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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히 작은 그릇도 쓸모를 가졌어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5. 2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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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히 작은 그릇도 쓸모를 가졌어"

-중리초 4학년 1반 아이들에게

 

박 종 국

 

아침이슬 채이는 풀꽃을 따라걸으면 살아움직이는 삶을 맛본다. 주어진 환경을 이겨내고 함초롬하게 핀 꽃의 강한 의지가 돋보이는 까닭이다. 풀꽃은 오뉴월 뙤약볕에도, 살을 에는 추위에도 결코 물러섬이 없다. 오히려 사나운 폭풍우와 매서운 비바람에도 당당하게 키 세운다. 그렇기에 작은 풀꽃의 하늘거림을 볼 때 신선한 힘이 쏟아난다.

 

모든 아름다움이 빼어난 데만 주어진 건 아니다. 관심을 갖고 보면 우리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냥 지나쳤던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에도 소중한 이야기가 총총 자리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자신이 잘 생겼다고, 남보다 공부를 잘한다고 우쭐댄다. 피아노를 잘 친다고, 그림을 잘 그린다고, 운동을 잘한다고 괜히 내세운다. 개중에는 그렇지 못한 자신을 못난이라 열등감에 빠져 우울해하거나 절망감으로 고민하기도 한다.

 

물론 남보다 뛰어나면 인정받는다. 하지만 그러한 일 때문에 주눅들 까닭은 없다. 하물며 고민 삼을 일도 아니다. 사람의 얼굴이 다 다르듯이 능력 차이는 어쩔 수 없다. 굳이 차별한다면 각자의 능력을 제대로 드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이다.

 

집집마다 부엌에는 여러 개의 그릇이 놓였다. 어떤 그릇은 크고 아름답지만, 어떠한 그릇은 작고 모양도 볼품이 없다. 그렇지만 엄마는 작고 못생긴 그릇일망정 함부로 버리는 법이 없다. 언제고 간에 제 구실을 하며 예쁘게 쓰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부족해 보여도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반드시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런데도 작은 그릇을 가지고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다면 그건 억지다. 더구나 미덥지 못한 생각을 가지면 자신의 참모습까지 잃는다.

 

능히 작은 그릇도 물을 담는다. 그렇듯이 사람은 나름대로 쓸모를 가졌다. 다만 작다는 사실이 남과 비교해서 모양이 다를 뿐이다. 그것 때문에 그 어떠한 일을 해낼 수 없다는 차이는 아니다. 때문에 꼭 큰 그릇을 가지려고 발버둥 칠 필요는 없다. 꼭 해야 할 일이라면 다 같이 어울려 생활하고, 서로 든든한 믿음을 갖고 사는 참다운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이다.

 

귀여운 자식일수록 매 한 번 더 들고, 낯선 곳으로 자주 여행 보내라고 했다. 세상을 혼자서 살아간다면 얼마나 힘들고 답답한 노릇일까. 아무리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어 놓았더라도 한 가지 꽃들만 심어 놓으면 얼마나 눈매가 싱거울까. 꽃밭에는 크고 작은 꽃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커다란 꽃들뿐만 아니라 작고 앙증스런 풀꽃을 함께 심어야 서로의 아리따운 빛깔이 돋보인다.

 

얘들아, 학교에서 너희를 일깨우고자 하는 바도 이와 같다. 내 바람은 단순히 더하기 빼기 문제 하나 더 푼다고 해서, 이끄는 대로 꼭꼭 잘 따른다고 해서 만족하지 않는다. 너희가 붕어빵처럼 똑같이 자라기보다 다 다른 모습으로 당당하고, 제각기 아름답게 야무지게 자라는 거다.

 

지금 너희는 서로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지 못했다. 그보다 애써 내빼려고 발버둥치는 미꾸라지다. 그 동안 잘 해 보자고, 스스로 학습거리를 거리를 찾아보자고 숱하게 말했다. 그런데도 너희의 생활태도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속이 탄다.

 

그런 못난 행동들을 낱낱이 꼬집을 수 없었다. 대개 엉뚱한 짓을 하거나,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던 너흰 이미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서 다 배웠다고 거드름을 핀다. 그러니 시시콜콜하게 가르치는 학교공부에는 흥미가 없다. 그래도 나는 애써 목청을 높이지 않았다. 그러한 행동은 결코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 알지? 나도 그렇게 얄궂은 감정을 가진다.

 

어떤 천문학자가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자기의 지식에 감탄하며 걷다가 개울에 빠졌다. 그 모습을 본 하녀가 천문학자를 약간 비웃는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늘에 별이 많다는 걸 알면서 어찌 땅의 개울은 모르십니까?"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다. 자기가 아는 지식과 능력은 따지고 보면 별개 아니다. 단순히 먼저 안다고 해서 거들먹거릴 게 아니라, 겸손하게 자기 자신을 챙길 때 더 아름답다. 특히 배우는 시기인 너희는 크고 값진 그릇만 좋아할 게 아니다. 오히려 작은 그릇이 주어지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모든 일은 자신의 입장에서 좋게 챙기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자기의 판단 기준을 찾아내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바르게 찾아야 한다. 더불어 참다운 반성을 통해 우러나오는 양심의 소리를 들을 때 비로소 문제 해결의 지혜를 얻는다.

 

그리고 행복한 생명을 가꾸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검소한 생활 속에서 꾸밈없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느긋한 삶의 아름다움을 배워야 한다. 곧잘 남에게 따져 들거나 싸움질하려 드는 사람은 자기가 가진 그릇이 작기 때문에 얼굴을 붉힌다. 인격적인 만남은 다른 사람의 개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격려하는 데서 비롯된다.

 

서로를 미워하거나 헐뜯지 않아야 한다. 남이 나에게 저지르는 잘잘못을 이해하고, 용서해 줌으로써 자기 자신도 배려 받는다. 하는 일마다 즐겁고 신명나려면 때깔 좋은 사랑과 아름다움이 어우러지는 꽃밭을 함께 딛고 서야한다.

 

그래야 작은 그릇도 쓸모를 가진다.

 

|박종국또바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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