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자폐아

 

박 종 국

 

일반적으로 자폐증은 하나의 행동적 증후군으로서 사회적 상호작용에 발달장애, 의사소통과 상상력에 의한 활동장애, 그리고 현저하게 한정된 활동과 관심 장애이다. 주변에 자폐아들이 많다. 해서 자폐아동의 과다행동으로 빈발하는 자해행위가 크게 문제시 된다. 자폐아는 화가 난다든지 기분이 불안하면 보통 머리를 바닥이나 벽에 박거나, 자기 눈을 손가락으로 찌르고, 입술을 깨물며, 머리털을 뽑거나 신체 부위를 심하게 긁는 행동을 되풀이한다.

 

이 밖에도 자폐 증상으로는 다른 사람의 존재나 감정을 깨닫는 데 현저한 결핍이 생긴다. 사람을 마치 가구의 일부분으로 취급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기쁨과 고통을 알지 못한다. 또한 사회적인 놀이가 없거나 이상해서, 간단한 게임에 참여하지 않고 혼자 하는 놀이를 좋아한다. 때문에 또래와 쉽사리 어울리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자폐아는 눈을 마주 치거나 얼굴표정, 제스처, 몸짓 등의 의사소통 양식이 없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자폐아를 정상으로 돌려놓기만을 강요하였다. 한 마디로 엄청난 기적이 모든 장애인들에게 생기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자폐장애를 완치시키는 특효약이나 특수치료는 아직까지 없다. 단지 자폐장애아를 위한 치료라고는 행동장애 증상을 감소시키고, 언어발달 등 지연된 발달이 좀 더 진전되도록 도와주고, 자기 관리 기술을 길러주는 방법 뿐이었다. 그 이유는 자폐장애가 만성질환이고, 예후는 대체로 나쁜 편이기 때문이다. 자폐아의 약 1-2%만 성인이 되어 자립된 생활을 하며, 자폐아의 2/3은 심한 장애로 장기간의 입원생활을 해야 한다.

 

중증자폐아 혜지(가명)를 둔 어느 교사 부부. 그들은 자폐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키우면서 장애아에게 정상인이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와 맞서서 자폐아를 위한 소모임을 운영한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대부분의 부모가 자폐아를 고치겠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하는 게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일이다. 자폐아의 치료목표는 장애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장애를 인정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그들의 실천적 지론이었다. 인구 1000명당 1명 정도가 자폐아라면 누구나 받아들여야할 아이다.

 

재지난해 내 반 성기(가명)는 외형적 신체조건으로는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건강했다. 하지만 늘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고, 무시로 돌출적인 행동을 하는 데는 여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든 관심 없고, 말없이 자기 손을 물어뜯는 반복된 행동만 되풀이했다. 심할 경우에는 막무가내로 고함을 지르거나 눈동자가 하얗게 돌아갔다. 자폐아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나로서는 여간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도 곁에 가기를 두려워했다. 특히, 음악시간이나 체육시간에는 더 심했고, 급식시간과 휴식시간에도 따로 지내기는 등 혼자만의 행동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 심정적으로 다가들어 아이와 부대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가 자폐성향을 보인다고 상의했더니 부모는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자기 아이는 절대로 그럴 아이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지금 성기는 중학년에 다닌다. 그나마 초등학교 때는 또래들과 엇비슷하게 학습량을 소화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언어와 수리, 사회영역에서 여타 아이들과 많은 편차를 보인다고 한다. 학습결손이 누적되었을 뿐만 아니라 퇴행적 행동 자체도 더 심해졌다.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초기자폐는 그 근본원인을 치료하면 거의 바로잡는다는데, 내가 담임으로서 좀 더 애착을 갖고 다가들지 못해 시기를 놓쳐 안타깝다. 분명 성기는 유아기 때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가졌다. 그게 아이의 말문을 닫아버렸고, 때론 폭력성과 자해를 보이며, 결국엔 세상과 담을 쌓게 되는 요인이 되었다. 그 동안은 곁에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았지만, 지난해 근무지를 옮긴 탓에 마음 더욱 애달다.

 

누구나 자기 아이를 자폐아라고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자폐아와 상관없다고 발을 빼기보다 자녀가 자폐아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면 아이에게 너무나 편해진다. 그게 자폐아 치료의 관건이다. 당장에 자폐아를 두고 절망에 빠지는 가족도 많겠지만, 언젠가 이 땅의 모든 자폐아들이 “엄마, 아빠”라고 불러 줄 거라는 믿음을 갖는다면 그것은 악몽이 아니라 희망이다.

 

오늘도 유치원에 특수교육을 받으려 아들을 보내며 악몽이 아닌 희망을 꿈꾸는 부부를 생각하면 숙연해진다. <말아톤>의 초원이가 버림받을까 두려워 평생 놓지 않고 잡고 가려던 엄마의 손을 놓고 홀로서기에 뛰어드는 감동적인 장면처럼.

 

_박종국또바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