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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독창이 아니라 합창이다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3. 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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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독창이 아니라 합창이다

 

박 종 국

 

그제 한데 나가보니 봄기운 완연했다. 산비탈 야트막한 자락에는 개나리진달래 꽃망울 부펐고, 볕 바른 덴 산자고, 얼레지, 바람꽃, 양지꽃, 할미꽃 나보란 듯 고운 얼굴 쏙 내밀었다. 비탈엔 노란 생강나무 외롭게 피었다. 언뜻 봐서는 산수유와 착각하고 남을 생강나무, 하필이면 나 홀로 피었다.

 

물 오른 나무들 낯간지러운 듯 새순 살짝 내세웠다. 금방이라도 가느린 이파리 넙죽 뻗칠 채비다. 땅거죽 살짝 들추니 겨우내 바짝 웅크렸던 풀꽃들, 제각기 키 세웠다. 산모롱이 한 마장 돌아드니 바람결마저 따뜻하다. 산책길 따라 개나리 꽃 사태를 이뤘고, 마른버짐처럼 군데군데 진달래 한 무더기 도드라졌다. 역시 봄 마중은 개나리 진달래 멀미로 시작해야 제격이다.

 

오랜만에 행자 목줄을 풀어놓았다. 3년을 함께 살았으면서도 아직 쉽게 놓아 다니지 못했다. 왠지 녀석은 바깥에만 나가면 천방지축이다. 집안에만 가둬 키워서 그런지 사회성이 부족하다. 그래서 산책길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좋게 지내지 못하고, 만나면 우르릉 댄다. 하도 날뛰어서 목줄을 풀어놓으면 연방 산토끼 노루로 돌변하여 수풀 덤불 가리지 않고 쏘다닌다.

 

그런데 어제 청량산 산책길에서 목줄을 풀어놓았다. 걱정과 달리 시야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촐랑촐랑 대며 곧잘 뛰어놀았다. 함부로 짖어대지 않고 처연하게 행동했다. 올 들어 급변하는 녀석이 한편 대견했다. 해서 연신 칭찬꾸러미를 놓치지 않았다. 녀석도 제 좋아하는 줄 아는지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반겼다. 세 번째 맞이하는 봄소식으로 최고의 찬사다.

 

행자를 따라 졸래졸래 3km 정도 걸었을까. 아내가 그만 걷자고 발품을 다독였다. 행자 녀석 기색을 보니 하루 종일 뛰놀아도 지치지 않을 터였다. 하여도 녀석 애써 달래 되돌아 나오는 길 길섶 개나리 노랗게 흐드러졌다. 행자 뒤꽁무니를 겨냥해서 이른 봄 추억 몇 장 남겼다.

 

오가는 사람도, 길 가장자리 움싹 돋아난 새싹도, 때맞춰 흐드러진 개나리진달래 꽃 사태도 바빴다. 분명 이즈음 봄 춤사위는 독창이 아니라 합창이었다.

 

-박종국또바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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