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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가치 객관화가 성평등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3. 2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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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가치 객관화가 성평등

 

박 종 국

 

주부의 가사노동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하루종일 종종 거리며 쓸고 닦아도 티도 나지 않는다. 가사노동은 가족 부양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노동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여성에게 집은 노동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평생 직장이다. 이는 전업주부는 물론, 맞벌이 여성들은 더 심하다.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티가 나지 않으며, 보수도 없고, 상시 대기해야 하는 업무의 연속이다.

 

이런 고충 때문인지 우리나라 여성은 외국 여성들에 비해 우울증과 화병, 소진증후근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혼란스럽고, 내 힘에 벅찰 정도로 많은 일을 한다. 그렇지만 결국 자신의 존재는 없는 듯한 정신적 패배감을 느끼는 등 극도의 우울감을 경험한다.

 

그래도 요즘은 이전보다 사회환경이 나아져 가사를 부담하는 남편이 많다. 그러나 아직 한국 정서상 집안일은 여성이 해야 하는 일로 인식되는 탓에 완전한 개선이 어렵다. 그래서 여성은 엄마로, 또 아내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벗어날 수 없는 '가사직장'에서 참고 또 견뎌낸다. 그렇지만 그 정신적 고통과 불행은 비단 그녀 자체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마치 도미노가 무너지듯 가족 구성원에게, 또 나아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이에 대한 시급한 해결이 필요하다.

 

사회가 많이 변했다. 그러나 아직 여성의 가사노동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는 여성의 직장생활을 하찮게 보는 회의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령 남의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면서 보수를 받으면 엄연한 노동이다. 그럼에도 여성의 돌봄·가사노동은 GDP(국내총생산) 산출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객관 평가되지 않은 무보수 노동으로, 추산 기관에 따라 다르다. 전업주부의 연봉은 대략 3000~4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은 전업주부 연봉계산의 준거를 제시했다. 아이 간식 만들기, 동화책 읽기, 남편 와이셔츠를 다림질하고, 시부모님 식사를 챙겨드리는 등 전업주부의 하루 일과를 총 37개 항목으로 나눠 계산했다. 그 결과, 12시간 기준 초등학교 1학년 딸과 3살 아들을 키우는 37세 전업주부의 월급은 약 371만원으로, 연봉은 약 4,452만원이었다. 좀 많다고 생각하는가? 채 2백만원도 못 받는 직장인, 직장맘은 아연할 일이다!

 

또 전업주부가 교통사고 등으로 다쳐서 집안일을 못하게 된 손해를 계산한 법원 판례에 따르면 어떨까. 기준은 일용직 건설 노동자의 일당으로, 가사노동에 휴일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연봉은 3,745만원 정도(2017년 상반기 일용노임 10만2,628원 기준)가 된다. 적지 않은 돈이다.

 

그렇다면 가사도우미의 연봉은 어느 정도일까. 업체를 통해 가정관리사를 부르면 기본 4시간에 평균 4만5천~5만원이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한국 직업정보 연구에 따르면 가정관리사의 연 평균 소득은 1,404만원이었다. 하지만 가정관리사는 세탁과 청소, 정리정돈만 담당한다. 각종 장보기와 남편과 아이들을 위한 쇼핑, 요리는 여기서 빠졌다.

 

한편, 여성 운동가들은 성평등을 위해 여성의 가사·돌봄노동에 대한 가치의 객관 평가는 필수적이라는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정을 일터로 삼은 가사노동이 제대로 평가받아 경제영역에 포함된다면, 사고 손해보상, 이혼 재산분할, 부부 간 상속·증여와 관련된 과세, 보험료 산정 기준 등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덜 받는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해법을 제안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가사 분담시키기, 외출 및 운동 등 신체활동 늘리기, 친구들과 수다 떨기, 여행 가기, 새로운 관심거리 찾기 등 여성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의 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했다. 하지만 모두 일시적 대안일 뿐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신경건축학, 공간심리학 등의 학문에서 여성들의 정신질환 해결을 위해 여성이 머무는 공간, 집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여성에게 집은 일터이자 종일 머무는 공간이기에 집을 바꾸는 게 여성의 삶 그 전반적 환경을 바꾸는 일이라 생각했다.

 

남성에게 집은 휴식의 공간이다. 그러나 아내에게 집은 휴식공간이 없는 직장이다. 침실이나 거실 등과 같이 가족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은 가족의 요구사항으로 집안일과 끊임없이 이어진다.

 

여성이 집에서 정신적으로 치유되고, 온전한 휴식을 취하려면 두 가지 공간이 꼭 필요하다. 첫째 오롯이 혼자만의 공간이다. 남성에게만 동굴이 필요한 게 아니다. 남성여성 모두 휴식이 개인의 안정이다. 상대의 감정을 받아줄 필요도, 배려할 필요도 없이 혼자에게만 집중할 때 편안한 안정감을 맛본다.

 

그리고 자기만의 발전공간이 필요하다. 스스로가 주부, 아내로만 소모된다는 '맘충'이란 느낌이 들지 않게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취미활동을 즐기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넓거나 크지 않아도 좋다. 특히 주방은 여성의 주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므로, 편안하게 기대어 쉬는 의자나 작은 티 테이블, 방석, 쿠션 등을 놓아 휴식과 가사를 함께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면 좋다. 욕실 또한 휴식공간으로서 활용도가 높다. 여성에게 욕실은 은밀한 공간이자 자신의 아름다움을 재생산하는 치유의 공간이다. 일반 조명보다 간접조명을 설치하고, 향초와 디퓨저 등을 욕조 곁에 둔 다음 좋아하는 목욕용품 만큼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자신만의 발전공간 만들기도 어렵지 않다. 우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찬찬히 생각하는 게 먼저다. 글 쓰기를 좋아한다면 자신만의 작은 서재를, 식물을 가꾸는 게 즐겁다면 베란다에 정원을, 하늘이나 별 보는 게 행복하다면 베란다에 천체망원경을 사서 두면 금상첨화다.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길 공간을 두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성이 느끼는 심리적 박탈감과 우울증은 반감된다.

 

아무리 아니라고 발버둥쳐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얼마나 돈을 버느냐로 사람을 평가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전업주부는 엄청난 노동력을 제공함에도 하찮은 존재로 치부된다, 또 가사는 당연히 여성의 몫이란 잘못된 생각이 남성의 가사 참여에 영향을 미친다. 해서 가사 참여에 남성의 인식이 단지 ‘돕는 일’이 아니라 ‘함께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지난 3월 8일은 1975년 세계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하여 유엔이 제정한 ‘제 18회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어머니의 된장국, 어머니가 개켜 놓은 보송한 빨래’가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여성의 가사노동은 당연한 듯 치부된다. 그렇기에 여성의 가사·돌봄노동을 객관평가해서 성평등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현실이다.

 

제안컨대 남성들에게 전업가사남편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2018년 1월 17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가사전담남편이 17만명에 이르렀다. 이는 통계층이 기준을 새로 마련한 2003년 이후 최대치다. 2015년에 비해 24%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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