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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목욕탕 풍경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2. 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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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목욕탕 풍경

 

설날연휴 바쁘게 보냈다. 집에 돌아와서는 그대로 사우나로 갔다. 그제도 오늘도 자주 찾는 데다. 피곤마련할 때는 목욕만 게 또 없다. 그냥 편안하게 낮잠을 즐기는 사람도 많으나, 내겐 오히려 몸만 찌푸덩하게 한다. 숲길을 오가는 산책도 권할만 하다. 사색과 명상이 지친 삶을 편안하게 관조하게 한다.

 

설연휴 사흘째, 아직도 설 기분이 낯설지 않을 텐데 목욕탕은 만원이었다. 평소 일요일 풍경과 버금간다. 온탕과 열탕 그야말로 벌거벗은 나신들로 빼곡했다. 다들 피곤했던 설치레를 말끔히 지우려는 듯 눈 감았다. 희붐한 탕속에 때깔을 부시는 사람들, 나도 양치를 하곤 온몸을 씻고 그 대열에 끼여든다. 몸을 담그자 탕속 물이 자르르 넘쳤다. 그만큼 내 몸이 비대하다는 흔적이리라.

 

뜨듯한 탕속에 몸을 맡기면 연휴 동안의 일들이 파노로마처럼 펼쳐진다. 명절과 제사는 조상을 경배하는 이상으로 산 자들을 하나로 만나게 하는 자리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하며 만나지 못했던 가족 피붙이 처갓댁, 사촌형제들을 제향의식을 통해서 흔케히 만났다. 떨어져 살아도 마음만은 하나였기에 얼굴만 봐도 살가운 정이 담뿍 묻어났다. 그게 뜨거운 가족사랑이요, 형제애다.

 

이번 명절에는 아들과 막내딸내미가 내려오지 않아 헛헛했다. 머슴애는 연이은 임용고시 실패로 상심이 컸고, 딸내미 인턴 알바로 겨를이 없다고 했다. 취업전선에 나서서 마땅한 대열에 서지 못하는 아까운 청춘이 제들 뿐일까마는 차마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은 애달다. 녀석들 오죽하면 귀향을 마다했을까?한갓진 시간에 내려온다니 미쁜 정은 그때 나눠야 할까보다.

 

탕속에는 유독 중늙은이들이 많다. 그만큼 설명절 건사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휴일 한낮 청춘들이 사우나로 소요하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청춘이라면 지금쯤 찻집에서 오붓하게 담소를 나누는 게 그들 특권이리라.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가 눈을 떠보니 북적였던 탕속이 훤히 비었다. 사우나를 업으로 하는 친구의 말을 빌면 남탕에서 돈 벌어 여탕 경비를 벌충한다고 했다. 지나친 비약이겠지만 남자들이 탕속에 머무는 시간은 고작 3,40분 내외다.

 

온통에 족히 30분은 몸 담았으니 오늘은 본전치기를 한 셈이다. 그렇잖아도 목욕탕에만 가면 딴전을 피운다는 아내의 닦달을 듣고 왔다. 몸 불림이 좋았던지 때밀이 수건으로 쓱 밀었더니 우동사리가 뭉쳤다. 목욕이 잦을수록 묵은 때가 더 많아진다. 아님 죄 없는 각질이 수난을 당하는 게 아닐까?

 

암튼 충분하게 세신하고 나니 몸이 한결 가볍다. 곧바로 문상 갈 참이다. 고교후배의 아흔둘 노모님께서 단대목에 영면하셨다. 사람노릇 단단히 하려면 길흉사를 잘 챙겨야 한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큰딸 아내 앞세우고 극장 가봐야겠다. 내일은 칠원읍에 사는 고교선후배 만남이 예정되었다. 바쁜 설연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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