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박종국
링컨이 뉴세일럼의 어느 작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할 때였다. 하루 일을 끝내고 장부를 계산하던 그는, 3센트의 돈이 남아 당황했다. 몇 차례나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그 돈의 출처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는 하루 동안 물건을 사 갔던 손님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다시 장부에 적힌 가격과 대조해 보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한 부인에게 거스름돈을 덜 주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가게 문을 닫고 부랴부랴 그 부인의 집으로 달려갔다. 늦은 밤이었지만 부인의 집에는 다행히 불이 켜졌다. 느닷없이 찾아온 링컨에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부인이 물었다.
"링컨 씨! 이 밤중에 웬일이세요?"
그는 주머니에서 3센트의 돈을 꺼내 부인의 손에 쥐어 주며 말했다.
"아까 우리 상점에서 물건을 사 가셨죠? 제 실수로 3센트를 덜 거슬러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부인은 새삼 놀라며 말했다.
"그럼 이 3센트 때문에 밤길을 달려온 거예요?"
좋은 일은 아주 작은 씨앗에서 비롯된다. 착한 일도 마찬가지다. 링컨 일화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무 일도 아니다. 링컨이 그 3센트의 선한 일을 비켜 갔다면 아주 작은 악의 열매만 취했을 거다. 선과 악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서 비롯된다. 세상 어느 누구도 악을 선물하지 않고. 또 어느 누구도 선을 그냥 주려고 하지 않는다. 선과 악은 개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그것이 선일 때는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악이 될 때는 심각하다.
원래 사람한테는 선한 냄새가 난다. 사과를 지니면 사과 냄새가 나고, 모과를 지니면 모과 냄새가 난다. 비린 고기를 지니면 당연히 비린 냄새가 난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비천한 악덕을 지닌 사람이라면 추한 냄새가 나고, 훌륭한 학덕을 지닌 사람이라면 고상한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격이란 한 인간의 삶이 외적으로 표시되는 총화이다.
「탈무드」에 이런 말이 담겼다.
"훌륭한 사상은 훌륭한 인격에 담긴다. 작은 그릇에는 작은 음식 밖에 담기지 않듯이, 인격이 작고서는 큰 사상이 담길 도리가 없다. 작으나 크나 어떤 사상은 그 사랑의 인격을 토대로 세워진 하나의 건축이다."
누구든 스스로 훌륭한 인격자가 된다. 내 그릇이 작다고,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얼굴 붉힐 일이 아니다. 묵묵히 내 그릇을 키워 나가면 그게 최선의 삶이다. 자기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나게 살아야 한다. 인간미가 넘쳐나야 하고, 학문의 냄새가 나고, 시와 음악의 냄새가 나고, 사랑과 평화의 냄새가 묻어나야 한다. 그 모든 참한 냄새가 자신의 향기로 굳어지게 애써야 한다.
들녘 이름 모를 풀꽃은 자기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애써 제 빛깔 제 향기로 소임을 다한다. 우리네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가 사과를 지녔으면 사과 냄새가 나고, 모과를 지녔으면 모과 냄새가 나며, 비린 고기를 지녔으면 비린 냄새가 나는 게 당연하듯이 그렇게.
아침에 청년 링컨, 그 훈훈한 삶의 향기를 다시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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