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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우려먹기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3. 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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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우려먹기

 

박 종 국

 

고정관념 허물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기정사실로 굳었다. 가령,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들었다’거나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이 만들었다’, ‘성삼문은 사육신의 한 사람이다’는 사실이다. 이는 번복시킬 만한 획기적인 자료가 어떤 사학자에 의해 발견되었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반복된 지식이 압도적으로 지배하기 때문이다.

 

지난 우리 역사는 반상계급(班常階級)의 차별대우를 세상에서 제일가는 양속(良俗)으로 알았다. 그렇듯이 요즘에 와서는 학력 또한 그 모양이다. 물론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그렇지만 아직도 취업하는데 대학졸업과 박사학위증을 고용주들이 가장 먼저 보고 찾는다. 승진이나 보수체계도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학력은 그 과정을 거쳤다는 충분조건은 될지 모르겠으나,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절대기준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학력을 곧 능력이라고 성급하게 판단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고정관념은 경우에 따라 우리의 눈을 흐리게 한다. 대학을 나오고, 박사학위를 받아야만 유능한 사람으로 대접받는다는 처사가 그것이다. 그러니 독학을 해서 사장이 되거나 국회의원, 심지어 교수나 변호사가 되었더라도 흡사 돌연변이를 보듯 신기한 눈으로 본다.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충실했느냐는 의미부여에는 너무나 인색하다. 더구나 모 대기업의 회장은 초등학령이 전부였고, 전직 대통령 두 분이 고졸출신이었는데, 주류사회의 반응은 냉담했었다.

 

그렇기에 엳아홉살 아이도 학교 공부보다 학원과외공부가 먼저고, 입시부정이나 석․박사학위논문 대필이 횡행하며, 가짜 학위가 난발하는 지경이다. 더욱이 참담한 현실은 토익과 토플, 텝스시험조차 대리시험 부정이 끊이지 않는다.

 

높은 학력과 대학 간판으로 벌충되는 허실을 꿰뚫어보아야 한다. 특정 직종에 종사하는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개 취업을 하면 학력이 철인(鐵人)처럼 박힌다. 그 결과 그 자체가 종신토록 그 사람의 능력이 되고, 품격이 되며, 지위가 된다. 가히 노루 때린 막대기를 평생토록 우려먹고 산다.

 

세상은 시시각각으로 새로운 기술과 학문이 돌변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배움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상례가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한 달에 책 한 권 읽는 게 힘든다. 그러니 학교를 벗어난 지 20년 후면 학력과 능력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의 고질적인 학력고정관념은 아직도 능력평가의 으뜸 바로메타다. 고정관념은 그 아류만 만들뿐 진정한 의미에서의 창조의 빛을 갖지 못한다.

 

바람직한 사회, 건강한 사회는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자면 단연 올바른 인격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나이와, 학력과, 능력에 비례해서 그에 따른 지위와, 재력과, 덕망을 갖춘 사람이 줄을 이어야 한다. 부단하게 고정관념을 떨쳐내려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항상 재출발하고, 도전하고, 도약하며, 발상과 인식의 대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그 시작은 고정관념을 내동댕이쳤을 때 가능하다.

 

한데도 정부 각 부처 장차관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먹물깨나 먹었다는 사람들이 참 추하게 보인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 어찌 그리 하나같이 그 밥에 그 밥인지. 그만한 학력이 아깝고 간판이 부끄럽다. 대통령 탄핵정국을 통해서도 지켜봤다. 사회지도층 증인들의 태도가 하나같이 청맹과니였다. 먹물값을 못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다. 그 이유는 단하나다. 그것은 사람노릇 바르게 하고 사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공치사다. 평생을 농투성이로, 저잣거리에서 생선비린내를 풍기고 살아도 그들은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산다.

 

분명 영혼이 맑은 사람들은 세상을 달리 산다. 그들은 허튼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래서 날마다 마음결이 샘물처럼 맑아진다.

 

|박종국또바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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