밤 9시도 견디지 못하고 숙취했다. 명절마다 치루는 연례행사다. 눈 뜨면 뻔한 고생을 아는데, 자리를 만나면 손사레 치지 못한다. 그나마 궁색한 변명은 실하다. 믿는 구석 때문이리라. 신새벽 아린 속을 부여 잡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걸 눈치채신 팔순의 장모님께서 손수 술국을 데워 놓고 혼자만 살짝 부르셨다.

 

당신 아들딸도 함께 자는데, 황송한 사위사랑이 아닐 수 없다! 속사정이야 물 한 방울도 못 넘기는 형편이었으나, 장모님 혜량을 생각해서 선뜻 받아넘겼다. 한 그릇 양도 많았다. 근데 이상한 일은 뜨뜻한 국물을 남김없이 다 마시고 나니 속이 죄다 풀렸다! 신통방통한 일이었다. 그만큼 사위를 위하는 장모님 마음이 애틋하였기 때문이리라. 팔년전 어머니를 보내드렸는데, 살아계셨으면 호되게 닦달 받았을 게다. 제 아비 닮아서 술만 마신다고. 그렇게 어머니는 술꾼남편을 한하며 평생을 사셨다.

 

처갓집을 다녀와서는 곧바로 사우나 갔다. 아내와 큰딸내미 함께였다. 목간에 드니 명절피곤이 싹가셨다. 오후3시엔 마산의료원으로 문상다녀왔다. 친케 지내는 모임 회원의 모친상이었다. 아흔두살의 망자, 아들넷을 두어 장례식장이 꽉 찼다. 덕분에 한동안 못만났던 이들을 반갑게 조우했다. 항상 그랬다. 이승을 떠나는 망자는 남은 이들을 애틋하게 만나도록 가교를 놓아주었다. 예를 표하고 한참 동안 그간의 안부를 물었다. 낯익은 이들도 많았다. 문상이 겹쳐 교대동기 부산동래백병원 시모상은 가 보지 못했다.

 

이번 설날은 서울에서 제 밥벌이하랴 고심 중인 아들과 막내딸이 내려오지 않아 헛헛했다. 때문에 그렇게 즐겨하는 부침개도, 나물도, 탕국도 끓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차남이라 제사를 모시지 않기에 아예 손을 털었다. 다만 아내의 요청으로 싱싱한 아구를 사다가 찜 하나 푸짐하게 장만했다. 저녁시간 딸내미 앞세우고 영화관람을 했다. 참 오랜만에 여유를 부렸다. <조선명탐정>, 이번 작품은 시리즈로 3편인데, 특히 월령의 역을 맡은 김지원의 연기가 돋보였다. 1,2편에서 보았던 그만그만이었던 소극적 멜러에서 한참 벗어나 재밌고 신선했다. 김영민과 오달수의 맹연기는 이번 영화에서도 부러운 케미였다.

 

연휴 마지막날은 되레 일찍 일어나 바빴다. 꼭두새벽에 글도 두 편 썼고, 딸내미 작업실로 꾸리는 공방 부시는 일도 거덜었다. 묵혀두었던 방 한 칸이 멋지게 부셔졌다. 북카페 열면 특별손님 뫼실 자리로 마련해 둔 원목탁자도 내주었다. 딸내미는 영창피아노까지 제 몫이라 챙겼다. 아내는 걸거친다고 내다팔자고 했지만, 요즘 어디 아날로그 피아노가 흔하랴싶어 중하게 여겼던 물건이었다. 후에 북카페에 기증하겠지.

 

오후에는 아내랑 대형마트 세 곳에 들러 반찬거리를 샀다. 축산물 판매장에도 들러 등뼈와 말린 무청씨레기도 준비했다. 명절 지났는데 아이들 그냥 지켜보기 뭣해서 감자탕을 끓여 보내기로 했다. 아이들은 아빠표 감자탕과 닭도리탕은 항상 엄지척이다. 집에 도착해서는 등뼈 핏물을 빼고, 씨레기를 삶아 데쳤다. 중간 짬에는 계란 한 판을 삶아 쇠고기 장조림도 만들었다. 오랜만에 씨레기 삶는 냄새 구수했다.

 

그렇게 시작한 요리가 밤9시쯤 끝났다. 그때까지 오도카니 기다렸던 아내와 딸내미랑 감자탕 한 그릇 가득 나눴다. 맛난 음식 앞에 놓고 두 녀석이 아련거려 소주 두 잔 반주 삼았다. 그러고 손을 털었는데, 11시 임박한 시간이었다.

아직도 홀벌이로 집안 건사 감당 못하는 남편을 돕느라 맞벌이하는 아내는 내일 출근을 걱정하며 잠들었다. 집 떠나 사는 큰딸도 먼저 잤다. 싱숭생숭한 마음에 까만 밤 하얗게 밝혔다. 새벽 4시 40분이다.

 

아내에게 미안하게도 나는 3월 1일까 호사스럽게 봄방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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