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넘쳐서 좋을 게 없다
오랜 만에 지인을 만났는데, 몸이 홀쭉했다. 평소 그는 90킬로그램을 상회했다. 반갑다는 인사치레보다 어디 아프냐고 넌지시 물었다. 그가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단식 중이라고. 아니, 단식한다고? 뜨악했다. 비붸식에 가면 예닐곱 접시를 싹 비우는 사람이 그 어렵다는 단식을 한다고?내심 걱정이 되었다. 아니냐 다를까. 그는 단식 후유증으로 힘겹다고 했다.
운동 할 때, 먼저 준비운동을 하고, 주운동과 정리운동을 하듯이 단식도 준비기간과 기본자세, 회복기간이 필요하다. 무조건 굶는다는 게 단식이 아니다. 계획적으로 굶어야 한다. 단식은 쉼없이 일 하는 장기에 쉴 시간을 주는 기회이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마음을 다부지게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단식을 시작하려면 대략 4일 정도의 단식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먼저, 음식 간을 싱겁게 하고 먹는 양을 줄여나간다. 단식 전날은 미음과 같은 유동식을 먹는 게 좋다. 준비기간이 없으면 단식에 실패한다.
단식기간에는 따뜻한 물을 하루 2L 정도 마신다. 이는 몸 속 노폐물을 빼주고, 배를 따뜻하게 해주어 장운동에 최고다. 단식을 하면 사람마다 여러 현상들이 나타나는데, 주로 피부트러블이나, 몸과 입에서 냄새가 난다. 이럴 때 몸을 따뜻하게 하고 활동량을 줄이되, 간단한 맨손체조나 산책이 좋다.
단식을 끝낸 후 회복기간은 단식기간과 비슷한 시간이나 두 배 정도의 시간을 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단식을 3일 하였다면, 회복기간을 최소한 6일 정도로 잡는다. 이때, 음식은 소금기를 제한한 유동식으로 시작해서 위와 세포에 부담을 줄여야 한다. 단식으로 위가 줄어들면서 먹는 양이 줄어든다. 회복기간을 무시하면 무리가 와서 위장병이 생기고, 요요현상이 난다. 그래서 회복기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인 단식은 몸을 상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건강하기 위해 하는 단식인 만큼 계획을 잡고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아는 단식의 소견이다. 한데, 어느 정치인의 어설프고, 즉흥적인 단식을 지켜보며 고소를 금치 못했다. 기본 상식을 망각한 채 어쭙잖은 정쟁만을 위한 그의 단식은 그 목적보다 두고두고 화두가 될 게 빤다.
무엇이든지 지나쳐서 좋을 게 없다. 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숙여 버리면 흙 속에 묻혀 썩어 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결코 비굴스럽지 않게 처신해야한다. 진정성은 눈으로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읽혀진다.
깊은 산 속 샘물은 아무리 퍼낸다 해도 결코 마르는 법이 없고, 세찬 눈보라를 이겨낸 풀꽃에 벌 나비가 모여들 든다. 오뉴월 뙤약볕에 꿋꿋한 풀꽃일수록 더 진한 향기의 꿀을 지닌다. 사람의 경우도 그와 같다. 결코 마르지 않는 샘물도 더 이상 퍼내지 않으면 말라 버린다. 타인에게 줄 사랑에 인색하여 흘릴 눈물마저 말라 버린 삭막한 가슴, 그러한 편협함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그래서 어느 정당대표의 어설픈 단식헤프닝은 주목 받기는커녕 오직 당리당략만을 위한 치졸함으로 냉소를 금치 못했다. 먹보인 나는, 아예 단식을 생각하지 않는다. 때문에 남보다 살이 쪘다. 아랫배도 불거졌다. 그런 탓에 아내한테 늘 핀잔을 듣는다. 아무리 좋은 옷을 사 입어도 티가 나지 않는다고.
그래도 나는 먹꼬재비를 벗어나지 못한다. 맛난 음식을 두고 어떻게 굶는단 말인가? 내 사전에 단식은 없다. 그냥 생긴대로 만족하며 사는 게 행복이다. 남의 눈치보이는 게 뭐 그리 중요한가.
|박종국또바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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